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뉴스프리존

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22회..

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22회

한애자 기자 입력 2017/02/13 04:22

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22회

고향의 연인

 ‘아…!’
그는 업무상의 일을 마치고 나서 실장을 불렀다.
“김 실장, 아까 그 황혜란이란 여직원의 근무자리가 어디지?”
“네, 저쪽 홍보팀입니다.”
“그럼 안내하게.”
김 실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목례를 했다. 김 실장과 홍보과에 도착해 보니 모두들 퇴근하고 한 명의 여직원이 퇴근하려고 자리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는 사장의 갑작스런 내방에 몹시 당황해 하며 거동을 멈추었다.
“저, 황혜란 직원의 자리가 어딥니까!”
“네, 바로 저…, 저쪽… 오른쪽 두 번째입니다.”
“아, 네 수고했소. 어서 퇴근해도 됩니다.”

여직원은 얼굴을 붉히며 재빠르게 핸드백을 들고 몸을 감추었다. 매우 수줍음이 많아보였다. 아까 황혜란의 얼굴과는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혜란은 여성이지만 의연하고 담대하며 오히려 위엄이 있었다. 그 도도하면서도 사랑스런 혜란의 매력이 그의 가슴을 사로잡았다.  황혜란의 테이블에 다가갔다. 칸막이의 벽면에는 신문에서 스크랩한 창업 비즈니스에 대한 내용을 스크랩하여 모으고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 유리판 밑에는 자그마한 필체가 보였다. 그것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하여 둔 듯하였다. 그 옆에 유명 실내장식 디자이너들의 코멘트 한 구절들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녹색 유리판 위에는 예쁜 워드 프로세서로 쓴 좌우명과 같은 글귀가 진열되어 있었다.

〈머리에는 지혜
  가슴에는 사랑
  입가엔 언제나 미소〉

채성은 그녀의 몇 가지 흔적을 보면서 보통여자가 아님을 직감했다. 그의 테이블의 한쪽에는 힐러리의 자서전이 있었고 그 밑에는〈현대 인테리어 디자인〉이라는 책자가 놓여 있었다. 채성은 그녀가 틈틈이 독서하는 취미를 가졌고 삶의 질서 가운데 미래를 구상하는 여인으로 각인 되었다. 모두 다 사랑스럽게만 여겨졌다.
‘나의 산업 파트너로 딱이구나!’
채성은 모델하우스와 연관된 디자인을 활용해 회사 자체 내에서 새로운 모델하우스를 출시해 판촉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혜란의 산업정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코멘트한 메모지를 보았을 때 자신의 사업 매니저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채성은 고개를 숙여 그 산업정보 메모를 주의 깊게 세세히 읽어 보았다. 코멘트는 자신이 늘 잠재적으로 느꼈던 아이디어였고 참신하고 실용성이 담겨져 있었다.

‘사업가의 끼가 있군!’
“이렇게 사업정신과 프로정신이 투철한 여직원이 있다니 놀랍네!”
채성은 김 실장을 바라보았다.
“네, 내일 이 여직원을 한 번 대면해 드리지요!”
상사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능란한 김 실장은 다음날 눈치 빠르게 알아서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 후 황혜란은 귀인건설의 전속 디자이너 겸 비서로 발탁되었다. 많은 사원들은 이례적인 채용에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채성은 그런 분위기를 무마하기 위해 혜란에게 비서채용 시험공부를 권했고 그 이듬해 혜란은 비서채용 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