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DL케미칼은 27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의 석유화학회사인 크레이튼(Kraton)의 지분 100%를 주당 46.5달러, 총액 16억 달러(약 1조 8800억 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크레이튼은 폴리머와 케미칼 2개의 사업부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 주요 시장에서 13개의 생산공장과 5개의 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총 매출액은 15억 6300만 달러, 조정 상각전영업이익(Adjusted EBITDA)은 2억 6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DL케미칼은 자체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차입매수 방식을 활용한 인수금융으로 필요자금을 조달 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안으로 모든 인수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L케미칼 김상우 부회장은 "DL케미칼은 크레이튼이 현재 개발하고 있는 혁신 제품들을 조기에 상업화하는 한편, DL케미칼의 공정운영 및 설비관리 역량을 접목하여 크레이튼의 수익성을 한 단계 향상 시킬 것"이라며 "이번 인수로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소수의 기술선진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독점해온 핵심 기술의 국산화와 함께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DL측에 따르면 크레이튼 폴리머 사업의 주력제품은 스타이렌블록코폴리머(SBC)로 미국과 유럽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SBC는 위생용 접착제와 의료용품 소재, 자동차 내장재, 5G통신 케이블 등에 활용되는 기술 소재다.
또 소나무 펄프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정제해 화학제품을 만드는 바이오 케미칼 분야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바이오 케미칼 생산 능력은 연 70만 t으로 바이오 디젤 같은 친환경 연료부터 고기능성 타이어 재료, 친환경 접착제 등의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DL케미칼은 이번 인수로 단숨에 미국과 유럽의 1위 SBC 제조 및 최대 규모의 바이오 케미칼 회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외형 확장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전통적인 석유화학기업에서 고부가가치 스페셜티(특수성, 전문) 및 바이오 케미칼 시장의 글로벌 석유화학 선도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스페셜티 합성고무 및 점접착제 시장 진출이라는 중기 전략 목표에도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DL케미칼은 2020년 크레이튼의 수술장갑용 합성고무 사업부문인 카리플렉스(Cariflex)를 인수한 바 있으며, 올해 6월 카리플렉스 브라질 공장 증설작업을 마무리했다.
DL케미칼은 800여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크레이튼의 기술력도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965년 세계 최초로 SBC 상업 개발에 성공했으며, 1972년 SBC에 수소를 첨가하여 내열성 및 내화학성이 우수한 수소첨가 SBC(HSBC)를 개발한 바 있다.
DL케미칼은 이번 인수로 확보한 특허를 활용해 핵심 소재의 국산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그동안 석유화학 신소재 분야는 소수의 선진국들이 주도하여 해외 기술 및 수입 의존도가 높았다.
DL케미칼은 혁신제품의 조기 상업화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크레이튼은 지난해 플라스틱 재활용을 높여 ESG 경영을 실천할 수 있는 제품 개발도 성공했으며, 재질이 다른 재활용 플라스틱의 혼합을 용이하게 하고, 재활용 제품의 단점인 물성 및 가공성도 개선한 제품인 서큘러(CirKular)를 출시한 바 있다.
바이러스를 포함한 미생물을 99.99%까지 살균할 수 있는 바이액삼(BiaXam)도 선보였다. 바이액삼은 미국 환경보호국으로부터 임시 사용 승인을 받아 델타항공의 키오스크 등에 적용되고 있으며 추후 최종 사용 승인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외에도 고기능성 침대 매트리스 소재 등의 개발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