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스프리존]박유제 선임기자=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의 여기자 성추행 의혹 논란이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26일. '분지의 보수도시'라 일컫는 대구시내 두 곳에 눈의 띄는 펼침막 두개가 걸렸다. '여기자 성추행 주호영은 사과하라'는 내용이었다.
국민의힘당 대구시당 앞 교차로와 수성구 주호영 국회의원 사무실 옆에 펼침막을 내건 사람은 바로 주호영 원내대표 지역구 구민. 수소문 끝에 연락이 닿은 A씨는 40대 초반의 자영업자다.
Q. 펼침막을 걸게 된 동기는?
A. 이건 아니다 싶으면 말하는 성격이다. 주호영 의원 지역구에 살고 있는 대구시민으로서 '성추행 의혹 동영상'을 보고 또 봤다. 충격을 받았다. 아무리 마음에 안 드는 질문을 한다고 해도 여성을 저렇게 밀치고 손을 저렇게 함부로 댈 수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사람으로서)지역구 국회의원이 타 지역에서 하는 행동에 수치스럽고 부끄러웠다. 뻔뻔하다는 생각까지 들었고 지역구민에 알리고 싶었다.
Q. 혼자 결정하고 펼침막을 혼자 달았나?
A. 아니다. 주 의원의 손이 우리 가족이나 지인에게 저렇게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아찔했다. 그래서 평소에 자주 만나고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였을 때 동영상을 보고 '알리자'는 데 뜻을 모으고 방법을 논의했다. 펼침막 제작 비용도 그들과 함께 나눠서 냈다.
Q. 대구에서도 '성추행 의혹 논란'에 대해 어느 정도 알려지지 않았는가?
A.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은 많지만, 지역 언론을 통해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언론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받아쓰기'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이번에 정말 그러하다는 확신이 서게 됐다. 반대로 정의당 대표가 성추행 논란으로 사퇴한 것을 두고는 어찌 이렇게 열심히 보도할 수 있는지 정말 의아스러웠다.
Q. 그렇더라도 보수성향의 도시인 대구에서, 그것도 주 원내대표의 지역구 구민으로서 나서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A. 주 의원 자신이 명예훼손 운운하며 적반하장 식으로 나설게 아니라 기자의 질문에 완력을 쓰며 몸으로 밀치고, 게다가 여성의 신체를 접촉한 행위는 사과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럼에도 명예훼손으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나선 행위는 일고의 반성조차 않는 것이고 지역구민 전체를 욕먹이는 행동이나 다름없다고 판단했다. 그 수치심을 왜 우리가 느껴야 하는가.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A. (성추행 의혹 논란과 관련한)사실을 왜곡 보도하거나 보도하지 않는 기자들은 같은 기자가 그렇게 당하는데도 양심의 가책이 없는가 묻고 싶다. 정치인들 눈치나 보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받아쓰기'나 하는 그런 기자들도 '사회적 공범'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을 꼭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