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는 MB정권의 정치사찰에 책임져야"
"당시 경남도지사로 재직..저에 대한 사찰 관련 정보를 국정원에 요청중에 있다"
[정현숙 기자]= 4.7 보궐선거에 부산시장 예비후보로 나선 박형준 후보의 이름이 명시된 불법사찰 문건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이에 정무수석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입에 혀처럼 심복 노릇을 했던 박형준 후보가 부산시장 자격이 없다면서 즉시 후보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명박 청와대의 요청으로 국정원이 18대 국회의원 전원과 방송·언론인 등 민간인 1,000여명을 사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모르쇠로 선거철 공세로 호도하고 있다. 국정원의 불법사찰은 법원 판결과 언론취재로 드러났지만 도둑이 제발 저린 격으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들먹이며 역공을 취하고 있다.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시절의 국가정보원이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연예인 등을 대규모 불법사찰한 의혹과 관련해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박형준 후보가 입장을 밝히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두관 의원은 18일 페이스북에서 언론에 공개된 국정원의 정치인 사찰 문건 내용이 가히 충격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는 먼저 MB정권의 정치사찰에 책임져야>라는 제목으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독재정권 하에서나 있을 법한 정치인에 대한 사찰이 백일하에 드러났다"라며 "이 문건을 통해 당시 이명박 정부가 야당을 어떻게 보고 취급했는가를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이 문제는 과거의 잘못으로 반성하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내용자체도 충격적이지만 군사독재 정권을 넘어 정권교체를 경험한 이후의 정부에서 이런 사찰이 일상적으로 일어났다는 것은 민주공화국을 포기한 이명박 정부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말해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에 대해 ‘종북’ ‘좌편향’ ‘국론분열조장’ ‘이념 오염’ ‘주민 현혹’ ‘국가 정체성 훼손’ 등의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이것이 통상적인 수준의 동향 보고의 범주를 크게 벗어난다는 점"이라며 "이것은 정권이 국정원을 이용하여, 개별 정치인을 사찰한 반민주적인 행위이다"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저 역시 당시 경남도지사로 재직했었기에, 저에 대한 사찰 관련 정보를 국정원에 요청중에 있다"라며 "더군다나 사찰에 미행, 도청, 해킹이 사용되었다는 천인공노할 보도내용도 있었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것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게이트 차원에서 진상조사가 필요한 내용이다"라고 했다.
아울러 "박형준 후보는 이명박 정부 3년차에 정무수석을 지냈고, 이 문건이 작성된 당시에는 청와대 사회특별보좌관을 지내고 있었다"라며 "이건 그냥 묵과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박형준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렸던 분"이라며 "청와대 홍보기획관(수석급)과 정무수석, 사회특별보좌관을 지낸 핵심중 핵심인사다. 사실상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정무대응라인의 최일선에서 일했던 분"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오늘 공개된 문건으로 이명박 정부의 정무라인이 이런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질러왔다는 것이 밝혀진 이상 여기와 무관할 수 없는 박형준 전 수석은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우선 이런 과거 행적을 가진 분이 부산시장 후보로 나온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풀뿌리 민주주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이런 반민주적 인사가 출마하는 것 자체가 민주공화국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김 의원은 "박형준 후보는 이 사안에 책임있는 해명을 해야 한다"라며 "모른다는 말로 빠져나갈 사안이 아니다. 도의적, 정치적, 법적 책임을 모두 져야한다. 유신 시대에나 있을법한 정치공작의 주체가 누구인지,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정태호 의원도 전날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과 인터뷰에서 “사안 자체가 MB판 국정농단 사건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라며 “반드시 진실이 밝혀져야 하는 것이고 박 후보가 당시 정무수석이었으니 본인도 이런 내용을 스스로 밝혀야 한다”라고 했다.
안민석 의원은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 전화 인터뷰에서 박 후보가 이 사안을 선거를 앞둔 여권의 ‘정치공작’으로 규정한 데 대해 “어리석은 프레임”이라며 “정치공작이라고 얘기하는 순간 불법사찰을 시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무수석실의 주요 업무가 국회의원들을 관리하는 것”이라며 “이 사안 전반에 대해서 박형준 당시에 정무수석이 이 사안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라고 했다.
한편 박형준 후보는 이런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정치공작으로 치부하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에 분노한 여론은 과거 박형준 후보가 '다스의 주인은 MB가 아니다'는 발언과 '국정원 민간인 댓글부대' 운영을 부정한 사실을 소환해 비판하고 있다. 이후 모두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10월 26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박 후보는 "다스는 검찰과 특검의 조사 결과 이명박 대통령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유시민 작가가 던진 "그래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박 후보는 당시 "천안함 폭침이나 김광석 사건과 마찬가지로 편향된 탐사보도가 여론몰이를 주도하고 있다"라며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질문도 조직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에 유 작가는 "저는 다스가 이명박 대통령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 소유가 아니면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라고 했다.
김미경 최운산장군기념사업회 이사는 SNS로 "이명박이 다스 주인인거 온 국민이 다 아는데 이명박 종살이 하며 잡스런 수발하던 자가 그걸 몰랐다? 이명박이랑 순장돼야 할 쓰레기들이 날뛰는 꼴이란~"이라고 힐난했다.
앞서 지난 2017년 8월 10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유시민 작가는 박 후보에게 국정원 민간인 댓글부대 운영 사실을 물었다.
이에 박 후보는 "국정원에서 국내 관련 정보보고는 늘 받았지만 이건 제가 진짜 몰랐던 일이고, 만약 알았던 걸로 밝혀지면 제가 단두대로 가겠다”라고 호언장담 했다.
하지만 이 방송이 나가고 두 달여가 지난 2017년 10월 26일 '경향신문'은 MB정권 청와대가 국정원과 군 사이버방위사령부, 경찰을 동원해 댓글 공작을 진두지휘했다고 보도했다. 박형준 후보가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관으로 있었다.
2009년 4월 2일 작성한 문건에는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는 ○○(해당 기관) 제공 자료 중 평균 2건 이상을 포함하여 ‘일일 여론동향 보고서(1P)’를 생산, 대통령님을 비롯한 BH 수석실 내 148명에게 일일 단위로 배포”라고 적혀 있었다.
당시 네티즌들은 이명박 정권의 댓글을 통한 여론 조작과 다스 논란 등 각종 의혹이 하나씩 사실로 드러는 정황을 보고 '썰전' 시청자 게시판에 "박형준은 단두대 발언 약속을 지키라"라며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폭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