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집엔 한국 TV가 나옵니다. 이곳에서 TBO라고 하는 일종의 위성 케이블을 통해 한국의 드라마나 뉴스를 시청하시는 거지요. TV를 게임기 화면으로만 쓰고 있는 우리집에선 그냥 인터넷을 통해 시청각 매체를 활용하는지라, 별로 들여다볼 일 없지만 부모님 집에 가면 늘 한국 뉴스를 바로 큰 화면으로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MBC 뉴스데스크를 보다가 화가 나더군요. 아주대 병원이 이국종 박사를 어떻게 대하는지가 그대로 드러나서. 이국종 교수는 국내에서 외과의로는 최고이지요. 외과의가 필요할 정도의 환자들은 보통 말 그대로 생명을 구하기가 ‘촌각을 다툰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위급환자들이 많은데, 저는 한국에 외과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성형외과는 엄청 많지만, 응급외과의의 수요가 많을 텐데도 ‘돈이 안 되니’ 별로 지원자도 없고 해당 전문의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거지요.
무조건 ‘돈 되는 데 올인하는’ 기업형 병원들이 즐비한 가운데 정말 ‘인술’을 펼치는 의사는 없다? 이건 문제지요. 미국의 경우 외과의가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외과 수술 훈련은 다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이곳엔 총기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렇긴 하지만, 한국도 ‘유사시’ 세계 어느나라보다도 총상 환자가 가장 많을 수 밖에 없는 곳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산재나 교통사고 등 응급 외과수술이 필요한 일들이 엄청나게 많을텐데, 별로 있지도 않은 외과 전문의를 이런 식으로 병원에서 홀대한다? 저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제 벗님께서도 이런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아마 그 뉴스를 보신 분들은 함께 공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할까요? 벗님께서 제안하는 묘안이 있더군요. 같이 읽어 주시고, 또 퍼날라 주시겠습니까? 이제 의료계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거나, 혹은 우리가 제도를 확립함으로써 국가가 그들의 잉여 이익으로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시애틀에서…
이국종 사태 단상-이제 국가가 외상센터를 전담하라 더는 방치할 수 없다
중증 외상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인 이국종 교수가 아주대 병원장으로부터 차마 듣기 참담한 폭언을 들은 사건이 일파만파입니다.
국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아주대 외상센터가 병상이 있음에도 환자 수용을 노골적으로 거부했다는 맥락까지 더하면 이 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곪아 있었습니다.
이국종 교수는 아덴만 여명작전 시 석해균 선장을 살려낸 이래 최근의 귀순해온 북한병사 오청성까지 뛰어난 수술 솜씨를 보여줬고 모르는 국민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의료계의 스타(?)입니다. 이분이 널리 알려지면서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확고해졌으며, 현재 아주대 광역외상센터는 국가의 보조금 덕에 이제 적자를 면하고 그 나름의 역할을 다해오고 있다고 다수 국민은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아주대 병원장의 폭언으로 드러난 의료계 주류의 견해는 우리 국민의 정서나 보편적인 여론과는 매우 큰 간극이 존재합니다. 작년에도 아주대 병원 경영진의 거부로 살릴 수 있는 환자 1,600여 명이 사망했다는 뉴스 보도는 누구의 책임을 묻기 이전에 많은 것을 생각게 합니다.
물론 민주 시민사회에서 누구나 의견의 자유가 있고 그다지 큰돈이 되지 않는 외상센터에 대해 주류 의료인들이 부정적 인식을 가지는 자체를 뭐라고 할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우리 사회 전체에는 중증외상센터가 공익과 국익 차원 모두에서 꼭 필요하다는 당위성도 엄존합니다.
먼저 국가 안보의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면 이 문제는 정말 심각한 수준입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분단과 전쟁의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대규모 군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쟁 발생 시를 늘 대비해야 하며 이 경우 체계적인 외상센터 시스템과 외과수술을 전담할 전문의료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군 역시 그간 전투 장비와 각종 군수의 강화와 확충에는 눈부신 성과를 거뒀으나, 50만이 넘는 대군을 거느리고도 의료전용 헬기는 아직 5대도 채 되지 않을 만큼 인프라가 부실합니다.
우리의 동맹군인 미군의 경우, 전투사단 하나에 배치된 의료전용 헬기가 무려 8대나 되는 점을 대조해보면 지금 우리 군은 실전이 벌어질 시에 어떤 참극이 벌어질지, 얼마나 참담한 인명 경시 사상이 그 밑바닥에 흐르고 있는지 섬뜩합니다. 이미 70년 전인 한국전쟁 때 당시로는 최신장비인 헬리콥터를 동원해 부상병을 이동외과병원으로 실어날라 무려 97.5%의 경이적인 생존율을 기록했던 미군에 비해 우리 군의 전시 의료대비 수준은 그야말로 한심 그 자체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난 귀순 오청성의 경우에도 왜 우리 군 병원이 아니고 미군 의료헬기가 민간병원인 이국종 교수에게 실어날라야 했을까요? 실전에서 오청성 수준으로 부상 당하면 우리의 소중한 젊은 병사들이 어찌 될지 안 봐도 뻔합니다.
