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시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 정치 맡기면 안 돼"
김어준 "오세훈, 내곡동 거짓말하면 사퇴해야 한다는 게 본질"
정청래 "'수사받아야 한다' 이런 위협 발언은 실점 중의 실점"
[정현숙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30일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여기에 민생당 이수봉 후보까지 참여하면서 전날에 비해 긴장감이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날은 오세훈 후보의 '거짓말 콤플렉스'가 절정에 달한 느낌이다. 급기야 그는 토론회 도중 자신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른 내곡동 문제가 제기될 때는 '모함'으로 몰아붙이면서 관련된 모든 사람을 수사 의뢰하고 고발하겠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1,000만 서울 시민의 살림살이를 맡을 시장을 뽑기 위한 토론회에서 후보에게 드러난 비리 정황을 검증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오 후보는 증언자들의 입을 틀어 막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오 후보가 거짓말 강박증으로 자충수를 뒀다는 풀이가 나온다.
관련해 '박영선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상호 의원은 31일 오세훈 후보의 TV토론 태도를 두고 "자신에 대해 검증하는 사람들을 수사 의뢰하겠다고 겁박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라고 비판했다.
우상호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원래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이인데 오세훈 후보가 나쁘게 바뀌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본인에 대한 검증이 계속되니 상대방을 향해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식으로 겁박하는 것을 보며 '저건 좀 심했다' 하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토론 과정에서 감정이 상할 수도, 좀 억울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검증하는 사람들을 향해 수사 의뢰하겠다고 겁박하는 사람을 TV토론에서 처음 본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이날 SNS를 통해 "오세훈이 오늘 제일 많이 한 말은 '거짓말'이었다"라며 "역설적이게도 '거짓말'을 자기 입에 자주 올렸는데, 거짓말이라는 단어 자체에 엄청난 스트레스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오죽하면 박영선 후보가 '거짓말 컴플렉스가 생긴것 같다'고 꼬집었겠느냐. '거짓말 대 거짓말'의 말싸움을 하면 누가 손해를 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마치 지난 대선 TV 토론 참사로 기록될 안철수의 '제가 MB 아바탑니까? 제가 갑철숩니까'라는 말을 연상케 한다"라며 "이는 '안철수=MB 아바타'라는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자살골이 됐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오늘 오세훈이 유독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은 공갈협박이었다"라며 "'수사받아야 한다' '책임을 묻겠다' 토론 중에 이런 위협 발언은 실점 중의 실점이고 패착중의 패착이다"라고 했다.
정 의원은 "이에 반해 박영선후보는 내곡동 땅이 오세훈 처가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이상득의 땅도 부근에 있음을 밝혀 왜 내곡동 그린벨트가 풀렸는지 추정케 했다"라며 "10년전 오세훈 시장 시절의 용산참사, 우면산 산사태, 광화문 물난리 등 오세훈이 실패한 시장임을 증명해 보이려는 점이 오늘 새로웠다"라고 했다.
이어 "또한 오세훈 처가가 15가구만 받은 다른 택지도 받은 것도 밝혀낸 것이 득점요인이었다"라며 "박영선은 중기부 장관으로서 코로나 19 대책, 돌봄시장, 주거안정 정책 등에서 돋보이게 어필했다고 본다. 쓰레기 매립장에 대해 오세훈이 인천시장과 협의하겠다고 하자 박영선이 당이 달라서 잘 안될거고 내가 적임자다.고 센스있게 답변했다"라고 평했다.
이어 "모두 발언에서 박영선 후보가 '거짓을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수 없다'고 시원한 발언을 했고, 이수봉 후보가 오세훈 후보를 '기억 앞에 겸손하자가 무슨 뜻이냐? 차라리 사퇴하라'고 한방 놓은 것은 시작부터 시원했다"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토론이 거듭될수록 오세훈은 변명하기에 급급하고, 박영선은 팩트체커로서 위력이 빛날 것이다. 오세훈은 자멸하고 있다. 축구로 치면 연거푸 자살골을 넣고 있는 셈이다"라고 평가했다.
앞서 방송인 김어준 씨는 오세훈 후보를 향해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갔는지 안 갔는지가 뭐가 중요하냐고 하는데, 갔다는 게 본질"이라며 "거짓말하면 사퇴해야 한다는 게 본질"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30일 '딴지방송국'의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자기가 증인이 나오면 사퇴한다고 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오 후보가 내곡동 땅과 관련한 양심선언이 나오면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힌 것을 겨냥한 것이다.
2번째 토론회를 지켜본 황교익 맛칼럼니스트는 페이스북에서 오 후보를 겨냥해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라며 "시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 정치를 맡기면 안 된다. 이명박을 보지 않았나. 실수를 반복하지 말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그는 "오세훈은 시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내곡동 땅 존재 자체를 몰랐다'라고 했다"라며 "시민이 오세훈에게 그 땅을 아느냐고 물은 것도 아니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신의 입으로 한 발언이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런데, 오세훈이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있었다고 구체적 증언을 내놓는 사람이 등장했다. 무려 3명"이라며 "이 정도의 증인과 증언이면 오세훈은 거짓말을 한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