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지금까지 발생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대다수는 피해자와 가까운 곳에 살고 있던 지역 주민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출소 후 다시 자신의 거주 지역으로 돌아가며, 주민들은 재범 위험성에 노출 된 채 살아가야 한다. 과연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방안은 마련돼 있는가 알아봤다. <여는 말>
지난 9월,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출소 후 본래 거주지인 안산으로 돌아간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곳은 해당 사건의 피해자가 사는 지역이기도 하다. 안산 지역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고 피해자 가족은 이사를 고민해야만 했다. 실제 아동 성범죄자는 자신과 친숙한 장소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이는 대부분 범죄자의 거주 지역 주변이다.
국내 1호 프로파일러이며 실제 조두순을 만나 면담한 적 있는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겸임 교수는 아동 성범죄자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미숙한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이들은 타인에게 어떠한 제안을 했을 때 거절 받는 것에 대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며 불편함을 더욱 많이 느낀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와 같은 반사회적 경향 때문에 낯선 장소보다 범인의 거주지와 가까우며 이들과 친숙한 장소에서 범행을 저지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탐사하다 by 중앙일보’가 성범죄자 알림e 웹사이트에 공개된 서울·경기 지역에 사는 아동 성범죄자 215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84명(39.1%)이 출소한 뒤 범행을 저질렀던 장소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아이들과 가장 친숙한 장소인 ‘학교’ 주변에도 아동 성범죄자 다수가 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동 성범죄자의 재범 위험성은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조사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 및 추세 분석’에 따르면, 연구원은 2018년도 아동 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자 2,431명에게 ‘한국형 성범죄자 재범 위험성 평가척도(K-SORAS)’ 및 ‘정신병질자 선별도구(PCL-R)’를 실시했다. 이 중 강간의 경우 검사자 153명 중 30점 만점 기준 위험성이 ‘상(13~29점)’에 속한 인원이 65명(42.5%), ‘중(7~12점)’에 속한 인원이 80명(52.3%)으로 고위험군에 심하게 몰려있었다.
PCL-R 검사를 받은 강간범 129명도 40점 만점 기준 위험성이 ‘상(25~40)’에 속한 인원은 14명(11.0%), ‘중(7~24점)’에 속한 인원은 94명(74%)으로 과반수가 고위험군에 속한 모습을 보였다.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조사한 성범죄자 신상등록 현황에 따르면 10년간 7만4956명이 성범죄자로 신상이 등록됐고 이 중 신상 재등록 자는 2,901명, 그리고 이들 중 1,811명(62.4%)이 3년 이내 성범죄를 다시 저질렀다. 이에 권 교수는 “모든 문제가 자신이 아닌 상대방에게 있다는 전형적인 범죄자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라며 “반성의 기미는커녕, 피해자를 비난하는 심리 상태”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이와 같은 아동 성범죄자의 행보는 막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원 결정이나 명령, 보호관찰소 신청으로 준수사항을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특정 범죄자만 제한할 뿐만 아니라 오직 시·군·구만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동 범위를 제한받는 성범죄자라 하더라도 최소한 시·군·구 안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이들을 강제로 거주이전 할 수 있는 현행법이 없다. 사회적 논의를 거쳐 이 부분이 해결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이에 반해 미국 40개 주에서는 일명 ‘제시카 법’을 적용해 아동 성범죄자가 피해자 및 아동·청소년 거주지역, 학교 등 관련 시설로부터 2,000피트(약 600m) 밖으로 제한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뉴욕주의 경우 500m, 플로리다주 2,500피트 등 약 1,000~2,500피트 반경으로 아동 성범죄자의 거주를 제한한다.
