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2일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부정 개표의 증거라고 흔들어 댔던 투표용지가 구리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유출된 실제 투표용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투표가 끝난 후 개표소에서 여분의 투표용지가 탈취된 것으로 본 선관위는 투표용지 탈취 행위를 민주적 선거 질서를 해치는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투표용지로 여론을 선동하는 것을 두고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세상을 발칵 뒤집을 증거가 있다’고 했던 민경욱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4·15총선 투표가 조작됐다며 그 증거로 기표가 되지 않은 비례대표 투표용지 6장을 공개했다.
이날 민 의원은 취재진에게 "사전 투표용지들이 담겨 있는 사전 투표용지 투표함에서 발견된 일련번호가 붙어 있는 당일 투표지"라며 투표용지를 들고 마구 흔들었다.
민 의원은 사전 투표용지는 미리 준비하지 않고 그때그때 출력하기 때문에 여분이 생길 수 없다며, 자신이 들고 있는 사전 투표용지 자체가 조작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 조사 결과, 민 의원이 제시한 투표용지는 사전 투표가 아니라 총선 당일 본 투표가 끝나고 남은 용지였다.
선관위 관계자는 "민 의원이 공개한 투표용지 일련번호를 대조해 추적한 결과, 경기도 구리시 선관위가 분실한 투표용지 6장인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 투표용지가 구리시 수택2동 제2투표구에서 분실된 잔여 투표용지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는 민 의원이 불러준 투표용지 일련번호가 분실된 잔여투표용지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구리시 선관위에 따르면 개표소에서 수택2동 제2투표소의 투표자 수와 투표용지 교부 수가 맞지 않아 잔여 투표용지가 남았다고 한다. 당시 구리시 선관위는 이 사실을 확인하고, 잔여 투표용지 등 선거 관계 서류가 들어 있는 선거 가방을 구리시 체육관 개표소 내 체력단련실에 임시 보관했다.
하지만 구리시 체력단련실에 임시 보관됐던 잔여 투표용지가 민경욱 의원에 의해 공개되면서 누군가 훔쳐서 민 의원에게 건넨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는 “구리시 선관위가 해당 잔여 투표용지 등 선거 관계 서류가 들어 있는 선거 가방을 개표소인 구리시체육관 내 체력단련실에 임시 보관했지만, 성명불상자가 잔여 투표용지 일부를 탈취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민 의원을 겨냥해 “잔여 투표용지를 부정선거의 증거라고 제시한 당사자는 투표용지를 어떻게 확보했는지 입수 경위 등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추후에 감당할 책임을 강조했다.
공직선거법 제244조에 따르면 투표용지를 은닉 또는 탈취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다.
또 형법 제141조(공용서류 등의 무효, 공용물의 파괴) 제1항과 제329조(절도)에 해당돼 비록 민경욱 의원이 투표용지 탈취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형법 제362조 ‘장물을 취득, 양도, 운반 또는 보관한 자’로 처벌받을 수 있다.
사전투표 조작설은 4.15 총선 직후 ‘가로세로연구소’ 등 일부 유튜버들이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시작됐고, 인천 연수을에서 낙선한 민경욱 의원이 가세해 판이 확대됐다.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 의원은 “중앙선관위가 저에 대한 고발을 검토하겠다는데 저를 경찰이나 검찰이 조사한다면 부정선거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다는 말이겠다"라며 "땡큐! 자유민주주의 수호 제단에 기꺼이 제 피를 뿌리겠다. 나를 잡아가라”라고 호기를 드러냈다.
민 의원은 또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들을 대상으로 부정선거 제보 현상금을 걸었다. 민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60만원을 기부하셨는데 제가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제 돈 1500만원을 좋은 일에 쓰겠다"라며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 여러분. 이번 부정선거를 밝힐 수 있는 제보를 달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휴대폰 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공개하면서 "오늘 접수되는 결정적인 증거와 제보에는 500만원, 내일은 400만원, 15일 300만원, 16일 200만원, 17일에는 100만원을 드리겠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본인 이야기도 좋고 주변 사람의 이야기여도 좋다"며 "서둘러달라. 하루에 현상금 100만원씩 줄어든다"라고 덧붙였다.
민 의원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개표 사무원이 위촉됐다고 보고 있다. 그는 개표 현장을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억양이 귀에 닿지 않는 한 분이 아르바이트생이라고 한다. 중국 동포들, 중국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우려가 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만약 일부 선관위에서 개표사무원으로 중국 동포를 위촉했더라도 문제 될 것은 없다"라며 "개표사무원의 자격 요건에 대한민국 국민이어야 한다는 조건은 없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