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전 운전기사 "4월4일 성완종 찾아와 독대했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 2013년 4월 4일 오후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만나 독대했다고 당시 이 총리를 수행하던 운전기사가 증언했다. 성 전 회장측이 아닌 이 총리측 비서진이 직접 그날의 진실에 입을 연 것이다.
이 총리는 연일 계속되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성완종 전 회장을 만난 기억이 없고, 독대를 안 했다"며 만남 자체를 부인해 거짓말 논란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3년 3월부터 6월까지 약 4개월간 이완구 총리를 수행한 운전기사 A씨는 CBS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해 4월 4월 이 총리와 고 성 전 회장이 충남 부여 선거사무실에서 만났고, 독대를 했었다고 밝혔다.
조심스럽게 인터뷰에 응한 A씨는 그날이 충남도청을 홍성으로 이전하는 개청식이 열려 박근혜 대통령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특별한 날이었던 만큼 일정을 비교적 상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A씨는 "홍성에서 큰 행사가 끝나고 부여에 있는 선거사무실로 바로 운전해 왔었다. 도착한 뒤 사무실에 올라갔는데 성완종 의원과 함께온 비서가 있었다. 비서와 사무실에서 얘기를 나눴던 것이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당일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로 보이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던 장면이 뚜렷하게 기억이 난다는 것이다. A씨가 성 전 회장을 특별히 기억했던 것은 비서가 부른 '회장님'이라는 특별한 호칭 때문이었다.
A씨는 "보통 우리는 '의원님'이라고 부르는데, 그쪽 직원은 '회장님'이라고 부르더라.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우리는 원래 회장님이라고 한다'고 얘기하더라. 성완종 의원 비서하고 사무실에서 그런 얘기를 나눠서 더 기억이 난다"고 진술했다.
A씨는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이 후보의 방 안에서 독대를 하는 동안 사무실 테이블에서 쉬면서 비서와 그같은 대화를 나눴다고 회상했다. A씨가 만났다는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의 첫 소환 인물인 이모씨로 추정된다.
성 전 회장이 사무실을 잠깐 방문하고 독대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해 A씨는 "그럴 수가 없다. 현역 의원들은 다 독대를 했다"고 일축했다.
A씨는 "독대를 하셨다. 의원님 정도면 독대를 했다. 참모는 다 물리고 만났었다"고 당시 캠프 상황을 환기했다. 게다가 성 전 회장의 비서와 사무실에서 함께 기다렸기 때문에 그 사이 방에서 만남이 이뤄진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A씨의 기억은 부여 사무실 구조를 상세히 묘사할 만큼 정확했다. "사무실에 들어서면 손님을 맞이하는 테이블이 3개 있었고, 방은 세 칸이 있었다. 왼쪽부터 이완구 후보의 방이고, 두번째는 전화요원들, 세번째는 회계나 전략을 하는 참모들이 썼다"고 회상했다.
이 총리는 첫번째 방에서 현역 국회의원들이 올 때마다 참모나 비서들을 물리치고 독대를 했다고 한다.
A씨의 진술은 성 전 회장이 방문했다는 시간대와도 일치했다. 그는 "행사가 몇시에 끝났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충남도청에서 부여 사무실까지는 1시간이면 갔다. 늦어도 1시간10분이다. 지사님이 항상 빨리 이동하는 것을 선호하셨다. 그날도 주차장에 차가 많았는데 서둘러 차를 빼서 출발했었다"고 말했다.
개청식은 오후 2시부터 약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오후 3시30분에 출발했을 경우 부여 사무실까지 도착 시간은 약 4시30분이다. 이는 성 전 회장측이 사무실에 갔었다고 한 시간과 맞아떨어진다.
이완구 총리는 "그날 기자들이 많아 독대는 불가능했다"고 해명했지만 A씨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기자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고 떠올렸다. 이는 그날 일부 충청권 지역 기자들이 사무실에 있었고, 성 전 회장과 이완구 총리의 독대 모습을 기자들이 직접 목격했다는 CBS보도(4월 14일자성완종, 이완구 독대했었다)와도 일치한다.
이 총리가 4.24 재선거에서 당선된 뒤로도 서울로 상경해 수행운전을 계속 했던 A씨는 그해 5월에도 두 사람이 여의도에서 만난 적이 있다고 기억을 상기시켰다.
A씨는 "5월 중하순쯤에 여의도 인근 식당에서 성 전 회장을 만났던 것을 기억한다. 제 기억으로는 'ㅇ'중식당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날도 성 전 회장의 비서와 기다리며 몇 마디를 나눴다는 것이다.
A씨는 인터뷰 내내 '지사님' 또는 '총리님'이라는 존칭을 사용하며 차분하게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비타500 박스는 본 기억이 없다"며 자신이 아는 부분만을 담담히 얘기했다. A씨는 그해 약 4개월간 이 총리의 수행운전을 하고 그만둔 뒤 정치권과는 전혀 무관하게 지내고 있다.
한편 이완구 총리는 15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2013년 4월4일 성 전 회장을 사무실에서 만났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추궁에 "성 전 회장은 만난 기억이 없다. 독대는 안 했다"고 수 차례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