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화천대유 1호 사원'인 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병채씨가 '퇴직금' 혹은 '산재 위로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수령한 사실이 드러나며, 청년층이 분노가 가라앉을 줄 모른다. 곽상도 의원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죄(뇌물) 및 업무방해죄, 정치자금법 위반 및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의혹으로 잇달아 고발장이 접수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청년층의 '역린'을 제대로 건드렸다는 분석이 적잖다.
청년들은 당연히 '50억'이라는 거금에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평생을 뼈빠지게 일해도 결코 근접조차 할 수 없는 액수라서다. 한 달에 월급 200만원대 직장인 수가 굉장히 많은 걸 감안하면, 이들 입장에선 상상조차 못할 금액이다. 200만원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으더라도, 50억까지 모으려면 200년 이상이 걸린다. 그만큼 상상 이상의 액수다.
실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사실상의 최고임금으로 받으며 이 시각에도 땀흘려 일하고 있다. 그런데 수구언론이나 경제지 등은 최저임금 조금만 올라도, 마치 나라가 망할 것처럼 연일 선동하는 기사를 내왔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을 냈으나 '임기 내 1만원'도 달성(내년 최저임금은 9160원)하지 못했다. 결국 이를 방해한 것도 언론들의 훼방이 결정적이었다.
현재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절대악이라고 규정하며, 마치 최저임금을 100원이라도 올리면 나라가 망할 듯이 외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88년 이후 어느 정부 때나 최저임금은 꾸준히 상승했다.
김대중 정부(9.0%), 노무현 정부(10.6%), 이명박 정부(5.2%), 박근혜 정부(7.4%), 문재인 정부(7.2%)다. 가장 인색했던 이명박 정부에서도 연평균 5%를 넘게 인상했다. 국민의힘에선 마치 문재인 정부가 첫 두 해 저임금을 대폭 올린 것을 가지고 마치 매년 인상시킨 것처럼 강변하고 있는 것인데, 그 이후엔 인상폭이 2.85%, 1.5%로 급격하게 떨어지며 전체로 보면 박근혜 정권보다도 인상폭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 8월 6일 페이스북에서 "대한민국의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중산층 복원"이라며 "이를 위해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인들에게 치명상을 준 최저임금제와 주52시간제는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실시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제' 중단까지 꺼내든 것이다.
홍준표 의원은 “문재인 정권 들어 서민 일자리가 급격히 감소하거나 없어진 것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 52시간제 강제에 기인한 바가 크다”며 “이러한 정책이 서민 경제 활성화에 심각한 역기능을 초래한다는 것이 증명된 이상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상승을 마치 절대 악으로 규정했다. 또 다른 국가에서는 '노동시간'을 점점 줄이는 것이 대세임에도, 반대로 노동시간을 늘리자고 하며 '역행'하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지난 7월 31일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역설적으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를 양산했다”며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최저임금 인상은 범죄와 다름없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범죄에까지 비유했다. 그는 또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적용'까지 주장하며 '차별' 정책까지 꺼내들었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가 이미 결정해버린 2022년 최저임금 9160원을 임기 내 동결하겠다"며 자신이 집권할 경우 5년 동안 최저임금을 한 푼도 인상하지 않겠다고까지 공개 선언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도 지난 8월 25일 대선 예비후보 비전발표회에서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제 폐지를 들고 나왔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지난 7월 SNS글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5.1% 인상과 관련해 "주휴수당을 폐지하고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개혁을 해야 한다"며 역시 최저임금 공세에 나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지난 8월 22일 종로구 캠프 사무실에서 자영업비대위 관계자들을 만나 "코로나19 1년6개월 동안 그 직격탄은 자영업자와 대면 사업자들에게 내려졌는데, 이 정부 들어와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며 역시 '최저임금'을 문제삼았다. 그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지역별,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이제 시작돼야 할 것"이라며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처럼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언급했다.
매일 "허리띠 졸라매라"던 박정희식 사고, 또 청년들에 '희생' 강요?
그만큼 이들 모두 '최저임금제'에 대해 알러지성 반응을 보이는 것은 물론, '지역별·업종별 차등적용'까지 언급하면서 대놓고 '차별' 정책까지 쓰려는 움직임이다. 그렇다면 '이명박근혜' 정권 당시 최저임금을 인상한 것도 모조리 부정해야 옳다.
올해 법정 최저임금 8,720원으로 근무하면, 한 달에 200만원 벌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으로 월급 182만2480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9160원을 기준으로 할 때엔 월급 191만4440원이다. 구직 사이트에서 250~300만원 벌 수 있다고 하는 내용은 하루에 잔업을 2~3시간 더 해야 그 정도 벌어갈 수 있다는 것이며, 그것도 결코 많이 번다고 할 수 없다.
청년들이 버는 돈이 많지 않기에, 또 집값 등 각종 경제적 문제들도 산적하기에 혼인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그런 현실을 개선할 생각은 전혀 없이, "최저임금 인상은 없다"며 청년들에 무조건적인 '희생'만을 또 강요하는 격이다.
박정희 정권이 시민들에게 늘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희생을 강요했듯, 이들도 그러한 사고방식을 하는 셈이다. 청년들이 곽상도 의원 아들 '50억 퇴직금'에 얼마나 허탈함을 느끼고 있는지 '최저임금 인상'을 절대악으로 규정하는 국민의힘 대선후보들은 과연 공감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자영업자들이 힘든 이유는 한국의 자영업 비중이 여전히 높은 데서 비롯된다. OECD가 38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2020년 또는 가장 최근의 자영업 비중을 집계한 결과, 한국은 2019년 기준 24.6%로 6번째로 높았다. 미국이나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에 비하면 2~3배 이상 비중이 높다. 반경에 같은 종류의 가게가 많으면 수익 내기가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가 과잉경쟁을 막기 위해 진입단계부터 총량 규제를 하여, 자영업자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은 'K방역'으로 경제 피해를 최소화했으며. 수출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러나 '곳간지기'를 자처하며 '재정건전성'만 들먹이는 기획재정부의 '돈 안 풀기' '선별지원 고집' 등으로 인해 영업시간마저 제한받은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외면당하는 그늘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가계가 지고 있는 빚을 국가가 대신 지지 않으며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국민의힘 등 야당과 언론은 "자영업자 힘들다"고 연신 외쳐대면서도, 막상 돈을 풀면 '매표행위'라고 비난하는 모순적 행위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