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뉴스프리존]모태은 기자= 청년들의 마음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올해 4월 발표된 국가교육통계에 따르면, 20~30대 청년들은 타 연령대 대비 우울감을 느끼는 비율이 높고 고위험군의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구성원으로 활약할 시기에 지나친 우울감으로 위축된 청년이 많다는 사실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이렇게 마음이 힘든 청년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어 눈에 띈다. 바로 보건복지부가 지역사회 서비스로 추진하는 ‘청년심리지원서비스’다.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6개월~1년 간 전문 심리상담을 지원하는 정부지원 바우처 제도다. 청년들이 자신의 현재 상태를 탐색하고 건강한 심리를 회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마련돼 있다.
청년심리지원서비스 제공기관인 심리상담센터 헤세드의 박정은 실장과 이은비 임상심리전문가(심리상담사)를 비대면으로 만났다. 청년들이 주로 겪는 심리적 어려움은 무엇인지, 이들에게 심리지원서비스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들어보았다.
Q. 청년심리지원서비스는 어떻게 신청할 수 있나요?
A. 박정은 실장 : 보건복지부가 바우처를 총괄하고 지자체별로 세부 사업을 추진하는데, 서울시의 경우 만 19~34세 기준중위소득 150% 이하 청년이 거주지 주민센터에 필요한 서류를 접수하면 신청할 수 있어요. 최대 1년간 월 4회, 회당 60분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며 본인부담금은 등급에 따라 매월 2만4000원, 4만8000원, 7만2000원으로 책정됩니다.
Q. 청년심리지원서비스를 이용한 청년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A. 박정은 실장 : 심리상담센터 헤세드는 2020년 7월부터 이 사업에 참여를 했고 총 13명의 청년들이 상담을 지원받았어요.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높을 뿐 아니라 기간이 한정돼서 더 상담을 받지 못해 아쉽다는 분들도 있었어요.
이은비 상담사 : 이 지원서비스를 받는 분들은 굉장히 일정을 잘 지켜서 찾아오세요. 도움이 된다고 느끼니까 빠지지 않고 잘 참여하시죠.
Q. 청년들이 주로 겪는 심리적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A. 이은비 상담사 : 공통적으로 사회 적응이 어려운 문제인데 원인은 조현병, 우울, 불안 등 이 세 가지가 가장 많았어요. 심리적 문제 때문에 사회 적응이 어렵고 그러다 보니 사회적으로 고립돼요. 그래서 만날 사람도 없고 얘기 나눌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심리상담이 필요한 분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했어요.
휴대폰, SNS를 활용해서 사람들과 많이 관계를 맺고 노출돼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대면으로 만나는 사회적 관계는 굉장히 적었어요. 그래서 고립감,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있고 서로 소통을 잘 안 하고 잘 모르다 보니 상대적 박탈감도 심한 경우가 많아요. 본인만 뭔가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많이 갖는 것 같고요. 그러니까 좀 쉽게는 게임이나 알코올, 이런 것들에 의존을 많이 하게 되죠.
심리상담 헤세드에는 다양한 고민을 가진 청년들이 찾아온다. 센터는 취업난 등 경제적, 사회적 요인으로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고 있다. 1:1 상담 외에도 사회기술훈련, 의사소통 프로그램 등 갈등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은비 상담사 : 제가 만난 분들은 약물 치료를 기본적으로 병행하는 분들이었어요. 그런데 약물 치료로 증상은 줄어들어도 행동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거든요. 심리상담을 통해 이전에 하지 않았던 행동들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죠.
실제로 다른 시도를 해 봤더니 자존감이 올라가고 효능감이 느껴지니까 이전에 어려워한 것들, 취업을 시도한다든지 대인관계에서 사람을 만난다든지 등 긍정적으로 변화한 케이스가 있었어요.
Q. 일상적인 스트레스와 치료가 필요한 우울감을 구별할 수 있을까요?
A. 이은비 상담사 : 주관적인 고통이 굉장히 심하면 신체적으로도 증상이 나타나요. 병원에 가 보면 특별한 원인은 없는데 몸이 되게 아픈 거죠.
또 하나는 적응 기능이 많이 떨어져요. 아침에 일어나서 일상적으로 하는 일들 있잖아요. 밥을 먹고, 씻고, 사람들 만나고, 내가 학생이거나 직장인이라면 가야 할 곳이 있잖아요. 그런 일들을 안 하게 되는 것들이 적응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거든요. 이 두 가지 척도가 가장 중요해요.
Q. ‘코로나 우울’을 경험하는 청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일상적으로 마음 관리에 도움이 될 만한 습관은 무엇이 있을까요?
A. 이은비 상담사 : 예를 들어 우울한 경우에는 무조건 생각을 바꾼다기 보다 ‘많이 움직이라’고 권해요. 밖에 나가서 산책하기, 수면 습관 잘 지키기 이런 것들이 중요해요.
또 간단하게는 지금 여기 머문 상태에 집중하는 방법도 추천해요. 생각이 많아서 그 생각에 너무 빠져 있으면 지금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잊게 되고,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 편안한 상태인데도 걱정이나 후회로 생각이 빠져요. 그래서 지금 여기 머문 상태에서 계속 보이는 것들, 들리는 소리나 감각, 이런 것들에 집중하는 방법을 권해 드려요.
박정은 실장과 이병은 상담사는 “청년층의 건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고 사회적으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서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내 또래의 청년들이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었다. 때때로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실감했다.
코로나19 마음 방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때마침 보건복지부는 이달 10일인 ‘정신건강의 날’을 기념해 2주간 정신건강 홍보주간을 운영한다. 청년심리지원서비스는 물론, 다양한 지원 제도가 널리 알려져 청년들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