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웃돈 주고 산 엘시티 로얄층 2채, 지난 1년 사이 약 20억씩(총 40억) 뛰었다, 수익률이 엄청나네?
경쟁률 17대 1일 정도로 뜨거웠으며, 청약 당일도 계약자들로 북적북적. 웃돈 적어도 7천만원이었다는데?
문제의 '로열층'은 '임자' 따로 있는 물건이었다고, 김어존 총수 "시장에 나온 적이 없다는데, 어떻게 샀을까?"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같은 날, (박형준 후보)아들과 딸에게 로얄층(B동 17, 18층) 위아래를 각각 판 그 사람은 누구길래, 그 귀한 분양권을 팔았을까. 당시 그 때 억대 프리미엄을 넘었는데 겨우 (분양가에서) 500, 700(만원 더) 받고. 그 500, 700이 각각 지난 1년간 20억씩 뛰어서 40억 벌게 됐다는 거예요. 500, 700만원으로 20억씩 벌었으니 대단하지 않습니까?"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19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 중)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인 박형준 전 의원과 관련한 각종 비리 의혹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면서, 요즘 그에겐 '이명박형준'이라는 호칭까지 붙었다. 박형준 전 의원은 과거 이명박 씨의 대변인을 맡으며 BBK 주가조작 사건 등을 물타기하는데 앞장선, 최측근 중의 최측근이다. 그는 이명박 정권 청와대에서 홍보기획관, 정무수석 등을 지냈는데, 해당 시기 '4대강 반대단체' 사찰 논란에 휩싸여 있다.
여기에 박형준 전 의원의 가족이 부산 해운대 초호화 주상복합아파트인 엘시티를 2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며 또 구설에 휩싸였다. 박형준 전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배우자와 의붓딸이 각각 엘시티 분양권을 매수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배우자인 조모 씨가 지난해 4월 정상적인 매매 거래를 통해 구입했다고 해명했으나, 정작 조 씨에게 아파트를 판 사람은 다름 아닌 조 씨의 아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엘시티 2채는 당초 박형준 전 의원의 의붓아들과 의붓딸의 명의로 구매한 것이었다.
18일 <SBS>가 공개한 엘시티 매매 계약서를 보면, 박형준 전 의원의 배우자인 조 모씨가 최 모씨에게 웃돈 1억원을 주고 지난해 4월 구입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최 모씨(81년생)은 다름 아닌 조 씨의 아들이자, 박 전 의원의 의붓아들이다. 결론은 2015년 10월 28일자 최초 청약일로부터 박형준 전 의원의 가족은 엘시티 두 채를 줄곧 가지고 있던 것이다.
박형준 전 의원의 의붓아들인 최모 씨는 지난 2015년 10월 28일 최초 청약이 있던 날, 분양권을 갖고 있던 이 모 씨에게 20억 2천200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웃돈(프리미엄)은 700만원이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조씨의 딸이자 박 전 의원의 의붓딸인 최모 씨도 그 아래층을 역시 최초 분양자로부터 웃돈 500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결국 같은 날 엘시티 아파트 위아래 두 채가 박 전 의원의 의붓아들, 의붓딸 명의가 된 것이다.
박형준 후보 캠프 관계자는 조씨의 아들이 2015년 10월 1차 청약이 있던 날, 실제 계약하는 사람이 적어 약간의 웃돈만 받고 팔자는 분위기가 있었고 아파트 잔금을 치를 능력이 안 돼 여기저기 팔려고 하다가 결국 모친에게 판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형준 전 의원 측 주장대로라면, 아들이 구매한 엘시티 아파트가 잘 안 팔리는 것을 안타까워한 모친이 1억원이라는 웃돈을 주고 구입했다는 끈끈한 가족애(?)가 담긴 이야기 같다.
그러면 그 해명엔 설득력이 있을까? 최초 청약이 있던 날인 2015년 10월 28일경의 '엘시티' 관련 기사들을 찾아봤다. 당일 <부산일보>의 <'청약 돌풍' 엘시티, 이번엔 조기 완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 청약 첫날 상황 분위기가 상세히 묘사돼 있다.
