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정세균 전 총리와 김두관 의원이 중도사퇴한 것과 관련, 이들이 받은 표를 총 유효투표수에서 제외한다는 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에 연일 반발하며 이른바 '선전 포고'까지 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가 되는 당규는 정작 이낙연 전 대표 시절 통과된 규정인 만큼, 아무 명분도 없다는 비판만 나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당시엔 '어대낙(어차피 대선후보는 이낙연)'이라는 호칭까지 있었을 정도로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은 단연 선두였던 시기다. 물론 민주당 지지층 대상으로도 이재명 경기지사를 월등히 앞섰던 시기다. 당시엔 왜 이 당규를 문제삼지 않았는지 물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어떻게든 이재명 지사의 과반을 저지해 '결선투표'만 가면 된다는 속내만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이낙연 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설훈 의원은 지난달 3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당규 자체가 잘못된 사안"이라며 "저 후보 정상적인 후보 아니다, 이렇게 나오면 어떻게 되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김현정 앵커가 '경선에 불복하는 느낌이 날 수도 있다'고 묻자 "그런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부인하지 않았다. 그가 그동안 꾸준히 불지폈던 '경선 불복' 논란을 또 불지핀 셈이다.
설훈 의원은 "당무위가 열리지 않거나 혹은 열렸는데 기존 해석을 고수하는 쪽으로 결정이 난다 하면 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인가"라는 질문엔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심각한 사안이 올 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가처분 등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의사도 강조하며 "할 수 있는 건 모든 건 다 동원해서 '이 잘못된 규정에서 제대로 된 후보가 아닐 수 있다' 그러니까 문제제기를 안 하면 이상하다"고까지 했다.
역시 공동선대위원장인 홍영표 의원도 같은날 불교방송 '박경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아마 특별당규라는 것 때문에 제도적으로 약간 문제가 있다 이러는데, 전 사실 이런 문제는 정치적으로 1등 후보가 조금 양보하면 된다고 본다"며 이재명 지사에게 양보를 강요했다.
홍영표 의원은 "그래서 이제 과거에도 저도 2012년,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을 도와서 선거운동을 했었습니다만, 이런 시비가 많을 때 1등 후보가 좀 이렇게 포용력을 가지고, 또 경선 이후에 어떤 단결이나 이런 걸 감안하고 또 당이 안정돼야 하니까 이런 걸 수용해서 넘어갔다. 근데 참 이번에는 굉장히 야박한 것 같다"며 이재명 지사에게 '야박하다'고까지 했다.
홍영표 의원은 송영길 당대표를 겨냥해서도 "이런 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우유부단하고 무슨 특별당규 해석이 그렇게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뒷짐 지고 있을 일도 아니라고 본다"며 "1위 후보를 설득해서 좀 이런 방향으로 좀 합의를 하게 만들든가, 아니면 지도부가 우리 당의 단합과 대선 승리를 위해서 뭔가 현실적인 결단을 하든가 이래야 되는데 정말 그게 안타깝다"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기에 캠프 총괄본부장인 박광온 의원(국회 법사위원장)도 같은날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당의 단합과 통합을 이루기 위한 한 방법으로 결선투표제를 도입했는데, 그 결선투표제가 전혀 잘못된 해석으로 무력화 됐을 때 당의 단합과 통합을 저해하는 것이 되고 우리 당 후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 되는데, 그때 그걸 누가 감당하느냐"라고 문제삼았다.
박광온 의원은 "하나의 문제는 정당의 우리 당이 집권당이고, 정말로 이 경선 제도를 먼저 도입해서 정착시켜온 정당인데 경선 관리의 신뢰성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당원의 당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문제기 때문에 이 문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엄포를 높았다.
앞서 지난달 28일 이낙연 전 대표와 설훈 공동선대위원장, 박광온 총괄본부장, 윤영찬 정무실장, 오영훈 수석대변인, 이병훈 대변인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경선 과정에서 사퇴한 후보자의 종래 투표를 무효로 처리하는 것은 선거인단의 선거권을 침해하는 해석이며 헌법을 위반한다. 이는 민주당의 결선투표제를 무력화하는 해석이기도 하다"며 당무위원회 소집을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이 문제삼고 있는 당규는 특별당규인 '제20대 대통령선거후보자선출규정 제59조1항'이다. 해당 조항을 보면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하는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제20대대통령선거후보자선출규정'은 지난해 8월 29일 제정됐다. 그 날짜는 이낙연 전 대표가 압도적으로 당대표로 선출된, 전당대회가 열렸던 날짜와 동일하다.
그러니 해당 규정은 이낙연 전 대표 시절, 그의 책임하에 만들어진 규정이라는 것이다. 당시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상에서 단연 선두가 분명했으며, 이낙연 전 대표가 당대표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에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하고 또 알고 있는 일이었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은 특별당규 제정 시기를 전후해선 문제삼지 않다가 지금에 와서야 문제삼으며, '경선불복'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불지피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경선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제 와서 룰을 바꾸자고 하는 것은 원칙마저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특별당규가 만들어진 이유는 경선이 시작되고 나서 후보들이 룰을 가지고 사사건건 논쟁을 벌이는 것을 사전차단하기 위함이다. 특별당규 1조2항을 보면 '제20대 대통령선거 승리를 목적으로 투명하고 객관적인 공천과 예측 가능한 시스템 공천을 위해 당헌 제111조에 따라 제정된 특별당규로서 다른 당규의 규정보다 우선한다'고 돼 있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은 과거에도 코로나로 인한 경선 연기론을 꺼내들었고, 또 지난 7월에는 국회 내 코로나 전수조사로 인해 당에서 'TV토론회' 취소를 통보하자 강하게 반발한 적이 있다. 또 지난 8월에는 "대통령후보자 자격검증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촉구했었으며, 지난달 경선 중에는 이낙연 전 대표의 국회의원직 사퇴서를 당에 신속 처리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었다. 그만큼 경선 이전부터 끊임없이 당에 이것저것 요구를 하며, 분란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