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한운식 기자]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지난 2일 4·15 총선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거론하며 “비례투표 용지에 40여개 정당이 쭉 나열돼 있다. 선거가 코미디가 됐다”고 말했다.
4년에 한 번 국민의 대표를 뽑는 중요한 선거인데, 수많은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 선거 기호를 헷갈릴 정도라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국회에 다양한 목소리가 들어오게 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취지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정당 투표 기호 31번을 부여 받은 자유당이 그 중의 하나다.
자유당은 스스로 “신생 정당이라 돈도 없고 사람도 없지만 애국심 하나로 뭉쳤다”고 밝힌다.
자유당이 내세우는 것은 ▲친중종북 척결 ▲한미동맹 강화 ▲종교탄압 반대 등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정신과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근대화 정신을 계승한 정통 우파 정당이라고도 한다. 자유당은 이번에 4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냈다.
그 중 비례대표 후보 1번인 이순임 후보를 최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만났다.
이 후보는 지난 1989년 문화방송(MBC) 경영부문에 입사해 예능본부 국장을 지냈다.
이 후보는 자신의 경험에 비춰 먼저 공영방송의 위상에 대해 설명했다.
“방송사들이 정부, 정치권과 완전히 분리가 돼야 한다. 정부는 좌파정권이든 우파정권이든 방송사의 독립성을 지켜줘야 한다. 방송은 정부와 상관없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자기 사람부터 채우고 방송을 잡으려는 양상이 항상 벌어진다. 방송이 홍보수단으로 가장 좋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퇴직 무렵인 지난 2018년에는 MBC 공정방송노조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MBC 내에 있는 3개의 노조 중 정치성향상 가장 오른쪽에 서 있는 곳이 공정방송노조다.
이러다보니, 좌측으로 가는 최승호 MBC 사장측과 자주 부딪쳤다. MBC는 시청자들에게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방송해야 하고, 그래야 광고료 수익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런 쓴소리를 한 댓가로 최승호 사장의 회사측으로부터 형사상 고소를 당해 퇴직한 이후인 현재도 재판 중에 있고, 또한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받아 퇴직 당일 날까지 정직 상태였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MBC에서 이때 ‘유관순’과 ‘이다르크’라는 별명을 얻었다.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요청으로 국정감사에 출석하여 MBC 상황을 증언하였고, 자유한국당은 이 후보를 위해 2차례나 논평과 성명서를 발표했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또한 미래통합당에서 미디어특위 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내심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를 노리기도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 후보는 공병호 전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에 대한 서운함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 후보는 “마침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있어 자유당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나서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비례대표 당선자를 내기 위한 자격요건은 유효투표 총수의 3% 이상을 득표하거나 지역구에서 5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어야 한다.
자유당은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아, 유효투표 총수의 3%을 얻어야 하는데 그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조심스레 점쳐진다.
이 후보는 “혹 이번 기회에 국회에 진출하지 못하더라고 다음을 노리겠다. 정치 입문의 기회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이 후보는 국회에 진출하게 되면 외교통상위원회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 이유로 MBC에 재직할 때 중국과의 방송교류 인연을 들었다. 중국에 불어 닥친 ‘한류’열풍과 중국 방송이 산업화의 길로 방향을 조정할 때에 적지 않은 역할을 담당했다고 한다. 이화여대에서 중국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 관련 업무와 공부를 하게 되면서 중국측 인사들과 네트워크도 단단히 다졌다.
이 후보는 “올 초 부임한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도 사실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다. 하지만 아직은 처지가 아니어서 인사를 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현 문재인 정부의 대중국 관계에 대해서도 일침을 놨다.
“중국과 정치경제적 관계가 점점 더 밀접해 지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굴종외교로 나가면 곤란하다. 대등한 관계로 나가야 한다”는 게 이 후보의 주장이다,
이 후보는 효령대군 22대손이다. 이른바 왕가(王家)의 피가 흐른다는 얘기다.
이 후보는 “어릴 적 할아버지 밑에서 한학과 서예를 공부했다. 이게 나 자신을 키워가는 자양분이 됐다”고 회상했다. 효령대군은 왕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태종, 정종, 태종, 세종, 문종, 단종, 세조, 예종, 성종까지 9대 왕을 거치면서 우리 나이로 91세까지 장수했다. 조선 초기 100년 역사의 산 증인인 셈.
이 후보의 정치 입문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해 볼 때 60이 되고 보니 이제야 철도 들고 인생도 알 것 같다고 한다. 수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간직한 지금이 정치하기에는 딱 좋은 나이라고도 했다. 이 후보는 고지를 향해 긴 호흡으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