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떡값 검사' 실명 공개했다가 치졸한 보복기소당해, 그로 인해 의원직 상실로 고통의 세월
뇌물 건넨 삼성 측은 면죄부 받은 거대 권력과의 싸움, 노회찬만큼 일관된 삶 살아온 정치인 있었나?
정의당은 '박영선 vs 오세훈' 구도에서 "투표 의미 없다", 이미 그들은 '노회찬'도 '전태일' 올릴 자격 없어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상대방 후보 정의당, 유세하는 거 보니까 노회찬 정신이라는 거를 자주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자랑할 바는 못 되죠. 무엇 때문에 이 선거가 다시 열리고 있습니까. 돈 받고 스스로 목숨 끊은 분, 그 정신을 이어받아서 다시 정의당 후보가 창원 시민을 대표해서야 되겠습니까?" (오세훈 전 서울시장, 2019년 4월 1일 경남 창원 성산구 재보궐선거 유세 발언 중)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과거 故 노회찬 전 의원과 관련, 위와 같은 망언을 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았다. 노회찬 전 의원의 사망 이후 이듬해 봄 치러진 경남 창원 성산구 보궐선거에서 강기윤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 지원유세를 하다가 상대 후보인 여영국 당시 정의당 후보(현 정의당 대표)를 겨냥해 "돈 받고 스스로 목숨 끊은 분, 그 정신을 이어받아서 다시 정의당 후보가 창원 시민을 대표해서야 되겠느냐"라고 망언을 했다.
평생을 '노동자의 벗'으로 지냈던 노회찬 전 의원에게 "돈 받고 목숨 끊었다"는 망언을 한 것이다. 역대 정치인을 통틀어서 노회찬 전 의원만큼 일관된 삶을 살아온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노 전 의원은 지난 2005년 보도된 '삼성X파일'에 등장한, 삼성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아온 '떡값 검사'들의 실명을 시민들 앞에 공개하는 당당함을 보였다. 다른 정치인들 모두가 부담스러워하던 일을 했던 것이다.
당시 해당 사건을 보도했던 이상호 <고발뉴스> 대표기자(당시 MBC 기자)는 "정치권이 모두 삼성 눈치를 보고 있던 그 시절, 유일하게 먼저 연락을 해온 국회의원이 노회찬이었다"며 "재벌세력의 금권 쿠데타에 대한 단호한 처벌 의지와 경제민주화 실현 필요성을 피력하는 그를 신뢰하게 되었고, 삼성X파일과 뇌물 검사 명단을 넘겼다"고 당시를 회고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자신들의 치부를 공개한 노 전 의원에 발끈하며 그에 대한 보복기소를 했다. 또 삼성이라는 거대 재벌의 힘은 너무나도 강했다. 뇌물을 건넨 당사자들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나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등은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반면, 노회찬 전 의원과 이상호 기자가 기소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노회찬 전 의원은 2012년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돼 국회에 재입성했으나, 이듬해 초 집행유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며 의원직을 상실하고 말았다. 어이없이 의원직을 상실한 노 전 의원은 수년간 물적으로 심적으로 고통의 시간을 겪어야만 했다.
그는 지난 2016년 20대 총선 출마를 앞두고 선거자금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던, 그는 민간단체인 경공모(드루킹 일당의 경제적공진화모임)에서 강연을 하고 4천만원을 받았다. 그러한 이유로 인해 노 전 의원은 지난 2018년 드루킹 특검으로부터 수사대상에 올랐고, 그 과정에서 언론에 망신주기식 피의사실이 공표됐다. 그 과정에서 노 전 의원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큰 충격을 안겼다.
그렇게 비리검찰들의 보복으로 목숨을 잃었던 노회찬 전 의원에게 "돈 받고 스스로 목숨 끊었다"는 망언을 한 오세훈 전 시장, 최근 그의 내곡동 땅 투기 건(그린벨트 해제로 36억 차익)이나 여기에 횡설수설 말바꾸기, 각종 쏟아져 나오는 비리 의혹들만 보아도 'MB 아바타'라고 불리는 게 이상할 게 아니다. 그래서 그런 망언을 한 것이 얼마나 문제인지를 다시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당시 '노회찬 정신'을 내세우며, 2년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됐던 여영국 현 정의당 대표는 이번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와 관련,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관련해 “두 분에게 투표하는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여영국 대표는 26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같이 답했다. 그는 진행자가 "현실정치영역에서의 문법은 양비론이 아니라 최선이 없으면 차선이라도, 그 다음에 최악보다는 차악을, 이런 문법이 더 일반적이지 않은가"라고 불었으나 "그동안 그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는 거다. 이걸 벗어나겠다는 것"이라며 선을 긋고 나섰다.
자신들의 기둥이었던 노회찬 전 의원을 모독한 오세훈 전 시장이 후보로 나와있음에도, 양비론 입장을 취하겠다고 한다. 그것도 여 대표는 당시 '노회찬 정신'을 내세우며 선거에서 당선됐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과의 단일화까지 거쳐서 말이다.
정의당의 최근 행보를 보면, 도무지 그들에게 '노회찬'이나 '전태일'이란 이름을 외칠 자격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노회찬 전 의원이 검찰의 치졸한 보복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는 것도 간과하고 있으며, 전태일 열사가 분신을 하면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쳤는지 "근로기준법을 제정하라"고 외쳤는지조차도 전혀 모르는 듯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마음대로 양산하는 검찰의 권력을 개혁하자는 데 그들이 보였던 태도만 보아도 말이다. 이들은 분명 윤석열 전 총장보다 추미애 전 장관 비난에 골몰해왔다.
특히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해선 구체적인 증거 하나도 없이 '권력형 성범죄자'라고 몰아세우고 사건에 대해 의문 하나만 제기해도 무조건 '2차 가해'를 들이대면서도,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이나 검찰·재벌총수 등이 관련된 각종 성비위 사건들이나 사회적 약자로서 목소릴 내기 힘든 여성들이 겪은 성피해 사건들에 대해선 거의 침묵으로 일관하는 대다수 여성단체들과 비슷한 행보도 보이고 있다. 그러니 요즘 정의당에게 '국민의힘 2중대'라는 비아냥이 쏟아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