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이슈에서 한동안 멀어졌던 '윤석열 게이트', 이른바 '고발 사주' 파문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해당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문제의 고발장을 제보자인 조성은 씨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눈 통화 녹음 파일이 복원된 것으로 'MBC'가 보도했다. 일부 공개된 통화 내용을 보면, 김웅 의원이 고발장 접수와 관련해 치밀한 주문까지 한 것이다.
6일 MBC에 따르면 해당 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두 사람 사이 통화 녹음 파일을 복구했다. 이들의 통화는 지난해 총선 직전인 4월 3일 고발장과 실명 판결문 등을 조성은 씨에게 보내기 전과 후 최소 두 차례 이뤄졌고 각각 7~8분간 진행됐다. 문제의 고발장에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뉴스타파·MBC 취재진, 제보자X(페이스북명 이오하) 등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김웅 의원(당시 국회의원 후보)은 고발장 접수 방식을 두고 은밀하고도 구체적으로 조성은씨에 당부했다. 검찰과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이 공모한 정황이 묻어난다.
"방문할 거면, 거기가 (대검찰청) 공공수사부 쪽이니까, 거기에 전화해놓겠다"
"찾아가야 되는데, 제가 대검을 찾아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온 게 되니까 전 쏙 빠져야 된다"
"당 지도부가 검찰에 가서 고발장을 내는 게 좋겠다"
"검찰이 받기 싫은데 억지로 받은 것처럼 해야 한다"
"(고발장은) 우리가 만든다"
고발장 수령은 검찰이 통상적으로 하는 업무 중 하나인데도, 당 지도부가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검찰이 '억지로 받는' 그림을 만들어야 한다고 상세하게 당부하고 있다. 또 '윤석열이 시켜서'라는 부분 그리고 '손준성 보냄'이라는 고발장의 문구를 보면 윤석열 전 총장 혹은 그의 최측근이 공모했을 거라는 추측도 가능해진다. 또 여기서 '우리'는 과연 누구를 호칭하는지도 밝혀야 할 부분이다.
'고발 사주' 논란에서 고발장 내용이 어떠했는지, 국민의힘에서 검찰에 접수한 사실 등은 이미 확인된 상황이다. 김웅 의원은 당시 국회의원 후보 신분이긴 했지만, 그가 검찰을 떠나 유승민 전 의원 측으로부터 '영입 인사'로 들어온 것은 불과 3개월도 안 된 시점이었다.
김웅 의원은 당에 고발장을 전달한 데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전달했다면 공익 제보를 전달했을 것"이라고 뚜렷한 해명을 하지 않았다. 그는 특히 해당 기간이 지역구 선거운동에 신경써야 할 시간이라 방대한 양의 문건을 검토할 시간 같은 것은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통화 내용을 종합해 볼 때, 김웅 의원은 분명 사안을 깊게 알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 김웅 의원이 자세하게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녹취록이 확인된 만큼, 고발장을 누가 작성했는지 또 자신이 호칭한 '우리'가 누구인지 기억을 곱씹어서라도 밝혀야 할 의무가 생긴 것이다.
한편 조성은씨는 페이스북에서 녹음파일이 복원된 데 대해 "놀라운 일이다. 수사기관에 감사드린다"며 "선거당시에는 여러 제보 전화들, 당 출입기자님들과 매일 거의 수십통씩 전화했기 때문에 자동 녹음본도 많고 사진도 많았기도 했다. 용량부족으로 불필요한 것들은 삭제들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인터뷰 즈음에서 녹취가 있느냐는 질문에 확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성은 씨는 "그래서 4월 3일인지 8일인지 대략적인 기억만 할 수 있었는데 핸드폰 포렌식이라는 것 정말 대단한 기술"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앞서 고발장에 이름이 올라간 피해자인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황희석 최고위원은 지난달 13일 ‘고발사주' 논란과 관련해 윤석열 전 총장과 그의 배우자 김건희씨, 또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비롯, 김웅‧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지난해 4월 고발장 작성에 관여한 제3자 등 7명에 대한 고소장을 대검찰청에 접수한 바 있다. 주요 혐의는 공무상비밀누설죄, 직원남용죄, 개인정보보호법위반죄, 선거방해죄, 공직선거법위반죄 등 5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