[뉴스프리존,단양=김병호 선임기자]죽령은 예로부터 ‘아흔아홉 굽이 내리막 30리, 오르막 30리’라고 표현할 정도로 험한 길이다.
한양과 경상도를 잇는 최단 경로인 탓에 사람들은 힘들어도 이 고개를 넘었다 전해진다. 수 천년 역사가 살아 숨쉬는 명승길이다.
죽령옛길이 만들어진 것이 삼국사기에 의하면 서기 158년이라고 하니 대략 2천년 전이다. 그 무수한 세월동안 이 길을 지났을 길손들의 한숨과 웃음이 죽령옛길 아흔 아홉 구비 마다 살아 숨 쉬는 듯하다.
온 산하가 초록으로 물들고 봄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이색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단양 죽령 옛길을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과거를 보기 위해 상경하는 선비, 봇짐과 행상을 차고 힘들게 걷는 보부상, 고을에 부임하는 관리 등 다양한 사람들이 걸음을 재촉하며 숨 가쁘게 걸었던 이 길엔 천년이 넘는 세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쌓여 현재에 이르고 있는 유래 깊은 길이다.
소백산 자락을 따라 죽령마루를 넘어 단양까지 이어진 길을 따라 걸으면 소백산맥의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옛길의 흔적이 남아있는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정겨운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죽령은 단양군 대강면 용부원리에 있는 큰 능선 고갯길로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과 경상북도 영주시 풍기읍 경계의 소백산맥에 있는 도솔봉과 연화봉사이에 높은 봉우리들이 이어져 있는 험한 지세 때문에 조선시대부터 조령과 더불어 주요 교통로였다.
옛날 어느 도승이 짚고 가던 대지팡이를 꽂은 것이 살아났다 하여 죽령이라 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높고 험한 고개이므로 봇짐이나 등짐을 지고 걸어 다녀야 했던 시절 도둑떼에게 아들을 잃은 할머니가 도둑소굴에 숨어들어 재치로 도둑을 소탕하는데 공을 세웠다는 다자구할머니 산신당이 용부원리에 있다.
산신당을 지나 호젓한 마을길을 걷다보면 용부원 2리의 죽령 8부능선 옛길 근처에 보국사지 장육불의 흔적이 있다.
이 고갯길을 한눈에 감시하는 봉우리에는 쟁탈의 상징인 산성과 봉수가 곳곳에 축조돼있다.
대부분 신라가 북진할 때 쌓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산간오지 중 개발되지 않은 곳에는 아직도 그 시대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죽령산성을 지나 단양방향의 용부원산성, 공문산성, 적성산성 등 1500년 전의 요새가 3km남짓한 거리를 두고 마주보고 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우리의 흔적을 되짚으며 옛길을 걷다보면 가슴한구석 뭉클해오는 벅찬 감동이 밀려올 때 즈음 마을 한자락을 빠져 나온다.
발아래 굽이치는 산세를 헤아리며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내딛다 보면 너그러운 소백의 품을 거닐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한 가치를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겨우내 움추렸던 기지개를 활짝펴고 봄 여행 주간 단양을 찾아 관광의 품격과 호젓한 산길에서 여유를 만끽해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