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 의혹과 관련, “부정부패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도 그런 사람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세월호 1주기 관련 현안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번 기회에 우리 정치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문제가 있는 부분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한번 완전히 밝힐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합통신넷= 김현태기자] 성완종 리스트가 ‘친박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혹’으로 번지면서 정부여당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목숨을 내놓겠다”는 섬뜩한 발언까지 등장했다. 다양한 대응 가운데 가장 고전적인 전략은 ‘노무현 끌어들이기’다.
이완구 총리에게 3000만원을 줬다는 성 전 회장의 증언이 등장한 14일, 김영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돌이켜보면 성완종 전 회장과 관련된 여러 가지 부정부패의 씨앗은 과연 언제부터 움트기 시작했나. 이것은 참여정부”라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이 참여정부에서 특별 사면됐고, 2004년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대통령의 거부로 발효되지 못했다며 한 말이다.
새누리당은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대응하고, 정권 실세와 의원들의 이름이 거론되자 참여정부 시절 특별사면에 대해 강조하기 시작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3일 “그 짧은 시간에 두 번이나 특별사면을 받은 게 의혹 아닌가”라며 “검찰이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불리한 국면에 처할 때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새누리당은 노무현 없었으면 정치를 어떻게 할까’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자원외교 비리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를 이용했다. “노무현 정부 때도 자원외교 했다는 것”이다.
자원외교 국정조사 특위 새누리당 간사를 맡은 권성동 의원은 국정조사가 진행되는 내내 “해외자원개발 정책은 노무현 정부에서 수립된 정책으로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에서 수립된 정책 중에 유일하게 계승 발전시킨 것”이라거나 “(문제가 된) 볼레오, 암바토비 사업 모두 노무현 정부 당시 대한광업진흥공사 사장이었던 이한호씨가 다 의사결정을 했다”는 식의 논리를 펼쳤다.
야당 간사인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권성동 의원에게 “새누리당은 문제가 생기면 참여정부를 물고 들어가 자신들의 실책을 호도하려 한다. 새누리당의 병”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이러한 주장은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공사가 2003년 이후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한 31조 4000억 원 중 27조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 투자한 돈이라는 감사원의 발표로 민망해졌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 지지율을 20%까지 떨어뜨렸던 정윤회 문건 논란 때도 마찬가지였다. 비선실세 의혹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15일 국회 긴급현안질의 자리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노무현 정부의) 이광재 국정상황실장, 최도술 총무비서관처럼 대선자금 수수로 사법 처리되는 상황이 국정농단”(이장우) “노무현 정부의 이광재·노건평처럼 돈을 받고 인사에 개입한 것이 국정 농단”(김태흠)이라며 노무현 정부를 끌어들였다.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은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출석한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엉뚱하게도 통합진보당 이야기를 꺼냈다. 김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민정수석이 형기 2분의1도 못 채운 사람(이석기)을 가석방 시켰던 이런 것이 농단이고 국기 문란 행위다. 통진당이 해산되는 이 마당에 한 마디의 말도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말에 야당 의원들이 “자꾸 옛날이야기를 하고 있어” “박근혜 정부의 비서실장 불러놓고 과거 정부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뭐하자는 거냐”고 항의해 소란이 일었다.
NLL 대화록을 둘러싼 논란도 노무현 정부를 이용한 물타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에 대한 국정조사를 두고 여야가 대립하던 2013년 6월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일부 발췌록을 열람한 뒤 노 전 대통령이 NLL(북방한계선)을 포기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한기범 1차장을 국회로 보내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을 열람시켰다. 당시 야당 정보위 간사였던 정청래 의원은 “국정원이 보여준 문건은 대화록 원본이 아니라 왜곡훼손한 내용”이라며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물타기 하려는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야합”이라고 반박했다.
새누리당의 이러한 전략은 정부여당의 잘못을 희석시키는 동시에 해결해야할 문제를 ‘정쟁’으로 만드는 효과를 지닌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1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문제 해결이 아니라 ‘우리는 모두 더럽다’고 이야기함으로써 국민들 입장에서 ‘정치는 원래 더럽다’고 느끼게 만드는 네거티브 전략”이라며 “이런 논의에 어떤 생산성이 있고 미래를 향한 전망이 있겠느냐”고 밝혔다.
최영일 평론가는 “여당이 일단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부터 수사하고, 야당도 연관이 되어 있으니 여야를 막론하고 털고 가자, 나아가 이런 시스템을 고쳐보자고 야당에 제안할 수 있다”며 “그런데 지금 여당이 던지는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 국민들 입장에서 개혁으로 비출지 정쟁으로 비출지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