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평화나무'는 20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에 개입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관위에 2차로 추가 고발한다고 밝혔다.
앞서 '평화나무'는 18일에도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황교안 대표와 염동열 인재영입위원장,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 등 3명을 선관위에 1차 고발한 바 있다.
이날 평화나무는 "결국 한선교 대표가 미래한국당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참으로 가소로운 자들에 의해 정치 인생 16년의 마지막 날을 당과 국가에 봉사하고 좋은 흔적을 남겨야겠다는 저의 생각이 막혀버리고 말았다'고 밝히는 등 황 대표의 공천 개입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미래한국당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논란에 대해 황교안 대표는 "미래한국당은 여러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자매정당이다. 그에 합당한 논의들이 있을 수 있는 것으로 도를 넘는 것들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선교 전 미래한국당 대표의 말은 완전히 상반된다. 그는 이날 JTBC와의 통화에서 "황교안 대표가 박형준·박진 전 의원의 공천을 세 번씩이나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첫 요구 때는 박형준, 두 번째는 박형준과 박진, 세 번째도 박형준과 박진, 이렇게 공천을 요구했다"라며 "이게 어떻게 도를 넘지 않는 간섭인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실상 축출된 공병호 전 공관위원장 역시 한 전 대표와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그는 MBC 라디오에 출연해 "대외적으로 간섭을 한다는 인상을 심어 주면 그것은 현행 선거법상 위반이 될 소지가 굉장히 높다"라고 지적했다.
선거법 47조에 따르면 각 정당은 투표 등 민주적 절차를 거쳐 비례대표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황 대표가 전략공천 방식으로 후보를 정했다면 이 조항을 어긴 게 된다.
이번 공천 소동은 미통당이 미래한국당의 주인임을 확인 사살한 셈이다. 황 대표는 20일 의원 4명을 추가 이적 시켜 원유철 대표 체제의 미래한국당의 새 지도부를 구성했다. 새 지도부는 즉각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을 갈아치웠다.
대신 황교안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백석대 배규한 석좌교수가 새 공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당무감사위원장을 역임하며 당내 공천 평가를 지휘했으며 지난해 6월 황 대표가 당 대표 특별보좌역으로 임명한 인물이다.
공관위 부위원장은 미래한국당 신임 사무총장으로 지명된 염동열 의원과 전 사무총장인 조훈현 의원이 공동으로 맡게 됐다.
또 원영섭 미통당 조직부총장이 미래한국당 사무부총장으로 이동해 공관위 업무를 지원할 예정이다. 원 부총장은 미래한국당 창당 실무 작업을 지휘해온 인물로 황교안 대표 측근으로 꼽힌다.
이번 공천소동은 처음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위성정당 등록을 불허했다면 이런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한국일보도 21일 사설에서 "선관위가 이런 탈법적 상황을 두고 보기만 하는 것은 문제"라며 "황교안 대표가 박진 전 의원, 박형준 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미래한국당 비례 후보로 공천해 달라고 한선교 전 대표에게 직접 요구한 사실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크다"라고 지적했다.
또 신문은 "선거법상 정당의 후보 공천은 당헌ㆍ당규 등 민주적 절차를 따라야 하며, 다른 정당 후보의 선거운동은 할 수 없다고 선관위가 분명히 밝힌 바 있다"라며 "이미 시민단체가 황 대표를 선관위에 고발했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검찰 고발 방침을 밝혔다"라고 강조했다.
또 선관위를 향해서는 선거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부정과 탈법으로 얼룩진 선거를 바로 잡지 않는다면 이는 선관위의 직무유기라고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