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부산 해운대 백사장 코 앞에 위치한 101층짜리 주상복합 건물 엘시티는 분양 과정에서 온갖 특혜가 주어지는 등, 비리로 얼룩진 대표적 건물로 꼽힌다. 엘시티 실소유주인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은 '로비황제'로 불리며 엄청난 금액을 정관계에 로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엘시티는 '판도라의 상자'로 불리고 있으나 정작 해당 건으로 처벌받은 이는 얼마 되지 않는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동작을)은 8일 대전고검 등 지역검찰청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이수권 부산지검장을 향해 "비리 복마전, 부산 엘시티 의혹 즉각 재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산지검은 지난 2016년 7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부산 엘시티에 대한 비리 수사를 진행해 이영복 회장 등 정·관계 인사 등 24명을 기소했다. 이영복 회장은 회삿돈 705억원을 빼돌리고 유력 정치인들에게 로비 명목으로 금품 5억원 가량을 건넨 혐의로 지난 2018년 징역 6년이 확정됐다.
이밖에도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이었던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배덕광 전 의원(전 해운대구청장) 등의 징역형이 확정됐고, 허남식·서병수 전 부산시장의 측근들이 일부 처벌받았다. 그러나 정작 '판도라의 상자'로 불리웠던 것에 비하면, 겨우 꼬리만 건드린 부실수사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실제 해당 시기 부산지역의 국회의원이나 구청장 등은 대부분이 국민의힘(당시 새누리당) 소속이었다.
또 지난해에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후보 시절 엘시티 '로얄층 2채' 특혜분양 구설에 휩싸였었으며, 특히 자신이 거주 중인 엘시티 한 채는 아들(의붓자녀)로부터 구입한 기막힌 사실까지 드러나기도 했다. 또 엘시티 조형물 납품 건에도 아들 회사가 관여된 것으로 확인되는 등 논란은 더욱 커졌다.
그만큼 엘시티에는 숨겨진 비리 의혹이 훨씬 더 많을 거라는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재보궐선거 기간 당시 부산참여연대가 2016년 당시 수사가 부실했다며, 수사검사와 지휘부를 공수처에 고발한 바 있다.
이수진 의원은 "엘시티 이영복 회장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엘시티 특혜분양 리스트에 국회의원, 전직 장관, 유명 기업인 등 130여명이 넘는 인사들의 이름이 있다"며 "이제 남은 의혹은 검찰이 ‘특혜 리스트’가 든 하드 디스크를 확보하였음에도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 이영복 회장이 검사장 출신인 석동현 변호사에게 3억원을 줬다고 진술했는데 검찰이 소환조사 한 번 없이 서면조사로 무혐의 처리했다는 의혹, 엘시티가 받은 특혜성 대출 의혹 등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직격했다.
이수진 의원은 "어떻게 엘시티는 비리복마전, 특혜백화점이 됐을까"라며 "엘시티 부지는 원래 부산도시공사가 토지를 다 수용한 곳이라 공공개발을 할 수 있던 것인데, 그걸 헐값에 민간에 팔고 민간은 거기서 인허가를 받아 초고층 아파트, 레지던스 호텔을 지어서 약 1조원 이상의 개발이익을 남겼다. 공익 환수 없이 민간이 1조원을 나눠 먹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진 의원은 개발과정에서 엘시티가 받은 특혜에 대해 △관광시설만 들어갈 수 있던 곳에 50층 이상 주거시설 들어서게 한 것(국토교통부) △60m 고도제한을 400m 이상으로 푼 것(부산시) △'투자 이민제' 대상으로 민간 건물로선 최초로 선정된 것(법무부) 등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특혜는 2008년부터 2013년, 즉 이명박-박근혜 정권 하에서 일어난 것이다.
이수진 의원은 "엘시티 개발 특혜를 보면 부동산 토건세력 특혜로 어마어마한 불로소득이 생겨서 이것들을 다 나눠갖는 것에 대해, 이러한 불공정 불의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를 넘어 슬픔까지 느끼고 있다"며 "이 사건 특혜비리사건 다시 들여다봐야 할 거 같은데 어떻게 보나"라고 이수권 부산지검장에 질의했다.
이에 이수권 지검장은 "엘시티 관련 사건은 벌써 여러 차례 수사가 진행됐었고, 2016~2017년도에 수사팀에서 이영복 등에 대한 비리사건이 처리됐다. 그 이후에 시민단체 고발로 여러 사건들이 나눠져서 기소가 된 상태"라며 소극적 답변만 반복했다.
그러자 이수진 의원은 "공수처에서 수사검사 지휘부 수사하고 있으니 당연히 특혜의혹도 거기서 다시 나올 것"이라며 "그런데 부산지검만 수사 안하고 있으면 되겠나?"라고 직격헀다. 그는 "이런 특혜의혹이 여전히 살아있는데 수사를 하실 의향이 있다는 건가? 없다는 건가? 특혜 의혹쯤은 괜찮다는 건가?"라고 일갈했다.
이수권 지검장은 "특혜분양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부산지검 동부지청이 부산경찰청에서 불송치로 내려온 사건을 검토하고 있다"며 "특혜분양 받은 혐의로 43명이 고발된 건과 관련해서도 주택법 위반으로 이미 기소했다"고만 답했다.
이수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도 "특혜 개발로 생긴 어마어마한 이득을 토건 세력들이 다 나눠 갖는 이런 불공정, 불의는 끝까지 발본색원해야 한다"며 엘시티 건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지사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엘시티 건의 재수사를 언급한 것과도 결을 같이 한다. 이재명 지사는 "(엘시티 재조사하면)아주 천지가 개벽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저한테 권한이 생기면 반드시 그거 재조사해가지고 전부 다 감옥보낼 생각"이라고 공언했었다.
이수진 의원은 "이런 엘시티 의혹을 들여다보니 대장동 개발은 대단해 보인다"라며 "만약, 이재명 지사가 민관공동개발을 하지 않았다면 5,503억원에 이르는 공공환수 한 푼 없이 엘시티의 길을 갈 뻔했다"고 꼬집었다.
이수진 의원은 "2015년경 연평균 전국의 개발이익 환수금액이 3,000억원 정도였다. 이 지사가 환수한 5,503억원은 이보다 1.8배 많다"며 대장동 건은 명백한 이재명 지사의 엄청난 업적임을 강조했다.
최근 진성준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역대 도시개발사업 개발부담금 부과·징수 실적'에 따르면 2000년 7월 도시개발법 시행 후 지난 21년간 전국의 도시개발사업 완료 241건 중 개발 부담금이 징수된 사업은 10건이었고, 개발부담금 징수 총액은 1768억원에 그쳤다. 즉 지난 21년동안 전국 모든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환수한 금액이 이재명 지사가 환수한 5503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수진 의원은 "이재명 지사는 엘시티처럼 토건 세력의 이익 독점을 막고, 성남시 이익을 무조건 우선 보장받기 위하여 계약단계에서 예상 이익의 72%를 확정했다"며 "민간사업자들이 마음대로 하지 못하도록 과반수 의결권도 확보했다. 개발 중에 민간의 수익률이 높아지자 추가로 920억원 규모의 터널 공사 등까지 민간이 부담하도록 해 ‘공산당 같다’는 비난까지 들어가며 환수한 사람이 이재명 지사"라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