‘성범죄자 알림e’, ‘전자발찌’ 제도 개선 필요
계속되는 재범으로, 대한민국은 성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52조’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따라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범죄자의 얼굴, 성명, 나이, 주소 및 실제 거주지, 성범죄 요지, 성폭력 범죄 전과 사실 그리고 전자발찌 부착 여부 등의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한다. 이에 대해 ㄱ 씨는 “아이들이 걱정돼 우리 동네 성범죄자 정보를 검색하려 했지만 설치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많아 번거로웠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성범죄자의 실제 거주지와 제공되는 주소와 다른 경우도 있어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성범죄자 알림e’는 2010년 1월 1일 이후의 아동 성범죄자와 인터넷 열람 명령을 선고받은 성범죄자의 정보만 공개한다. 이는 단편적인 정보 제공이라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송문호(법전원·법학) 교수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 국민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현재, 성범죄자의 얼굴을 사이트로 확인해도 알아볼 수 없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성범죄자 알림e’는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아동·청소년 보호 세대와 학교 등에 우편으로 성범죄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고지 대상자는 급감하는데 반해 신상 등록 대상자는 늘고 있다. 법무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고지제도가 처음 도입된 2011년 455건에서 2013년 2,284건으로 많이 증가했다가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8년에는 710건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신상 등록 대상자는 2008년 264건에서 2018년 14,053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재범 방지를 위해 2008년 9월 1일부터 전자감독제도가 실시됐다. 이는 ‘특정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 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4월, 19세 미만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1:1 보호관찰로 확대됐다. 그러나 2017년 원주시에서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자가 출소 3개월 만에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여성을 성폭행하는 재범을 저지르면서 전자발찌의 실효성이 재고됐다. 그 과정에서 성범죄자가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4시간 동안 보호관찰소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는 점은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다.
법무부가 공개한 ‘최근 5년간 전자 감독 집행 현황'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 8월 말까지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폭력 사범 1만5442명 중 294명이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다시 성폭력을 저질렀다. 또한, 전자 감독 담당 부서인 범죄예방정책국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직원 1명당 17.3명의 전자발찌 착용 범죄자를 관리하고 있다. 이는 OECD 평균치보다 7.3명 많은 수치이다. 송 교수는 “전자발찌는 구체적인 행동반경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라며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자를 관리 감독할 보호관찰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라고 말했다. 또한, 권 교수는 “전자발찌는 한시적인 범죄억제의 효과가 있을 뿐 본질적인 해법이 아니다. 치료적 개입과 감시, 억제책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라고 전했다.
아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 구축 필요
전문가들은 재범에 대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이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하거나 심리치료에 대한 부분을 구체화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송 교수는 ‘보호수용법안’에 대해 “엄격한 심리검사를 통해 개선이 불가능하고 위험성이 높은 성범죄자는 출소 후에도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한다”라며 그들은 현대 과학으로 치료할 수 없다고 전했다. ‘보호수용법안’은 양금희 국민의 힘 의원이 발의했으며 재범 위험성이 큰 살인·성폭력 범죄자는 출소 뒤 1~10년간 격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어서 송 교수는 “유년 시절부터 소아성애증이 나타나 이에 대한 쾌감을 참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그들이 출소한다면 전자발찌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미 처벌을 받았기 때문에 치료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일정 구역 안에서는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권 교수는 단순히 재범의 우려가 있다고 해서 발생하지 않은 범죄를 미리 처벌할 수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재범의 우려가 높은 범죄의 경우 지속적으로 치료적 개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2011년부터 아동 성폭력 사범에게 심리치료를 시작했으나 재범 위험성을 평가하는 체계는 2014년 만들어졌다. 허술한 평가체계는 2017년 당시 조두순에게 가장 낮은 단계의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듣게 했다. 이 같은 재범 위험성 평가 방식은 2018년이 돼서야 개선됐다. 뿐만 아니라 전문 상담 인력 부족도 심리치료의 발목을 잡았다. 실제 법무부에서는 외부 강사를 초청할 재정이 풍부하지 않아 일반 교도관이 상담 치료에 투입됐다, 그마저도 심리치료과가 있는 교정시설은 53곳 중 5곳뿐이다.
권 교수는 “아동 성범죄의 대상은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자기 마음대로 통제하고 조종하려는 심리적인 문제가 크다”라고 말하며 그들에게 범죄가 동기화되는 과정은 심리적인 문제에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어서 “중형으로 처벌받는다고 하더라도 범행동기가 없어지도록 치료적 개입을 하지 않으면 재범이 높다”라며 “전자발찌와 CCTV는 범죄를 억제할 뿐 범행동기 자체를 없앨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 차원에서의 예산 투입과 전문 인력 양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성범죄에 대한 연구와 치료 프로그램 개발에 많은 예산과 전문가가 필요하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경고했다.
현재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 성폭력 재범 방지를 위한 개정안이 계속해서 발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