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틀째 사저에서 출·퇴근하며 파격 의전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11일 서울 서대문 홍은동 사저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출근길에도 시민들과 스스럼없이 ‘셀카’를 찍고 대화를 나눴다. 대선 때 약속한 ‘시민과 함께하는 대통령’을 실천하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문 대통령 사저인 홍은동 빌라 주변은 예상외로 한산했다. 경호원들은 문 대통령 사저 출발을 앞두고 30분 전부터 탐지견과 함께 빌라 주변을 탐색했다. 문 대통령은 오전 9시쯤 사저에서 나와 대기 중인 방탄차량에 올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은 몇m 채 이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멈춰 섰고, 문 대통령은 차에서 내려 단지 입구 쪽에 모여 있는 20여명의 주민·지지자들에게 다가갔다.
예상치 못한 문 대통령 하차에 주민·지지자들은 환호하면서 박수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주민들의 손을 잡으면서 “불편하셨죠”라고 인사를 건넸다. 쇄도하는 ‘셀카’ 촬영 요청에도 응하면서 “오, 잘 찍으시네요”라며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 할머니가 문 대통령을 향해 큰절을 하려고 하자 “어이쿠”하며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쏟아지는 요청에 일일이 응하는 사이 수행 대변인격인 김경수 의원은 일정에 늦을까 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경호원들은 문 대통령 주위를 정리하는 수준으로 경호했고, 몰려드는 시민들을 지나치게 통제하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3분가량 주민들과 인사를 한 뒤 다시 차량에 올라 청와대로 떠났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파격 의전은 역시 대선공약이었던 일정 공개로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자신의 일정을 페이스북에 알리며 참모와 오찬은 물론 경내 산책 일정까지 공개했다.
대통령 일정은 국가 보안과 직결되는 대목이어서 앞으로 계속 공개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일단 보안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정보를 차단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행보와 대비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주요국 정상들과의 통화 일정도 사전에 취재기자단에 공개하는 등 오해의 소지를 살 만한 비공개 일정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내부에선 문 대통령이 국가수반에 오른 만큼 청와대 일정을 미리 공개하는 것은 경호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근혜정부의 대통령 동선은 경호, 국가안보상 이유로 사전에 공개되지 않는 것은 물론 다수 일정이 비공개로 진행된 바 있다. 특히 일부 인사와의 오찬과 면담 일정은 최고 수위의 보안등급으로 받아들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