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오세훈 시장 재임시절(약 9년) 증가한 빚만 11조8천억, 吳 재임 5년동안 7조원 증가. '대규모 토건사업' 때문에
'무상급식 반대' 광고 실었다가 돌아온 일갈 "128만 학생이 눈치 안 보고 밥 먹을 기회를 빼앗겨셔야 되겠나?"
"서해뱃길·한강예술섬·동대문디지털플라자·세빛둥둥섬 등, 오세훈 시장의 망국적 개발포퓰리즘에 반대한다"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 이렇게 해서 연간 15조가 들어갑니다. 이건 아까 말한 100개 (박영선 후보의 공약)중에, 대표적인 거 10개 이하로 뽑은 겁니다. 1년에 1조원 이하로 들어간다는 것은 너무 터무니없는 말씀인 거 같은데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 계산이 엉터리로 됐네요.
오세훈 후보 : 아 그래요? 잠깐 마무리하겠습니다. 밑에 들어가는 표는요. 서울시 홈페이지에 등장하는 겁니다. (서울시 전체 예산이)40조 정도 되지만 고정으로 지출되는 것들이 있어서, 아무리 마른수건 쥐어 짜도 밑에 있는 것처럼 얼마 되지 않습니다. 서울시장이 과외로 쓸 게. 다시 말해서 박영선 후보께서 이 계산이 틀렸다고 주장하시면, 계산해보시면 되는데 만약 제 계산이 맞았다면 빚을 내서야 되는 거예요.
박영선 후보 : 저는 오세훈 후보가 시장할 때처럼 그렇게 빚내고 시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고요.
오세훈 후보 : 제 빚은 건전한 빚이었습니다. (29일 MBC '100분 토론' 중)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더불어민주당 후보)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국민의힘 후보)가 29일 첫 TV토론회에 나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박영선 후보의 경우 코로나19 극복 대책으로 서울시민 모두에게 1인당 10만원의 보편적 재난위로금 지급, 소상공인 임대료 30% 감면, 임대업자에게 15% 시비 지원 등의 공약을 내놓았다. 이에 오세훈 후보는 박 후보의 주요 공약들을 거론하며 "대표적인 거 열 개 이하로 꼽아도 연간 15조가 들어간다. 1년에 1조 밑으로 들어가는 건 터무니없다. 내 계산이 맞다면 빚을 내야 한다"며 재원 문제를 꺼내들었다.
이에 박 후보는 "계산이 엉터리"라고 즉각 반박했고, "오세훈 후보가 시장할 때처럼 그렇게 빚내고 시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맞받았다. 이에 오세훈 후보는 "제 빚은 건전한 빚이었다"라고 답했다. 오 전 시장은 2006년 7월부터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하다 물러난 2011년 8월까지 약 5년여간 서울시장직에 있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시장 재임기간 낸 빚은 얼마나 될까? 지난 2012년 10월, 고려대 산학협력단이 발표한 '서울시 재정진단 용역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이명박·오세훈 전 서울시장 임기 시절 서울시의 빚이 11조8천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시장 재임 기간인 2002~2006년 사이엔 4조8129억원이 늘었고, 오세훈 시장 재임 기간인 2006~2011년 사이엔 총 6조9653억원 늘었다.
