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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연재 - 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29회..
기획

소설연재 - 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29회

한애자 기자 입력 2017/03/14 06:55

모델하우스제29회

캥거루 신드롬

‘그렇게 친구들에게 사장님 부인이 되고 싶다고 하였는데 장흥 오빠와 결혼하면 난 사장님 부인이 될 수 있잖아!’
종례는 TV화면에 나타난 대통령을 살펴보았다. 흑백 TV이지만 그래도 이 고을에서 제일 먼저 들여 놓은 것이 자신의 집이었다. 평상에 저녁이면 동네 사람들이 부채질을  하면서 모여 들었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하더니 그 옆의 부인이 아주 기품이 있고 미인이네. 어쩜 저렇게 한복을 입은 폼이 우아한 자태가 흘러나올까 잉!”
작은 상자 속의 사람의 움직임과 세상이 담겨서 진행되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 마치 도깨비 상자 같았다.

종례도 어른들과 같이 TV를 보았다. 시야에 대통령 영부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녀가 육영수 여사라고 아줌마들은 높이 추앙하듯 말했다.
“영부인은 이 나라의 국모가 아닌가! 나라의 어머니지!”
‘순자가 말한 대통령의 영부인이구나, 야! 그 가시나 통 한 번 크고나!’
영부인은 공원에서 비둘기 떼들 속에서 먹이를 던져주고 어린이 날 대공원에서 어린이를 안아주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종례는 서울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이따위 시골에서 촌뜨기로 지내기는 자신의 인생이 너무 한심스러웠다. 훗날 대통령 부인이 되어 있는 정순자의 모습과 사장님의 부인이 되어 대궐 같은 집에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튿날 마당을 쓸고 햇볕이 잘 드는 마당에 빨래 한 것을 물을 짜며 널고 있을 때였다. 대문이 열리더니 아버지께서 이장 어른과 함께 나란히 대청으로 드셨다. 아버진 오늘 기분이 좀 들떠 있는 듯했다.
“종례야, 여기 술상을 좀 들여오너라!”
“네, 아버님!”
종례는 동태찌개와 단무지, 오징어 말린 것 생강 저려 말린 것들을 조그마한 쟁반에 담아서 술과 함께 내놓았다.
“맛있게 드세요!”
“오냐, 종례도 이제 아가씨가 다 되었구나!”
이장 어른은 찬찬히 이종례를 훑어보았다. 다른 때와 다른 분위기라 종례는 분위기가 어색했다. 아마 오늘 화제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려는 듯 야릇한 느낌이었다. 종례는 두 분의 눈치를 보며 가만히 물러났다. 맞은편의 마루를 걸레질하는 척 하면서 두 분의 대화에 집중하였다.


“벽돌집 사장님 둘째 아들이 청혼을 해왔습니다. 종례를 한 번 만나 보고파 합니다.”
“아! 그래요? 우리 종례는 대학공부도 안하고 고등학교만 나왔는데 그쪽에선 여자의 학벌을 별로 보지 않는단 말인가?”
“아, 그 집은 여자가 많이 배워서 뭐하느냐, 그저 음식 잘하고 살림 잘하고 참한 것을 제일로 여기고 있습죠.”
“그래? 그럼 다행이군!”
“아, 종례가 딱 맞는 처녀지요. 집안 일 잘하겠다, 음식 잘하겠다, 거기다가 성격도 모나지 않고 밝고….”
종례는 화들짝 놀랐다. 자신의 나이 이제 열아홉 순정인데 아버지는 벽돌집으로 시집을 보내려고 하고 있었다. 종례는 당황했다. 걸레를 집어 던지고 장독대의 봉숭아 밭 곁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장흥오빠…, 으흐흑….”
한시도 잊을 수 없는 오빠였다. 그를 연모하고 사랑이 깊었던 종례는 눈물을 흘렸다.
“안 돼, 난… 장흥 오빠에게 꼭 시집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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