"청약 돌풍을 일으킨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엘시티 더샵'이 실제 계약에서도 대박을 터뜨릴 조짐이다. 정당계약(지정 계약 기간 내 계약) 첫날 계약률이 50% 안팎인 데다 3순위 청약자와 예비당첨자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조기 완판'이 점쳐진다.
특히 청약 경쟁률이 평균 17 대 1로 나온 후 수도권 자산가들이 부산 부동산업계에 수요를 타진하는 문의가 폭주하는 상황이어서 이제는 계약률보다 완판 시점에 관심이 쏠릴 정도다. 28일 부산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해운대 엘시티 더샵'은 정당계약 첫날이었던 이날 하루 동안 400명 이상이 계약해 계약률이 50% 안팎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대 엘시티 더샵'의 총 물량은 전용면적 144~244㎡(펜트하우스) 882세대다. 부산 건설업계는 크게 놀라는 눈치다. '해운대 엘시티 더샵' 청약 경쟁률 발표 직후부터 예고됐던 흐름이긴 하지만 이 같은 정당계약 첫날 계약률은 일대 사건으로 풀이된다.
부산의 한 중견 건설사 대표는 '대형 평형대 최고급 아파트 분양에서 이렇게 뜨거운 분위기가 나온 건 전례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아침부터 해운대구 중동에 자리한 견본주택엔 당첨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했고 계약 접수 창구가 마련된 3층은 온종일 장사진을 이뤘다. (이하 중략)
일단 정당계약률은 60~70%대에 무게가 실린다. 통상 계약 둘째 날부터 계약률이 떨어진다. 현 추세라면 정당계약률 60%는 가뿐하다는 것. 여기에 당첨자뿐 아니라 계약을 원하는 대기자도 많다. 3순위 청약자 2천600여 명과 예비 당첨자 160여 명이 대기 중이다. (이하 중략) 한편 '해운대 엘시티 더샵'은 30일까지 1순위 당첨자 계약을 끝낸 후 31일 예비당첨자 계약을 거쳐 다음 달 1일 3순위 당첨자를 발표한다"
또 그 다음날 <한국경제> 기사 <부산 해운대 엘시티 더샵, 28일 계약 첫날 현장에 가보니>를 봐도 역시 분위기는 같다. 분양권 웃돈이 7천만원까지 붙었고, 1억원 이상으로도 오를 거라 전망하고 있다.
"전국적인 관심이 모아지면서 분양권에 대한 웃돈(프리미엄) 전망치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현재 분양권에는 최고 7000만원까지 웃돈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대 엘시티 더샵은 분양권 전매 제한을 받지 않아 계약금만 완납하면 합법적인 분양권 거래가 가능하다. 이를 근거로, 일부 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계약금 완납된 분양권은 프리미엄이 1억원 이상까지도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시 최초 분양가에서 수천만원의 웃돈이 오갔다는 얘기다. 당일 현장은 매우 북적거렸으며 계약하는 사람이 50%를 넘었다는데, 박형준 후보 측의 "계약하는 사람이 적었다"는 말을 신뢰할 수 있을까?
그리고 박형준 전 의원의 의붓자녀들 명의로 계약한 층은 '로얄층'으로 가장 프리미엄이 높을 것이며, 억대의 웃돈이 오갔을 것으로 추정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고작 500만원과 700만원의 웃돈만 지급하고 구매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최초 계약자가 엄청난 손해를 보고 박 전 의원 의붓자녀듫에게 분양권을 넘겼다는 셈이다. 정말 자비로운 '대인배'(?)의 정체가 문득 궁금해진다.
박형준 전 의원 측은 의붓아들 최 모씨가 잔금을 치를 능력이 없어 여기저기 팔려고 하다가 지난해 4월 결국 모친에게 팔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는데, 과연 이게 설득력 있을까? 후보 측의 말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구매자가 적어 엘시티 가격이 별로 오르지 않았어야 한다.
그러나 엘시티는 입주가 시작된 지난 2019년 12월부터 가격이 급속도로 오르기 시작해 기존 분양가보다 배 이상 뛰었다. 그래서 당초 20억원 가량에 구매한 엘시티 한 채는 현재 40억원대를 호가한다. 당초 프리미엄이 억대가 붙었던 것만 봐도 향후 대폭 오를 거라는 것은 예정된 일이었다. 입주 시작 무렵 나온 엘시티 관련 기사를 찾아보자.
