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이흥수기자] 과감한 성적 묘사가 담긴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와 한국 사회와 문단을 소설 ‘즐거운 사라’로 조롱하고 흔들었으며, 1990년대 큰 사회적 파장과 함께 문학 표현의 자유 논란을 불러 일으킨 작가 마광수 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가 어제 용산구 동부이촌동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되었다. 마교수는 ‘즐거운 사라’가 음란소설이라는 이유로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해직과 복직을 반복하며 그동안 심한 우울증에 시달려 왔었다.
연세대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마 전 교수는 시인 윤동주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따며 국문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 논문은 윤동주 연구에서 놀랄만한 획기적 성과로 평가받았으며, 지금 현재도 윤동주 연구의 출발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28세에 최연소 홍익대 교수로 임용된 이후 ‘천재 교수’라고 불리며 학계의 기대를 받게 되었다. 1984년 모교 연세대로 옮기며 국문과 교수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청록파 시인 박두진의 추천으로 1977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였다.
1980년에 낸 첫 시집 ‘광마집’에 지식인으로서의 자괴감, 사회 모순에 대한 분노를 담았다.
윤동주와 상징시학, 놀이로서의 예술을 조명하는 등 연구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면모는 ‘가자, 장미여관으로’와 자유분방한 性담론 에세이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등으로 문단에서 <에로티시즘의 기수>로 떠오르면서 일반에게 잊혀져 갔다.
1991년 소설 ‘즐거운 사라’는 큰 사회적 파장과 선세이션을 일으키며 수십 년에 걸쳐 마광수 교수 삶을 괴롭혔다. 서울문화사에서 출간됐으나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간행물 윤리위원회 고발로 자진 수거되었고, 이듬해 8월 개정판이 청하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그러나 그해 청하출판사 장석주 대표와 마교수는 음란물 제작 및 배포 혐의로 구속됐고, 같은 이유로 소설은 문화부에 의해 판매금지 되었다.
마 전 교수의 죽음을 두고 사회적 타살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보수적인 한국 사회의 지나친 엄숙주의와 경직된 태도가 자유로운 상상력의 예술魂을 억압한 참혹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소설가 김도언은 “많은 자살들이 그렇지만 이번 마교수의 자살은 의심할 여지없는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며 “위선과 가식으로 뒤덮인 한국 사회가 재능과 열정이 넘쳤던,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억압과 금기를 부수는 최전선에 섰던 한 천재 지식인에게 처참하고 참을수 없었던 모욕을 안겨주고 결국은 죽음으로까지 내몰게 되었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그리고 장석주 문학평론가는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기 힘든 독특한 천재 작가이며, 사회 경직성 때문에 소외되고 따돌림당했다는 점에서 불운했다”고 마지막으로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