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저는 1가구 1주택으로 서울에 집을 가진 적이 한 번도 없다”
김종민 "부동산 투기꾼의 진면목 드러나..선거운동을 시작할 게 아니고 수사를 받아야"
[정현숙 기자]= 4·7 부산시장 선거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을 하루 앞둔 24일에도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의 비리 정황이 고구마 다발처럼 올라오고 있다. 그는 TV토론회에서 '서울에 집을 가진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큰소리 치면서 국민을 우롱해 왔다.
박 후보는 기장군 소재 땅에 지난 2017년 준공한 고급 별장 건물을 현재까지 미등기로 두면서 재산신고도 하지 않은 것이 드러났다. 박 후보 측은 "미등기는 행정상 실수로 벌어진 일"로 치부했다.
어이없는 변명이다. 허위 재산신고는 당선무효에 이를 수 있는 중대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실수라고 변명하고 끝낼 일이 아니다. 이 땅도 매입 전보다 3~4배가 올라서 15억에 달한다고 한다. 별장을 준공해 놓고 4년이 지나도록 등기도 안 하고 재산신고를 안했다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숨어있을 수밖에 없다. 왜 숨겼는지 수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2017년에 준공한 건물을 4년씩이나 미등기 상태에서 15억원에 팔겠다고 내놓았다고 하는데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라며 “박 후보는 그동안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모르쇠 변명으로 일관해 왔는데 마치 MB가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고 아주 우기던 오리발 정치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러한 행태는 부산에서 결코 통하지 않을 것이다. 박 후보는 이제 부산시민 앞에서 선거운동을 할 게 아니라 사법기관 수사부터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박 후보의 '실수 발뺌'은 부산시장 보궐선거 사전 선거운동으로 이어졌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을 하루 앞둔 이날 오전 박형준 후보 유세차량이 부산 시내 곳곳에서 사전 노출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선거법상 시설물인 유세차량은 25일 자정부터 노출할 수 있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0분께 부산 중구 중앙공원 민주공원 인근에서 박 후보 측 유세차량이 이동 중인 모습을 발견했다. 이후 9시 30분께 다시 동일한 차량이 도로를 달리는 장면이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박 후보는 오전 9시부터 민주공원과 충혼탑을 방문해 공식 선거운동을 하루 앞두고 선대위원장들과 결의를 다졌는데 그 주변에 불법유세차량이 포진한 것이 드러났다.
앞서 같은날 오전 7시경 해운대 주변에서도 박 후보 측 차량이 발견돼 부산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가 들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대형 유세차량이 주차장에 노출됐다는 제보도 있었다고 한다. 유세 차량에는 기호 2번을 알리는 숫자 ‘2’와 ‘내게 힘이 되는 시장’, ‘4월 7일 투표로 바꿉시다’ 등의 문구와 박 후보 사진이 크게 붙었고 전광판은 꺼진 상태였다.
선거법위반 논란에 박 후보 측은 “어제(23일) 밤에 차량을 배분했는데, 16개 구 군에 차량을 보내는 이동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라며 “선관위에서 문의가 와서 바로 조치를 한 것으로 안다”라고 해명했다.
전화 한 통이면 끝날 일 김승연 전 교수 5억 민사소송 제기 왜?
박 후보의 이런 납득되지 않는 해명은 한 두번이 아니다. 박 후보는 엘시티 특혜 분양과 딸의 부정입시 청탁 등에 대해 끝까지 말바꾸기를 하다가 드러나면 실수고 우연으로 돌렸다. 특히 사대강 국정원 불법사찰은 자신의 이름이 박힌 문건이 나왔는데도 부인하고 있는 몰염치를 보이고 있다.
딸의 부정입시도 처음에는 지원한 적도 없다고 발뺌하다가 당시 채점위원이었던 김승연전 홍대 교수의 증언이 이어지자 "지금은 딸의 기억이 흔들린다, 김 교수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적 있다"라는 신박한 해명으로 언론플레이 하면서 5억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고발을 안하면 인정하는 꼴이 되고 형사로 가면 진실이 밝혀질까봐 민사소송을 넣었다는 해석과 함께 지금이라도 홍대에 전화 한 통이면 끝날 일을 물타기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단독 특종 보도를 욕심을 내는 기자들이 유독 박형준 후보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의혹 비리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결국 기득권 카르텔로 욕망의 대리인처럼 뭉쳐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2일 열린 부산시장 보궐선거 TV 토론회에서 김영춘 민주당 후보가 박형준 후보의 엘시티 특혜분양을 거론하자 박 후보는 “저는 1가구 1주택으로 서울에 집을 가진 적이 한 번도 없다”라며 “좋은 집에 사는 것 자체를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김 후보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부자와 가난한 자를 편갈라 이익을 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언성을 높인 바 있다.
이에 김영춘 후보는 “박 후보는 가장 상류층, 특권층이 사는 엘시티에서 살면서 1년 사이 가족 두 가구가 20억씩 ‘로또 대박’을 두 번이나 맞아 시세 차익을 실현했다”라면서 “그런 집에 살면서 박 후보가 시장이 되면 부동산 문제에 대해 제대로 정책을 만들고 공정한 집행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라고 비판했다.
김영춘 후보의 자신감 표출로 볼 수 있다. 앞서 김영춘 후보는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의 등기등본과 재산세 내역을 공개했다. 부인과 자녀, 모친 통틀어 집 한 채만 소유한 거로 확인돼 캐면 캘수록 각종 투기 정황으로 얼룩진 박형준 후보와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김종민 의원은 24일 중앙선거대책위회의에서 "박형준 후보가 정말 양파후보가 되고 있다. 까도까도 계속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정말 어두운 거래 부동산 투기꾼의 진면목이 온통 드러나고 있다. 이런 박형준 후보의 위선적인 면모가 이번 선거가 아니었다면 모르고 지나갔을뻔 했다. 정말 국민 모두가 놀랄 일이다. 박형준 후보는 선거운동을 시작할 게 아니고 수사를 받아야 된다"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