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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원순시장 2주기 앞둔 딸의 절규, 여성단체 분들도 있..
사회

故 박원순시장 2주기 앞둔 딸의 절규, 여성단체 분들도 있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

정현숙 기자 eunjong5900@hanmail.net 입력 2021/07/21 15:41 수정 2021.07.21 15:51
아빠는 "빚내 퍼줬는데, 여성단체 어떻게 우리 아빠한테.."

법률 대리인 정철승 변호사, SNS에 유족들과 대화 공개

전우용 "유족들조차 2차 가해범으로 몰리는 시국에 스스로 '가시밭길'을 선택"

[정현숙 기자]= 정철승 변호사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여러 시민단체에 재산을 기증해 가족에게 빚만 남겼다"라며 작고한 박 전 시장의 부인 강난희 여사와 그의 딸과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정 변호사는 그동안 가장을 잃고 고립무원 고단한 처지의 박 전 시장 가족을 위해 꾸준히 SNS 등을 통해 관심을 표하고 손길을 내밀어 왔다.

20일 정 변호사는 페이스북에서 "이미 많이 보도된 내용이라던데, 故 박원순 시장은 가족에게 많은 빚만 남겼다고 한다. 부인께 물어봤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정 변호사가 "박 시장님은 검사를 잠깐 하신 후 아주 유능한 변호사로 활동하신 것으로 아는 데 그때 돈 좀 벌지 않으셨습니까?"라고 묻자 강 여사는 "돈 잘 버셨죠. 건물도 사고 그랬으니까요"라고 답했다.

이어 강 여사는 "그렇지만 여러 시민단체에 전부 기증해버리시고 94년도에 전업 시민운동가가 되기로 결심하신 후로 집에 생활비를 전혀 갖고 오지 않으셨다"라며 "제가 작은 사업을 해서 생활했다"라고 했다.

강 여사의 답변을 두고 정 변호사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라며 "아무리 그래도 매년 수천만 원씩 주는 포스코 등 대기업 사외이사를 많이 맡으셨고 10년 동안 서울시장을 하셨던 분이 그렇게 재산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재차 물었다.

이에 박 전 시장의 딸이 "아빠 주위에는 항상 도와달라는 분들이 많았고 아빠는 그런 분들에게 빚까지 져가며 모두 퍼주셨다. 아빠가 남기신 빚은 그렇게 생긴 거"라며 "그중에는 여성단체 분들도 있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 그런데 그분들이 어떻게 우리 아빠한테..어떻게 그럴 수가"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따님은 말을 잇지 못했고, 나도 더는 물을 수 없었다"라며 글을 맺었다.

정 변호사는 지난 8일에도 박 전 시장의 1주기 추모제 이틀 앞두고 강 여사가 직접 쓴 편지를 공개했다.

강 여사는 해당 편지에서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저와 가족들은 시장 시절 그가 메르스와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대응했는지 잘 알고 있다"라며 "제 남편 박원순에게 너무도 미안하고 가족들의 마음도 안타깝지만 이번 1주기 추모 행사는 조계사에서 가족들끼리만 지내는 것으로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면 꼭 다시 박원순을 그리워 하는 분들과 함께 모여 그를 이야기하고 함께 슬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 그때 뵙겠다"라고 적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부인 강난희 여사가 오는 박 전 시장의 사망 1주기 추모제를 이틀 앞두고 친필 편지를 공개했다. 정철승 변호사 SNS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부인 강난희 여사가 오는 박 전 시장의 사망 1주기 추모제를 이틀 앞두고 친필 편지를 공개했다. 정철승 변호사 SNS

정 변호사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서는 작고한 박원순 전 시장과 아무런 개인적 인연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무척 고맙게 느꼈던 두 번의 일이 있었다고 소개하면서 박원순 전 시장 가족들의 변호사가 되었음을 알렸다.