공익차원에서도 우리 사회는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서 늘 예측 불가한 재난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날로 증가하는 추셉니다. 여기에 최근 급격한 지구 기후의 변화와 급증하고 있는 지진의 숫자, 백두산의 화산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소식마저 더하면 결코 우리가 살고있는 이 환경이 안정적이거나 늘 안전하지 않다는 현실은 이제 점점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언제 어떤 재난이 우리를 덮칠지 알 수 없고 그에 대비한 외상센터는 매우 중요한 안전망이자 보험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도 우리 의료계는 점점 힘들고 어려우며 수입은 적은 외과의나 응급의 분야를 지망하는 전공 의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반면 의료계의 주류는 영리에서 큰 이익을 못 주는 외상센터에 큰 의욕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과연 지금처럼 국가가 일부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지근한 상태로는 긴급재난 발생 시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을까요?
사안의 본질-의료계 그 누구도 외상센터를 원하지 않는다-이제 국가가 나서라
까놓고 말해서 아주대학이 의료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최정상급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아주대가 현재 외상센터를 유치한 배경에는 서울의대나 카톨릭 의대 같은 의료계 최정상급 종합병원들이 모두 이를 외면했던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아주대 병원 경영진에겐 눈엣가시이고 돈 안 되는 일(?)에 매진하는 이국종 교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내놓은 자식에 다름아니었습니다. 이번 이국종에 대한 폭언과 지속된 홀대의 본질은 현행 의료계가 누구도 외상센터를 진심으로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 단 하납니다.
그렇다면 외상센터의 운영을 아예 국가가 전담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다수의 국민이 절대적으로 그 존재가치와 필요성에 공감하는 데 세금을 쓴다면 이는 칭찬과 지지를 받을 일이지 반대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국가의 공공서비스는 민간이나 국민이 직접 하기 어려운 일들을 대신 맡아서 하는 것이 그 본질입니다. 그러므로 최선의 대안은 이제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재원조달-공익을 외면하는 의료계 주류에게 고통 분담의 기회를 주자
아마 선진국 수준의 재난대처 그리고 유사시를 대비한 국가 안보 대비용 중증외상센터를 나라에서 직접 운영하려면 막대한 재원조달이 있어야만 가능할 것입니다. 아마 우리 국민 다수는 이를 위한 세금사용을 기꺼이 찬성할 것으로 믿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추가적인 제안을 하고 싶네요.
우리 의료계가 조금만 성의를 보이고 신경을 썼다면 운영이 가능했을 외상센터마저 이런 식으로 노골적으로 거부하며 국민 정서와 여론에 배치되고 있다면 국가가 운영하게 되는 중증외상센터의 재원 중 상당수는 의료계 특히나 3차 의료기관들이 벌어들이고 있는 막대한 이익과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보유금 그리고 각종 부동산과 시설들에 특별세금을, 그것도 막대하게 매겨서 고통 분담을 시키는 것이 가장 유효한 방법이 됩니다.
차기 총선 후 국회에서 국가전담 중증외상센터의 건립안을 추진하고 이의 재원 상당수를 의료계에게 직접 부담하는 형태로 이제는 전환해야 합니다.
그들이 그렇게 하기 싫다는 거 더는 안 말립니다. 그들의 자유니까요. 존중해드려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그 꼴 보고 싶지 않은 다수 국민의 정서가 더 우선되어야 하고요. 의료계의 집단 이기주의로 인해 막대한 손해와 생명의 위협을 감수하고 있는 다수 국민의 민의는 의료계가 벌어들이고 있는 상당수 잉여이익을 도로 국고로 환수하는 것을 강력하게 원할 것입니다. 이 역시 시민의 자유이자 당연한 권리행사입니다.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에서 나 혼자 희생이나 고통을 외면하는 존재에게 굳이 이사회가 모든 보호와 배려를 해줄 필요가 없으며 공공성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혹독한 중과세로 저들이 추구한 과한 이기주의의 열매를 거둬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의료계는 돈 안 되는 외상센터를 거부했고 환자가 있음에도 이를 외면했습니다.
이런 의료계가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와 나이팅게일 그리고 슈바이처의 인도주의 정신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지 못한데 왜 우리가 저들 의료계가 이사회에서 영업 활동을 하며 이익을 챙겨가는 것을 마냥 지켜만 봐야 합니까.
재벌들이 돈을 버는 것이 그들이 잘나고 똑똑해서만이 아니듯이 우리 의료계가 지금 이 위치에 특히나 종합병원들이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배경에는 우리 사회 다수의 국민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 이국종 교수에 대한 폭언과 홀대로 우리 국민 다수는 의료계의 이해와 우리의 상식이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음을 분명히 목도했습니다. 더는 그대로 놔둘 수 없습니다. 오죽하면 이국종 교수가 배나 타고 싶댑니다.
고통은 나누어서 짊어져야 모두에게 공평합니다. 국민이 세금을 내서 국가전담 중증 외상센터를 운영하는데 의료계도 특별세 징수를 통해서 이 힘든 짐을 나누어진다면 아주 좋은 대안이 될 것입니다. 그쪽은 더는 마음에도 없는 외상센터 같은 거 운영하며 골머리 썩히지 않아도 되니 좀 좋습니까. 절묘한 윈-윈이 아닐까요.
이번 총선에서 또 토착 왜구와 적폐들을 몰아내야 할 이유가 추가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