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이 “가장 한국적 이야기로 세계인 마음을 움직였다!”
이 말 저만 불편합니까?
한국의 창작물이 자유시장경제 문화산업의 상징적 무대를 석권했다는 건 실로 대단한 일입니다.
솔직히 말해 영화 기생충이 개봉된 작년 여름,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현실과 마음속을 오가는 소유와 향유의 욕구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뭐 이렇게까지 초현실적으로 그렸을까’란 불편한 마음이 앞섰던 것이죠.
기생충의 스토리는 우선 ‘한국적’이라고 규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영화를 본 세계 어느 나라 사람도 자기 주변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소지가 큽니다.
빈부의 격차와 갈등은 통시적이고 세계적이며, 궁핍한 이들이 풍요를 향해 가고자 하는 욕구도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 것이니 그럴 수밖에 없죠. 옆집 wifi 훔쳐(빌려) 쓰는 것도 세계적 현상이듯.
제 마음을 좀 불편하게 했던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휩쓸던 날, 대통령의 축전이 더 불편했습니다. ‘영화 기생충은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로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말이 귀 거슬리고 마음 무겁게 하는 건 왜일까요. 그 내용, 그 표현 방식... 그 어떤 것이 한국적일까요.
냉정하게 짚어보죠. 기생충의 스토리가 정말로 ‘한국적’입니까. 그것도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일까요. 우리 중 다수는 기생충을 보면서, ‘저런 일이 생각해볼 수는 있지만, 실제 저렇게까지...’라며 스스로 위로했을 것입니다. 사회가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금권을 탐하는 건 맞지만, 저런 정도는 아니지... 란 맘인 거죠.
오히려 영화개봉 몇 달 뒤 조국氏 부부가 한 일을 TV로 보면서 ‘와 저거 딱 기생충이네...’라고 탄식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생충은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가장 조국적인 이야기’인 거죠.
정치인의 축전이 국민의 감동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대통령의 축전도 사람들의 마음이 허락하는 범위 안의 이야기를 담아야 하는 건 아닐까요.
적절하지 않은 비유를 들고 영광의 순간을 같이 누리려 하면, 자칫 외국 공관 근무하는 영사에게 ‘밥숟가락 얹으려 한다’고 혼날 수 있는 겁니다.
축전을 써준 보좌진이야 ‘다 계획이 있어서’ 한 일이겠지만, 문구는 훌륭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면, “우리 영화인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펴고 걱정 없이 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정부도 함께할 것"이란 한 말도 걱정을 부릅니다.
영화인들은 정부가 간섭하지 않으면 잘 합니다. 그냥 두시라 말씀드리고 싶네요.
사람들이 농으로 하는 이야기 하나. "LPGA 리더보드에 한국 여성들 사라지게 하는 거 간단하다. 문체부에 프로골프지원과 만들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