정 변호사는 "첫째, 2015년경 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2019년이 몇 년 남지 않았음에도 박근혜 정부가 기념관이나 기념비조차 준비하고 있지 않는 사실에 개탄하여 뜻있는 시민들과 함께 임정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를 결성해서 시민들의 모금으로 임시정부기념관 건립을 준비했는데, 박근혜 정부가 방해를 하는 등 수많은 어려움을 겪던 중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유지인 기념관 부지를 제공해주는 등 적극 지원을 하여 결국 임정기념관을 건립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둘째, 나는 2018년 여름부터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원조이자 우리나라 호프집 1호인 '을지OB베어'가 인근 '만선호프'의 사주를 받은 건물주로부터 하루 아침에 쫒겨나게 된 사건을 맡아서 명도소송 소송대리를 비롯해서 현재까지 을지OB베어를 돕고 있는데, 을지로 노가리 골목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했던 서울시에 도움을 요청하자 박원순 시장이 여러 차례 을지OB베어를 방문하고 실무자들에게 해결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하는 등 세심하게 챙겨주었다"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인 박원순이 수십년 동안 보여줬던 우리 사회를 위한 헌신과 공헌, 그리고 그가 이룬 성과는 법조후배인 나로서는 감히 넘보기도 어려운 경이로움"이라며 "내심 나름 수완있는 변호사라고 스스로 자부하는 나도 청년변호사 박원순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다"라고 경의를 표했다.

이어 "우연히 최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부인과 따님이 내 사무실을 방문했다. 지난 1년 동안 박 시장의 가족들은 참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고 그 동안 심신이 고통스러운 상처들로 가득하게 되었다고 한다. 짧게만 들어봤는데도 그 상처들마다 검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라고 지난 기억을 돌이켰다.

정 변호사는 "고 박원순 시장의 부인 강난희 여사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남편을 존경합니다. 그분은 절대 그런 분이 아니에요..'"라며 "박 시장의 따님도 북받치는 울음을 삼키며 어머니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 남겨진 가족이 떠난 가장을 여전히 신뢰한다고 말하는 것은 더러 보는 일이지만 '존경한다'고 말하는 것은 극히 드믄 일이다. 고 박원순 시장의 사회를 위한 헌신은 이런 가족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임을 비로소 알았다"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는 제가 박원순 시장님의 가족분들을 위한 변호사가 되어 드리겠다. 억울하고 힘든 일이 있으시면 무엇이든 저에게 말씀을 해다라. 제가 곁에서 힘이 되어 드리고 지켜드리겠다. 고인께서 우리 사회를 위해 바치셨던 헌신과 공헌을 미력하나마 갚아드리려는 것이다. 제가 오히려 고인과 가족분들께 감사드린다.."라며 박원순 전 시장가족의 변호사를 맡은 계기를 밝혔다.

정 변호사의 이 게시글을 본 전우용 역사학자는 다음날 페이스북에서 "박원순에게는 '변호사' 동지가 많았다. 그런데도 그가 떠난 후 유족들이 평소 친분도 없던 정철승 변호사에게 변호를 맡겨야 하는 상황이 정말 안타깝다"라며 "유족들조차 2차 가해범으로 몰리는 시국에 스스로 '가시밭길'을 선택한 정변호사에게 위로와 경의를 표한다"라고 칭송했다.

전우용 학자의 이 같은 찬사에 정 변호사는 다음날 SNS로 "'저는 변호사들은 모두 제 남편같은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라며 "부인 강난희 여사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라고 강 여사의 말을 전하며 다음과 같은 겸양의 메시지를 냈다.

"저는 전우용 선생의 말씀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고 박원순 시장님은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알고 계셨을 뿐, 당신같은 '변호사'는 주위에 없었던 모양입니다"

지난 19일 정 변호사는 SNS에 "마치 절망한 엄마에게 희망의 약속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변호사님 여러 조언 덕분에 중심이 잡히고 마음이 한결 낫습니다.."라며 자식을 보듬는 강 여사의 말을 전하며 무지개 사진 한장을 올렸다.

그는 "박 시장님의 부인과 따님이 나와 2시간 동안 회의를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보게 된 너무나 커다랗고 선명한 무지개여서 반가운 마음에 보내주셨다고 한다"라며 "이 가족에게 용기와 행운이 깃들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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