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 300석의 주인이 모두 가려진 16일, 당선인에게는 누구보다 벅찬 날이지만 낙선 후보에게는 참으로 쓰라린 날이다.
당내 경선부터 본선에 이르기까지 숨 가쁜 레이스를 전쟁처럼 치러냈지만 결국 패배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
허탈함과 공허함, 그리고 가족과 동지에 대한 미안함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짙은 아쉬움만 켜켜이 쌓여가는 하루다.
그래도 적지 않은 낙선 후보들은 본인의 페이스북이나 주민 커뮤니티 카페에 진심을 담은 낙선사례를 남기며 민심의 준엄한 명령을 헤아리고 다시 일어설 채비를 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당선인과는 달리 오늘 하루만큼은 위로가 필요한 후보들의 낙선사례를 인천 후보자를 중심으로 요약 정리한다.'
◇ 정의당 이정미 후보
"지난 3년, 행복하고 감사한 날들이었습니다. 주민들의 사랑도 많이 받았고 선거기간 거대 양당 박빙 속에서도 저를 지켜주시려 소신껏 밀어주셨습니다. 이제 조금 아주 조금만 쉬고, 주민들 곁에서 다시 일어서겠습니다. 대한민국 좋은 정치를 위해 제가 할 일들도 잘 찾아가겠습니다."
이 후보는 연수을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당선인과 이 지역 현역 의원인 미래통합당 민경욱 후보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송도를 중심으로 지역구에서 지지기반이 강했지만, 투표일이 임박할수록 사표를 우려하는 표심이 정 후보에게 쏠리면서 재선에 실패했다.
◇ 통합당 민경욱 후보
"최선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습니다. 유권자는 언제나 현명하십니다.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그건 우리의 오만일 뿐입니다. 그동안 성원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고, 또 송구합니다."
민 후보는 공천 배제와 번복이 반복되는 우여곡절 끝에 본선 진출을 확정하며 기사회생했지만, 막말 정치인 이미지를 떨쳐버리지 못하며 재선에 실패했다.
그래도 '우리 동네 대변인'이라는 본인의 슬로건처럼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누구보다 뛰어다닌 그의 노력을 인정하는 분위기도 지역구에는 존재한다.'
◇ 민주당 남영희 후보
"민심의 대지에 겸허히 입 맞추고자 했지만 120여일간 달려온 저의 항해로는 부족했나 봅니다. 모든 것은 저의 부족입니다. 제가 얻은 성원은 당원 동지들과 지지자 여러분께서 모아주신 것인데 그것을 이렇게 제대로 쓸 수 없게 되어 너무 죄송합니다.
무엇보다 촛불 시민혁명으로 청산해야 할 세력에게 국회의원 자리를 내준 것이 안타깝습니다만 그것 역시 대의 민주주의제도의 한 부분이니 어쩌겠습니까.
여러분의 후보로서 노무현의 정신과 문재인의 진심 그리고 남영희의 열정을 알린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이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마음을 정리하겠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부족했습니다."
청와대 행정관 출신의 남 후보는 동구미추홀을에서 무소속 윤상현 당선인과 초박빙의 승부 끝에 전국 최저 득표 차이인 171표(0.15%) 차로 석패했다.
남 후보는 윤 당선인 외에 통합당 안상수 후보까지 백전노장의 3선 의원 2명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기세를 보였지만, 이 지역구에서만 12년간 국회의원을 하며 확고한 지지층을 보유한 윤 당선인의 벽을 넘진 못했다.
◇ 통합당 유정복 후보
"선거 결과는 참담하지만,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선거운동에 함께 참여했던 분들과 성원해 주셨던 시민들께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그동안 치러온 모든 선거마다 최선을 다해왔지만, 특히 이번 선거에서 저는 그야말로 혼신을 다해 깨끗하고 진실한 선거를 해왔다고 자부하면서도 뜻을 이루어내지 못하여 못내 아쉬움이 크게 남는 것이 솔직한 저의 심정입니다.
그 누구 탓도 아니고 그 어떤 이유도 대지 않겠습니다. 오직 저의 부족함 탓입니다. 그렇지만 후회는 없고 부끄러움은 더욱 없습니다. 그동안 애써주신 사랑하는 동지 여러분들의 따뜻한 사랑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2014∼2018년 인천시장을 지낸 유 후보는 남동갑에서 민주당 맹성규 당선인에게 졌다.
2018년 인천시장 재선에 실패한 뒤 이번 총선을 발판으로 정치 재기를 노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과거 경기 김포에서 3선에 성공했지만, 이번에는 총선 20일 전에야 남동갑 전략공천이 확정된 탓에 지역 유권자의 민심을 사로잡을 시간 여유가 부족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