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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 말 분석해보니…갈수록 권위주의..
정치

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 말 분석해보니…갈수록 권위주의로 회귀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7/01/30 18:28

▲ 노무현 전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의 언어를 유의미한 분석 대상으로 뽑아내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역대 대통령의 언어를 수사학 방법론으로 분석해온 김은정 경희대 소통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의 말이다.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의 언어는 통치행위 그 자체다. 대중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의 언어는 국민을 설득하고, 국정 과제를 제시하고, 정치적 위기에 맞서는 수단이다. 김 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정치적 위기에 대처한 역대 대통령의 언어를 수사학의 관점으로 분석한 결과, 참여정부 이후 한국 민주주의와 정치 리더십의 퇴행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수사학 분석 대상은 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중 가장 큰 정치적 위기를 맞은 ‘촛불 집회’ 당시 대국민 담화로 선정했다. 텍스트 자체가 적은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조건을 일치시키기 위해, 노·이 전 대통령의 분석 대상도 촛불 집회 전후 3차례 담화로 제한했다. 이렇게 조건을 맞춘 분석 결과에서도 박 대통령의 ‘언어 빈곤’ 현상이 두드러졌다. 노 전 대통령은 모두 403개 문장으로 위기 상황에 맞섰고, 이 전 대통령은 188개 문장으로 민심을 추스르고자 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전달한 문장은 56개에 불과했다.  

 

각자의 ‘자아 발언’ 성격도 크게 엇갈렸다. 자아 발언은 ‘나’를 내세운 대화법을 뜻하는데, 위기 국면에 나타난 ‘자아 발언’은 갈등에 맞서는 개인의 특성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을 드러낸 267개의 자아 발언 가운데 ‘미래형 진술’(35%)을 가장 자주 사용했다. 먼저 잘못을 사과한 뒤 앞으로의 결심을 밝히는 문제해결 방식의 능동적 언어를 주로 활용했다. “죄송합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 그런데 국민 여러분들 이렇게 말로 끝내는 사과를 받기에 지치고 짜증나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같은 일로 다시 사과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반드시 책임지겠습니다”라고 말한 2014년 3월 특별기자회견이 대표적이다. 선거법 위반 등을 이유로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직후다.


▲ 이명박 전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주로 활용한 자아 발언은 ‘서사형 진술’(34.8%)이었다. 자신의 과거 경험 등을 언급하며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로 대표되는 이 전 대통령 특유의 경험주의 소통 방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서사형 언술은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는 데는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치게 일반화할 경우 가르치려 드는 강압적 소통으로 받아들여져 설득력을 잃게 된다는 단점도 있다.

▲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대통령의 자아 발언은 ‘정서형 진술’(47.5%)로 분석됐다. 자신의 심경을 밝히는 데 주안점을 뒀다는 뜻이다.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라는 담화문이 대표적이다. 김 연구원은 “정서형 진술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청중과 정서적 공감대가 전제돼야 한다. 국민들에게 사건의 전모를 밝히지 않는 가운데 자신의 감정만 호소하는 것은 분노와 조롱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의 설득을 얻기 위한 신뢰성 전략에서도 각 대통령의 차이는 명확했다. 먼저 노 전 대통령은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전략으로 ‘믿음’(49%) 방식을 가장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믿음’ 방식은 언어와 행위가 일관적이어서 믿음직스럽다는 평가를 듣기 위한 언사다. 다음은 ‘선의’(35%) 방식이 주로 활용됐다. ‘친근함’ 전략도 13.4% 사용됐다. 반면 ‘권력’(0.9%)·‘능력’(1.2%)·‘이상주의’(0.3%) 전략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권력’(11.5%)의 사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당근과 채찍’을 제시할 수 있다는 권력적 상하관계를 전제로 깔고 대화에 나섰다는 뜻이다. 이 전 대통령은 모험담과 특별함을 과시하는 ‘이상주의’(8.6%), 경험과 식견을 내세우는 ‘능력’(5.7%) 전략도 자주 활용했다. ‘샐러리맨 신화’ 등 이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이 언어로 표출된 셈이다. 

박 대통령은 ‘선의’(41%)를 가장 많이 활용했다. 자신이 추진한 정책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주관적 동기를 강조한 것이다.
 
김 연구원은 “수사학 관점에서 볼 때 노무현 대통령 이후 대통령들이 국민을 바라보는 시각과 소통 방식이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는 경향성이 또렷하다”며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소통을 기반으로 국민을 설득하는 민주주의 통치행위로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언어 자체가 빈약했다”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과 이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 박 대통령의 ‘창조 경제’ 등 국정 과제 수행을 둘러싼 정책 수단으로서의 ‘언어’를 수사학으로 비교하려 했으나, 분석에 실패했다. 박 대통령이 사용한 정책 언어가 구체성이 떨어지고 절대량이 부족해 분석 대상으로 삼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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