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현대무벡스가 2000년 대 초반 '왕자의 난'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그룹의 재건의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무벡스는 연결 기준으로 올해 상반기에 997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8.7%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8억 원으로 47.1% 감소했다. 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단일 기준으로는 97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21억 원으로 44.6% 줄었고, 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영업이익·순이익은 아쉬운 실적이지만, 매출은 확실히 증가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물류 인프라 수요가 확대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성장 중인 회사로 분류된다. 특히 상반기 중 수주 성장률 67%를 기록했고, 하반기를 지나 2022년에도 매출 확대 및 이에 따른 이익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에는 쿠팡과 242억 8000만 원 규모의 '쿠팡 용인2 풀필먼트 크로스벨트 솔터 및 컨베이어 구축공사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지난해 매출액의 12.3%에 해당하는 규모다.
NH투자증권 최진명 연구원은 "국내 온라인 쇼핑시장 규모는 상반기 23.6% 성장하며 코로나 사태 이후 물류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배달 인력을 중심으로 비용 증가가 지속되면서 자동화 및 AI 도입 수요가 확대됐다"며 물류 자동화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현대무벡스의 2018년 수주실적 규모는 1721억 원에 불과했지만, 2021년에는 상반기에만 총 1564억 원을 수주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상반기 말 기준 수주잔고 규모도 사상 최대치인 2293억 원으로 확대됐고, 이는 2018년 774억 원 대비 약 3배 성장한 수치다. 통산 물류 자동화 솔루션 납품에 약 2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2022년까지 매출액 성장이 확정된 셈"이라고 부연했다.
현대엘리베이터·무벡스, 재건의 중요한 '불씨'
현대무벡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아직은 작은 규모이지만, 미래 성장성이 매우 높게 평가받고 있기도 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와 함께 현대그룹 재건의 축이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무벡스의 핵심역량이자 근원적 경쟁력은 모빌리티 기술력"이라며 "AI·사물인터넷·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기술을 융합,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미래산업의 플랫폼 개척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고 정주영 회장이 이끌던 2000년 대 초까지 자산 기준으로 국내 재계 1위를 기록하던 현대그룹은 고 정몽헌 전 회장이 사망한 후 자동차, 조선 등이 계열 분리됐고, 현대증권(현 KB증권) 매각과 현대상선(현HMM) 등이 계열 분리되면서 그룹 매출액이 2조 원대로 줄어든 바 있다.
현 회장은 남편과 시아버지(정주영 전 회장)의 뜻을 이어 대북사업에 공을 들이며 현대아산을 통해 금강산 관광 사업을 해왔지만, 현대그룹 지난 2008년 7월 박왕자 씨 피살 사건 이후 큰 손실을 입었다. 대북 사업을 담당했던 현대아산은 관광매출이 거의 없는 건설사로 체질이 바뀌었다.
지난달 말에는 남북 통신선이 복원되면서 대북사업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이전처럼 현대그룹이 현대아산을 통해 대북사업 매출을 발생 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은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무벡스의 선전은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재건을 위한 중요한 불씨일 수밖에 없다.
참고로 현대엘리베이터는 연결 기준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9.5% 오른 934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576억 원, 16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4%. 46.6% 하락했다. 하지만, 건설경기 회복 기대감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현대무벡스 경쟁력은 '물류 자동화' … 외부 일감 수주능력 뛰어나
지난 3월 코스닥에 상장한 현대무벡스는 현대엘리베이터의 물류 자동화 사업부문(승강장스크린도어포함)이 2017년 별도 자회사로 분리되면서 설립됐고, 2018년 현대그룹 ICT 솔루션 계열회사인 현대유앤아이와 합병됐다. 지난 3월 NH스팩14호와 합병을 거치면서 상장됐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요 사업이었던 승강장스크린도어 사업을 이어받았으며, 물류 자동화 부분에서 전체 매출의 대부분이 창출되고 있다. 2021년 상반기 기준 물류자동화에서 약 60%, 승상장안전문에서 약 15%, IT서비스에서 약 25%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IT 솔루션 부문에서 30% 이상을 외부에서 확보하고 있으며, IT 솔루션을 제외한 사업 부문에서는 대부분 외부에서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경쟁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류자동화시스템의 핵심인 자동화로봇, 장비 생산 및 자동창고 엔지니어링, 컨설팅 등 전반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산업 분야가 제조업이지만 4차산업혁명과 긴밀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 분야를 전담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내 철도역 승강장 스크린도어 시장에서도 5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꾸준한 이익창출을 이어가고 있다.
지분구조를 보면 현정은 회장이 현대네트워크의 지분 91.3%, 현대엘리베이터의 7.8%, 현대무벡스의 26.2%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네트워크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의 10.6%를 보유하고 있다. 또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무벡스의 36.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상장사인 현대엘리베이터가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구조다.
현대무벡스의 지배구조와 관련 현정은 회장의 장녀 정지이 전무가 주목받고 있다. 정 전무는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무벡스 지분의 4.36%를 보유하고 있다. 아직 지분은 적지만, 현대엘리베이터와 함께 현대무벡스가 그룹 재건의 한 축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추후 경영승계의 중요한 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