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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연간 매출만 30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 삼성이 패닉에 빠졌다. 법원이 17일 새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삼성은 전례없는 ‘총수 부재 사태’를 맞게 됐다.
1938년 삼성상회가 설립된 이후 삼성그룹 총수가 구속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 2008년 삼성 특검 때도 이건희 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바 있다.
삼성 미래전략실 임직원들은 영장 발부 직후 서울 서초동 사옥에 곧바로 모여 향후 대책과 비상경영시스템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한 삼성 임원은 “이 부회장 구속으로 삼성그룹의 글로벌 경영전략이 최소 3년 이상 늦춰지게 됐다”면서, “그룹 총수가 뇌물 혐의로 기소된 상태에서 제대로 된 비즈니스 활동을 기대하기란 힘들다”고 우려했다.
이날 소집된 삼성그룹 수뇌부 회의를 통해 윤곽이 드러나긴 하겠지만 당분간 계열사와 사업부 대표들을 중심으로 집단경영체제가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연말에 발표되던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가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계열사별 경영전략도 마련하질 못하고 있다. 이는 구체적인 투자전략이나 규모 결정, 임직원 신규 채용 일정 지연으로 이어졌다. 삼성의 올해 경영 계획이 사실상 모두 중단된 셈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이 부회장이 특검에 의해 기소될 경우, 대법원 확정판결까지는 2년여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 삼성은 최대한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인사폭을 최대한 줄이고 과감한 투자도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인원 채용 또한 마찬가지다.
현상 유지 차원의 의사결정은 이뤄지겠지만 공격적인 경영 판단은 보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등기이사 선임을 계기로 ‘책임경영’에 나선 이 부회장의 새로운 삼성 만들기 행보도 당분간 보류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의 사법 처리가 결정된다면 법적인 지위가 제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활발히 진행 중이던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작업도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전략실 해체 작업도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경영인보다는 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진행해야 할 성격의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분야에서도 과감한 투자 결정이 필요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사업의 경우 자칫 적절한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새롭게 힘을 쏟고 있는 전장산업 분야나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도 그룹 전체적인 그림 속에 시너지를 고려해 결정해야 하는 경영판단들 때문에, 다른 글로벌 IT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아무래도 뒤처질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이 활발히 전개하던 글로벌 경영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매년 4개월여를 해외에서 보내면서 글로벌 기업인들을 만나 친분을 쌓고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교환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11월 80억달러에 매입키로 결정한 미국 전장기업 하만의 경우도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거래를 마무리한 사례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자칫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불법행위의 결과물로 인정돼 국민연금과 삼성그룹이 손해배상 소송 등에 휘말릴 수도 있다.
삼성 관계자는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동시다발적인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상당히 오랜 기간 법적 공방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심종대 기자, simjd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