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회 내 감염이 발생한 사실도 거의 없다고 한다"고 주장했다가 '가짜뉴스'라는 논란이 일자 해당 문구를 삭제했다 다시 복원하는 촌극을 벌였다.
황 대표는 지난 28일 페이스북에 "종교계가 (사회적 거리두기에) 전혀 협조하지 않은 것처럼, 마치 교회에 집단감염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신천지 여론을 악용해 종교를 매도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며 "신천지와 교회는 다르다. 교회 내 감염이 발생한 사실도 거의 없다고 한다"라고 적었다.
황 대표는 또 “정부의 대구봉쇄 조치가 무안할 정도로 대구시민들 스스로 자발적 격리운동을 했고,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방침이 무색할 정도로 시민들이 스스로 모임활동을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대구봉쇄 조치는 이뤄진 적이 없는데도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한 것이다. 또 말미에는 "우리 시민들이 이 정권의 무능과 야바위 정치꾼들을 기록하고 징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대표가 이 글을 처음 쓰고 수정하던 시간인 28일 오후 4시부터 10시 사이에 경기도 성남 '은혜의강 교회'와 서울 구로구 '만민중앙교회' 등의 집단감염 사례가 줄줄이 보도되는 마당에 야당 당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극우 교회 표를 의식해 사실과 맞지 않는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즉각 정치권에서는 교회 집단감염 보도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황 대표가 사실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나왔고, 이에 황 대표는 페이스북 글을 올린 지 1시간 30분 만에 "교회 내에서 감염이 발생한 사실도 거의 없다고 한다"란 문구를 삭제했다.
이후 세 차례나 문장 수정을 거듭하던 황 대표는 문구를 삭제한 지 4시간이 지나 다시 해당 문구를 되살려서 게재했다.
이에 대해 황 대표 캠프 관계자는 “실무진이 황 대표가 준 문장을 글로 다듬는 과정에서 (해당 문구를) 뺐다가, 그 결과 맥락이 안 맞으니 다시 넣는 과정이었다”며 “수정내역이 노출되는지를 몰라 발생한 실수”라고 해명했다.
현재 황 대표 페이스북 글에는 '교회 내 감염 거의 없다'는 발언이 그대로 남아있다. 또 황 대표가 게시글을 수정한 내역이 총 8차례나 남아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은 운영 정책상 게시글을 수정할 경우, 수정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또 다른 페이스북 글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코로나19 극복 토대는 1977년 의료보험 도입으로 본격적인 발전이 시작돼, 국민들이 보편적인 혜택을 입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라고 적었다.
이어 "박정희 대통령은 매우 혁신적인 의료보험 정책과 고용보험 정책을 통해 위기 국면에서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을 구축했다"라며 "정부의 우한코로나 초기 대응실패에도 불구하고, 우리 의료 종사자들의 헌신과 봉사 덕분에 코로나 대규모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또 "문재인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자화자찬해서는 안 되는 대목이다"라고 지적하며 코로나19 방역의 공은 의료진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든 의료보험이 돌려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대표의 이런 언행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공천도 마음대로 뒤집더니 총선을 앞두고 기독교 극우 표 얻겠다고 억지와 궤변을 쏟아 낸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그러면서 조목조목 비교를 하며 비판을 내놨다.
"박정희 정부는 1977년 당시 서민과는 거리가 먼 대기업과 공무원만 의료보험을 적용한 선별적 복지를 추구했다. 김대중 정부는 IMF 외환위기로 벼랑 끝에 몰린 국민들을 위한 학비감면과 한시적 생계지원 등으로 복지정책을 진화시켰다.
확실한 보편적 복지는 노무현 정부에서 실현했고 노령연금도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만들었다. 개인 부담금 줄이는 병원비 최소화 제도와 오늘날 방역시스템의 콘트롤타워 구실을 하는 '질병관리본부'도 노무현 정부 때 처음 세워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한나라당은 의료보험 민영화와 인천공항 등 알짜 공기업을 실거래가보다 20배나 축소시켜 3차례나 헐값에 민영화 매각을 시도했다.
노무현, 김대중 정부가 초석을 마련한 보편적 복지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 대규모 공공복지로 확대되고 의료보험은 '문재인 케어'로 정착해 각종 고액암에 대한 본인 부담금과 MRI 등 비싼 검사 비용을 대폭 경감했다. 또 아동수당과 노령연금, 일자리 정책 등 서민을 위한 보편적이고 다양한 복지정책이 구체화 되었다."
한겨레는 29일 ['가짜 뉴스'까지 동원해 지역감정 자극한 황교안 대표]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황 대표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난하면서 ‘가짜 뉴스’까지 동원해 정부와 교회의 대립을 부추기고 지역 갈등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선거 때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것이 통상적인 일이라고는 하지만, 황 대표의 공격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정부가 교회들에 현장 예배 자제를 권유하는 것은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이라며 '대다수 교회들도 이런 취지에 공감해 현장 예배를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황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가 대구를 봉쇄한 거처럼 기정사실로 한 발언을 두고서는 "정부는 대구를 봉쇄한 적이 없다"라며 "정부는 여러 차례 대구시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높이 평가했다. 황 대표도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한겨레는 "그런데도 황 대표는 "중국이 먼저를 외친 무능한 문재인 정권이 대구시민들을 폄훼하고 조롱하고 코로나로 야기된 사회적 분노를 이용해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고 있다”며 “이 정권의 무능과 야바위 정치꾼을 징비할 것”이라고 했다"고 반론을 폈다.
신문은 "황 대표가 총선을 겨냥해 의도적으로 지역감정을 조장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제1야당 대표로서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도 황 대표가 코로나19와 관련해 가짜뉴스를 전파했다며 “국민의 안전마저 정쟁을 이용한다. 악의적인 정치선동”이라고 맹렬히 성토했다.
현근택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정부의 대구봉쇄 조치’, ‘교회 내 감염은 발생된 사실이 거의 없다’는 가짜정보를 사실인 양 썼다”라며 “국민의 생명조차 정쟁으로 일관하는 황 대표는 공당의 대표로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바위 정치꾼을 언급한 황 대표를 향해 "‘야바위 정치꾼’은, 가짜 정보로 선동을 시도하고 국민의 안전조차 정쟁에 활용하는 황 대표 자신이 아닐지 되돌아볼 것을 권한다”라고 반사했다.
정의당도 이날 브리핑에서 “마치 사이비 종교집단의 교주가 세를 불리기 위해 허위사실을 설파하며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