조정지역 해제 최대 수혜? 부산 '들썩'.. "엘시티 프리미엄 최고 5억" (2019년 11월 13일자 세계일보)
조정대상지역 해제되자 해운대 엘시티 5억 '껑충' (2019년 11월 14일자 한국경제)
[르포] "며칠 새 엘시티 6억 올라" 부산 해운대 집값, 유례없는 급등세 (2019년 11월 17일자 한국일보)
엘시티 75평 '29억'… 부산 아파트값 ‘평당 4000만 원’ 노크 (2019년 12월 1일자 부산일보)
입주 시작한 해운대 엘시티…“웃돈 300%이상, 부산 집값 견인” (2019년 12월 2일자 뉴스웨이)
가만히 있어도 수억 씩 뛰었다는 '레어템'이 해운대 엘시티였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가격이 급등한다는 것은 수요자가 매우 많아, 매물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귀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19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결정적인 단서가 될 기사를 하나 언급했다. 지난 2016년 12월 11일자 <뉴스1>의 <"엘시티 최초분양전 로얄층 10세대 임자 따로 있었다">는 제목의 기사다. 해당 기사를 보면 해운대에서 20년 넘게 고급 아파트 분양중개업을 한 A씨는 이같이 말했다.
"엘시티 최초분양이 있은지 벌써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부동산)시장에 나온 적이 없는 특정라인의 물건 10개가 존재한다. 진짜 로열층은 고층이 아닌 해운대 백사장이 한눈에 보이는 B동 3호라인 9층 이상부터 20층까지 물건 중 2개를 제외한 10개이다"
당시 기사내용을 보면, 진짜 로얄층 10세대에선 해운대 백사장, 광안대교 등이 보이며, 바다 조망권이 가장 좋아 웃돈이 최소 1억원 이상 붙어있다고 한다. 엘시티 인근에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 중인 B씨도 기사에서 이렇게 전한다.
"시장바닥에서 저 10세대 물건은 이름만 대도 다 아는 그런 사람들이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받았다는 소문만 돈다. 43세대 특혜분양 때는 전 부산은행장, 전 부산고법원장, 부산시 고위공무원 등 명단은 대충 알려졌었다. 진짜 알짜배기는 '시장에 나온 적 없는 10세대'일 수 있다"
김어준 총수는 해당 기사를 언급하며 "당시엔 (박근혜) 탄핵 정국 때라서 묻혔는데, 저는 기억하고 있었다"며 "당시 43개 특혜분양으로 떠들썩할 때인데 그게 진짜가 아니고, 진짜 특혜는 시장에 아예 나온 적이 없어서 아무도 살 수 없었던 로얄 10개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물로도 나오지 않은 로얄층 10세대 중 2세대를 박형준 전 의원 가족이 최초 청약일에 고작 500만원, 700만원의 웃돈만 주고 샀다는 것이다.
김어준 총수는 "시장에 나온 적이 없다고 하는 것을 어떻게 샀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그렇게 '박형준 후보에게 두 채를 넘긴 사람들, 너는 누구냐?'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두 사람은 수사대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핵심은 박형준 전 의원 가족에게 '분양권'을 말도 안 되는 헐값에 넘긴 최초 분양자의 정체라는 점이다. <SBS>는 의붓아들에게 분양권을 넘긴 최초 분양자 이 모씨의 이름을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여기서 문제의 매물은 시장에 나온 적이 없어서 아무도 살 수 없었던 로얄층이었다는 게, 김어준 총수가 지적한 당시의 <뉴스1> 보도 내용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엘시티 실소유주인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의 이름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해당 시기 박형준 전 의원은 국회 사무총장으로 재직 중이었으며, '공직자' 신분이었다는 점도 눈길이 간다.
이와 관련 엄청난 파문이 일고 있는 데 대해, 박형준 전 의원은 19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에서 배우자가 의붓아들로부터 구매한 과정 등은 문제가 없었다고 하는 등 제기되는 특혜와 비리 의혹 등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의붓아들 최모 씨에게 아파트를 판 사람은 50대 일반인이었고, 이영복 회장 등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