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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46회..
기획

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46회

한애자 기자 입력 2017/06/02 06:31

모델하우스제46회

꽃과 나비

아! 꽃이 무르익었다. 이제 나비 떼들이 찾아올 것이다. 사랑이 난무하는 광란의 입맞춤과 섹스와 파티를 기대하며…, 그녀는 상상만으로도 외롭지 않았다.
문득 심정수가 날아오고 있지 않을까! 언제나 음란한 눈짓을 하던 애송이 같은 남자! 문득 그를 맞는 환상에 사로잡혔다. 학교 생활하는 중 유일하게 추파를 던지며 자신에게 접근하려고 기회를 엿보던 그 남자! 애춘은 그가 성희롱적인 요소가 있는 남자라고들 내놓았지만 어쨌든 자신을 사모하고 있다는 점은 과히 기분 나쁘지 않았다. 그의 관심은 조금은 외로움을 덜어주었다.

그러나 과히 집착하지는 않았다. 이제는 저쪽에서 안달하니 오히려 여유를 부렸다. 애춘은 심정수가 철학도 없고 그저 안락을 즐기며 얄팍하게 사는 삶을 속으로 경멸하며 비웃었다. 그러면서 어느 때는 문득 그와의 뜨거운 정사를 벌이고도 싶었다. 그러다가 자신이 아무 남자에게나 가지랑이를 벌리는 음란한 여인으로까지 상상이 치닫는 것이 끔찍스러웠다.
‘민 선생처럼 좀 값비싸게 나의 몸값을 높이는 거야. 그는 꽃과 나비의 환상이 없어도 어떤 거룩한 환상에 가득 찼고 행복해 보인다.’
애춘은 다시 붓을 들었다. 그림을 다듬기 시작했다. 마치 그것은 자신의 몸에 칼을 대 오려내고 도려내는 작업인 듯했다.
 
몰입의 경지에 이르자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제 한쪽의 빈 공백에 요염하고 탐스런 꽃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꽃 위에 입을 맞추며 날아오는 강한 호랑나비를 그리기 시작했다. 꽃은 붉은 장미송이 같기도 하고 해당화 같기도 하고 담즙과 짙은 향기가 만연했다. 호랑나비는 단번에 꽃술에 입을 대며 앉았다!
이때였다. 복도에서 검은 그림자의 인기척이 보였다. 애춘은 그냥 당직 기사님이겠지 하고 무심히 여겼다. 그러나 그 그림자는 출입문에 멈췄다. 바로 심정수였다.
그는 오늘 애춘과 개인적 데이트를 신청해 볼 양으로 교문 밖에서 자가용을 대기하고 있었다. 휴대폰을 눌러도 애춘은 받지 않았다. 미술실에서 희미한 불빛을 지켜보고 있다가 잘됐다 싶어 음흉한 미소를 짓고 다가왔던 것이다.

“드르륵….”
“………”
애춘은 몽롱함에 젖어 꽃과 나비의 그림에 몰두했다. 탁 치며 어깨에 누가 손을 얹었다. 애춘은 섬뜩하며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나요! 왜 요즘은 안 나오는 거요?”
심정수는 한 발자국 더 가까이 애춘에게 다가섰다.
“아니…!”
애춘은 비몽사몽간 의식이 희미해졌다. 그가 자신의 입에 입술을 포개었다. 애춘은 벌써 애욕에 달아올랐다. 아! 얼마동안 잠겨있고 굳어져 있던 몸인가! 그림 속의 요염한 나체 꽃의 주인공이 자신이라고 되뇌었다. 그녀는 몽롱함 중에 심정수에게 이끌리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반항하지 않았다.

“자! 뭐 그렇게 복잡하게 살 필요가 있습니까? 인생은 한 번 가면 그만이고 음식도 이 음식 저 음식 먹어봐야 맛이 나듯 한 번 멋지게 우리 사랑의 게임을 시작해 봅시다!”
그는 음흉스럽게 속삭이며 애춘의 몸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그의 표현이 저질스럽다고 머리에서는 거부하면서 육체는 굶주린 자의 왕성한 식욕처럼 정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심정수는 먼데서 지켜보며 이미 애춘이 애욕에 굶주려 있는 몸짓을 읽고 있었다. 그는 숫고양이처럼 발정난 암고양이의 냄새를 맡았던 것이다. 이제 그는 사냥에 골인 한 셈이다.
그들은 어느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장소에서 정사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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