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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4.16사고, 언론에게 보여준 인권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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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4.16사고, 언론에게 보여준 인권선언

안데레사 기자 sharp2290@gmail.com 입력 2017/04/19 23:51
③ 세월호 참사 3주기 국민 힘으로 ‘세월호 진상규명’
잊을 수 없는 기억, 세월호 304명

[뉴스프리존=안데레사기자]  "2014년 4월 16일, 결코 잊을 수 없는 날" 세월호 참사 3년전 온 국민을 충격과 분노에 빠트렸던 참담한 사고, 수심 44m 암흑의 바다에 갇혀있던 세월호는 마침내 1097일만에 지난 11일 뭍으로 올라왔다. 사고의 원인은 무엇이고, 왜 구조 활동이 제대로 펼쳐지지 않았는지 진실규명이 과제로 남았다. 단원고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 일반승객 104명 등 476명의 승객을 태운 세월호. 맹골수도에 맥없이 침몰하는 모습을 TV로 보며 국민은 참담한 심정을 가누지 못했다.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학생들을 창문 너머로 바라보며 겉돌던 구조 행태에 분노했다. 결국, 304명의 희생자와 함께 세월호의 진실은 암흑의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4.16기억교실’에 추모객 발길 이어져
 
현재 3년이 지났지만, 변한 건 없다. '4.16기억교실'은 시간이 멈춘 듯 3년 전 그 모습 그대로다. 진실은 아직도 캄캄한 바닷속이고, 유가족과 국민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합동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은 영정 사진 앞에서 그저 고개를 떨굴 뿐이며,  분향소 앞에 빼곡히 걸린 진상 규명 요구 현수막만이 답답한 심정을 대신한다.
 
차가운 겨울 2015년 12월 10일, 그날은 겨울비가 잔잔히 부서지는 몹시 추운 날이었다. 67년 전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된 날이기도 한 그 날,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 서른 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을 만드는 일에 동참했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비롯 인권활동가와 학자들이다. 기자회견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취재하는 이는 몇 되지 않고 그 길을 지나는 외국인 관광객의 시선만이 가다 멈추다를 반복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년 8개월의 풍경이었다.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 인권선언 기자회견(2015.12.10.) “선언에서 행동으로”

차가운 어둔 바닦에 그 외로운 풍경 위에 사람들이 섰다.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세월호 침몰은 한국사회가 이미 가라앉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으며...(중략)” 선언 전문이 묵직한 음성과 함께 광장을 울리고, 뒤를 이어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돌아가며 선언문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를 옆 사람의 온기로 붙들며 서른 명 채 되지 않는 이들이 만들어낸 입김은 차가운 광장의 공기를 벅차게 데우기 시작했다.
 
무엇을, 왜 선언하는가?
 
우리의 인권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선언을 하는데 수많은 이유가 있었다. 선언의 화자는 주로 사회가 배제하는 사람들, 예컨대 노예, 노동자, 여성, 아동, 장애인, 흑인들이었다. 이들은 선언을 만들고 외침으로서 이 땅의 특권을 누리고 약자를 착취하는 억압적 권력과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선언이 글로 쓰고 말로 읽히되 한가한 소리가 아닌 이유는 선언행위 그 자체가 변화를 일으키는 힘, 곧 행동의 시작이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3주기다. 특별법이 제정되고 특별조사위원회가 발족하였지만 여전히 많은 물음들은 답 없는 메아리로 남아있고, 참사 이후 달라져야 한다는 말은 허공을 맴돌고 있다. 너무나 자명하게도 세상은 세월호 참사 이전보다 안전해지지 않았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이 이윤이나 특권과 거래되지 않고 모든 사람의 존엄성이 평등하게 존중되는 세상이라고 그 어느 누가 확신할 수 있을까. 다시 비슷한 사고가 일어난다 하더라도 참사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 약칭 <4.16인권선언>은 만들어졌다.
 
세월호 참사가 어느 날 갑자기 터진 불운한 사고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한꺼번에 드러낸 사건이라는 공감대 위에 작년 한 해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이웃들과 함께 100회가 넘는 토론이 전국에서 일어났다. 이미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세월호 참사가 잊혀지고, 혹은 망각을 강요당하고 있을 즈음 세상 어느 한편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사람들의 의지가 고른 맥박을 유지하고 있었다. 4.16 인권선언은 가만히 있지만 않겠다는 평범한 시민들이 만든 선언이다. 
 
4.16 인권선언은 재난 시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구조되고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정의를 회복하고 국가에 책임을 묻는 것은 특권을 가진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되새기고 있다. 동시에 이 기본적인 권리들이 얼마나 위태롭고 연약한 기반 위에 서있는지를 드러내고 다시는 이러한 참사를 겪지 않기 위해서 돈과 권력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타인의 존엄과 나의 존엄의 무게를 다르지 않다는 감각을 회복하자 한다.
 
상실과 애통 "함께 손을 잡자, 함께 행동 하자"  참사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이 허허롭지 않기 위해 이제 선언은 행동이 되어야 한다. 선언은 말한다.

함께 “우리는 상실과 애통, 그리고 들끓는 분노로 존엄과 안전에 관한 권리를 선언한다. 우리는 약속한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세우기 위한 실천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또한 우리는 다짐한다. 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각종 재난과 참사, 그리고 비참에 관심을 기울이고 연대할 것임을.우리는 존엄과 안전을 해치는 구조와 권력에 맞서 가려진 것을 들추어내고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겠다. 이 선언은 선언문으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우리가 다시 말하고 외치고 행동하는 과정 속에서 완성되어갈 것이다. 함께 손을 잡자. 함께 행동하자”

세월호 7시간의 미스터리를 안고 박근혜 정부가 퇴진하면서 세월호 선체는 물 위로 떠올랐다. 불의를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회복시킨 이곳 광화문 광장의 촛불 민심은 이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역사 앞에 인양되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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