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마지막날, 국가인권위원회 최영애 위원장이 의미 있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권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처벌 강화를 권고함에 따라 국회가 이를 수용해 지난달 24일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한 것을 환영한다는 내용이었다.
국회는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사용자일 경우 과태료 부과 규정을 신설하고 제3자에 의한 괴롭힘으로부터 노동자 보호조치 및 불리한 처우금지를 규정했다.
그런데 이 같은 법과 제도의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동현장의 현실은 녹록치가 않아 보인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해임됐던 간부직원이 경남지방노동위원회의 복직 판결로 2차 피해가 우려되는 경남청소년지원재단만 해도 그렇다.
경남지노위는 가해자인 센터장의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은 인정하면서도 해임 처분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줄이자면 '죄는 있어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과연 지나친 조치이며, 2차 피해는 대수롭지 않은 것일까?
지난해 6월, 청소년지원재단 내의 직장 내 괴롭힘을 가장 먼저 취재하고 보도했던 필자가 확인한 괴롭힘·성희롱 정도는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했다.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판단이 모호해 보도하지 못했던 내용까지 감안한다면, 경남지노위의 판단을 도무지 납득하기 힘들다.
피해자들은 지난 달 8일 가해자와 다시 한 공간에서 근무하게 되면 2차 피해가 발생한다며 기자회견을 통해 호소한 데 이어, 이틀 후인 10일부터는 '경남청소년지원재단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 모임'이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직장 내 괴롭힘은 다양한 직장인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이에 따른 극단적 선택까지 초래하는 등 사회안전망을 위협하기도 한다. 청소년지원재단 피해자들도 극심한 불안과 공포, 스트레스를 받으며 수면장애·공황장애 등을 겪고 있다고 한다.
돈과 권력으로 유능한 변호사나 노무사를 선임하면 '무죄' 판결을 받기 십상인 곳이 대한민국이다. 심지어 '죄는 있어도 처벌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경남청소년지원재단 가해자의 복직 판결이 딱 그렇다. 법이 바뀌고 제도가 개선되면 현장에서도 달라져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공염불'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경남청소년지원재단은 상급심인 중앙노동위원회 판단을 다시 의뢰한 상태라고 한다. 모든 일하는 사람이 안전하고 평등하게, 그리고 건강한 노동조건에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중노위가 어떤 판단을 내릴 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