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프리존= 김현태기자]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제17차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대통령 탄핵과 특검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제가 항상 무대 위에서 박수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무대 뒤에서 저를 도와주는 분들 덕분이죠. 그런데 우리 사회의 권한대행들은 간혹 이런 사실을 잊는 것 같습니다."
기다란 손가락 끝에서 켜진 촛불은 노란 꽃잎으로, 꽃잎에서 노란 나비로 바뀌었다. 나비가 내려 앉은 나무에선 하얀 꽃이 피어났다. 스타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이 세월호 유가족에게 바치는 위로다.
25일 오후 6시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서 열린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아래 퇴진행동)의 17차 촛불집회에는 이전 집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마술 공연이 등장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를 풍자하는 내용이었다.
짜임새 있는 구성에 집회 주변 질서유지를 맡은 전경들도 고개를 돌리고 입을 벌려가며 15분간 이씨의 무대를 지켜봤다. 행사에 참여한 100만여 명의 시민도 마찬가지였다. 이씨는 "권한을 대행하는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힘이 있는 사람들이 책임감을 갖는 풍조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퇴진행동은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퇴진과 신속탄핵 ▲특검 수사기간 연장 ▲재벌총수와 우병우 전 민정수석 구속 ▲박근혜 정권 정책 폐기 등을 기조로 삼고 집회를 열었다. 본행사에 앞서 중·고생, 대학생, 교사, 농민, 공무원,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33개의 사전대회를 열기도 했다.
기조발언에 나선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근혜 탄핵과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시민의 힘으로 이뤄내자"고 말했다. 그는 "야당은 개협입법 처리를 못하고 있고 특검법 개정안 통과에도 실패하는 무능한 모습 보여주고 있다"면서 "국민의 힘으로 특검 연장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참석자가 늘고 있는 탄핵 반대집회를 의식한 발언도 나왔다. 이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과 비호세력들은 호시탐탐 판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면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3월 1일 삼일절에 다시 한번 광화문에 모여 천만 촛불의 힘을 보여주자"고 제안했다.
삼일절에는 박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시민들도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이날 "삼일절에 500만 애국시민들로 세종로 사거리를 채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연스럽게 양 집회 참가자 간 충돌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탄핵 반대 시민, 사랑과 포용과 변화에 대한 열망으로 품자"
퇴진행동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두 번째 기조발언에서 이 점을 거론하며 "탄핵 반대 시민들을 사랑과 포용과 변화에 대한 열망으로 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변화를 맞이하고 봄을 부르자"고 덧붙였다.
추운 날씨가 풀리고 탄핵심판 결정의 날이 다가오면서 촛불집회 참여 인원도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난 15차 촛불집회에서부터 이어지는 추세다.
퇴진행동 측은 이날 집회 인원이 올해 들어 최대규모로 오후 8시 기준으로 광화문 일대 참여 인원이 100만 명이라고 밝혔다.
오후 8시를 넘어서면서 세종문화회관 앞 등의 통행인원이 너무 많아 통행 혼잡을 빚었다. 이날 광화문광장을 빽빽이 메운 시민들은 세종로사거리를 지나 청계천 입구까지 줄을 지었다. 세종로 사거리에서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까지, 서대문 방향으로는 포시즌스호텔 앞까지 가득 메웠다.
퇴진행동 측은 본행사를 마친 후 종로구 청운동, 효자동, 삼청동길을 따라 청와대 100미터 앞까지 행진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헌법재판소에 2월 내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의미로 종로길을 따라 헌법재판소 100미터 앞까지 행진했다. 재벌총수 구속을 촉구하는 참가자들은 종로 SK 서린빌딩-롯데백화점-한화빌딩을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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