당시 서울시 채무는 약 18조7천억원으로, 이명박-오세훈 시장 재임 기간 동안 약 2.7배로 늘었다. 고건 전 시장 퇴임 때인 2002년 6조9062억원이던 채무가 이토록 급증한 것이다. 문제는 해당 기간동안 벌어진 대규모 토건사업들 때문이다. 실제 부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의 경우 2002년 2408억원에 불과하던 채무가 오세훈 전 시장이 물러난 2011년엔 12조2672억원으로 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거나 부당한 협약 체결로 사업을 추진한 것도 빚이 늘어나는 데 큰 영향이 미쳤다고 한다. 서해뱃길과 양화대교 구조개선 공사, 세운초록띠공원 조성 등은 사업 타당성이 부족한데도 무리하게 추진함으로써 1973억원의 예산을 낭비한 사례로 지적됐다. 세빛둥둥섬과 지하철 9호선, 우면산터널 등은 민간사업자와 부당한 협약 체결로 1454억원의 재정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 불필요한 시설물을 설치한 광화문광장, 설계 변경 검토 소홀로 504억원을 낭비한 신청사 건립, 지난 8년간 1조5541억원이 투입된 버스 준공영제 등도 재정 부담을 가중시킨 사업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이명박-오세훈 시장 재임 기간 대규모 토건사업들로 인해 서울시의 부채가 급증한 셈이다. 토건사업들으로 쌓이는 막대한 빚을 '건전한 빚'이라고 과연 호칭할 수 있는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오세훈 전 시장은 '현대건설 회장' 출신인 이명박씨를 계승하기라도 하듯, 아니 능가하기라도 하겠다는 듯 '토건사업'에 유난히 치중했다. 그가 환경운동연합의 창립멤버로서 활동하고, 국회의원 재직 시절에도 해당 단체의 법률위원장 겸 상임집행위원을 맡았다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오세훈 전 시장이 그토록 치중했던 각종 토건사업들 몇 가지만 꼽아봐도 동대문디지털플라자, 서울시 신청사 건립, 서해뱃길, 세빛둥둥섬, 한강예술섬사업(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 건립), 반포인공분수, 수상호텔 등 너무 많다. 서해뱃길과 세빛둥둥섬 등으로 대표되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은 대표적인 전시성 토건사업이라는 비난만 쏟아졌다.
그토록 토건사업에 유난히 치중하면서도 2010년 12월 주요 신문들에 '전면 무상급식 반대' 광고를 실으며 여론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해당 광고에는 '전면 무상급식 때문에…’라는 제목으로 '학교보건시설 개선·확충 전액삭감, 과학실험실 현대화 전액삭감, 영어전용교실 전액삭감' 등의 항목을 나열하며 "128만 학생이 안전한 학교를 누릴 기회를 빼앗아서야 되겠습니까?"라는 문구를 실었다.
이에 네티즌들은 '오세훈 서울시장 때문에…'라는 제목의 패러디 광고를 확산시켰다. '반포인공분수 설치예산 690억원' '서해뱃길사업 2250억원' '한강예술섬 조성공사 6735억원'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건립' '동대문서울디자인센터 건립' '오세훈 서울시장 해외홍보비 400억' '무상급식 반대 신문지면 광고비는 얼마?'라고 줄줄이 나열하며 "128만 학생이 눈치 안 보고 밥 먹을 기회를 빼앗겨셔야 되겠습니까?"라고 받았다. 그러면서 그의 '토건제일주의'를 꾸짖으며 "오세훈 시장의 망국적 개발 포퓰리즘에 반대합니다"라는 문구를 강조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재임기간 동안 주도한 '토건사업'들은 그에게 붙은 '오세이돈'이라는 별명과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었다. 대규모 토건사업들로 인해 서울 도심바닥은 더욱 물이 통하지 않는 콘크리트 바닥으로 도배가 됐고, 이 때문에 비가 내리면 훨씬 많은 빗물이 도로 위를 휩쓸고 지나가게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세훈 전 시장 재임기간 동안 서울에 집중호우가 내리기라도 하면, 바로 물난리로 이어졌고 곳곳이 침수됐던 것이다.
시민들에게 돌아올 게 거의 없는 전시성 토건사업으로 낸 빚을 '건전한 빚'이라고 강변하는 오 전 시장의 발상이 경이로워(?) 보인다. 정작 빚은 빚대로 내면서 학생들을 위한 무상급식은 결코 못하겠다며, 무릎까지 꿇고 눈물 흘렸던 그의 10년전 모습이 다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