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이재명 후보가 대선 후보로 선출된데 대해 이낙연 후보 측에서 공식적으로 '이의 신청'을 한 것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원팀'을 강조했다.
송영길 대표는 11일 이재명 후보와 함께 대전현충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 당은 어제 이재명 후보를 20대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로 확정 발표했고, 제가 추천서를 전달했다"라며 "대한민국이 헌법에 따라 운영되는 것처럼 대한민국 집권여당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운영된다"라고 분명히 했다.
송 대표는 "이 당헌당규는 제가 당 대표일 때 만든 것이 아니고, 이해찬 전 대표 때 만들어져서 지난해 8월 이낙연 전 대표를 선출하던 전당대회 때 통과된 특별 당규"라고 강조하며 "이 전 대표를 선출하면서 같이 전 당원 투표에 의해 통과된 특별당규에 근거해 경선이 진행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거라는 게 사실 결과를 수용하는 데 상당히 마음이 아프고, 저도 두 번 떨어지고 세 번째 당 대표가 되었기에 그런 아픔을 충분히 이해한다"라고 했다.
아울러 "저희 민주당이 분열됐을 때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다"라며 "30년에 걸쳐 영호남을 통합하고 전국적인 민주당을 만든 과정을 이낙연 총리께서는 기자 시절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저와 16대 국회를 하며 같이 겪어온 분"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저희 민주당은 함께하며 이 과정을 겪어왔기 때문에 원 팀이 될 수밖에 없고, 이는 개개인을 넘어 민주당에 주어진 소명"이라며 "대통령도 어제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을 통해 경선 과정도 잘 됐다고 분명히 명시해서 축하메시지를 보내줬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대표의 이 발언은 이 후보 측이 제기한 '이의 신청'을 사실상 경선 불복으로 원팀을 깬다는 취지로 보고 수용을 불가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 후보 측은 대선 경선 결과 관련 입장문을 내고 경선 도중 사퇴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 의원의 득표가 모두 무효표 처리된 것을 문제삼았다. 이 후보 측은 “당 대선후보 경선 무효표 처리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규정된 절차에 따라 11일 당 선관위에 공식 제출키로 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전날 민주당은 전체 누적 득표율이 과반(50.29%)을 넘긴 이 후보를 규정에 따라 결선 투표 없이 본선에 진출하는 대선 후보로 확정했다. 하지만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재명 후보가 28.3%를 득표하자 62.37%를 득표한 이낙연 후보 측에서 이의를 제기했다.
이날 이낙연 캠프는 "캠프 소속 의원 전원이 긴급 회의를 하고 당 대선 후보 경선 무효표 처리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규정된 절차에 따라 11일 당 선관위에 공식 제출키로 했다"라고 밝혔으며 "이낙연 캠프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무효표 처리가 결선투표 도입의 본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경선에서 사퇴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 의원의 득표가 무효 처리 되지 않을 경우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이 과반에 미치지 않아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대표는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된다는 것이 이낙연 캠프의 주장이다.
민주당 특별 당규에는 이렇게 적시돼 있다.
제59조(후보자의 사퇴) ①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하는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
이낙연 후보 측의 주장에 이재명 후보는 서울 올림픽공원 SK올림픽 핸드볼경기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도사퇴한 후보들의 표를 무효표로 처리한 것에 대한 이낙연 후보 측의 이의 제기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축하 말씀해 주셨다니까 저는 당의 처분을 기다리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시민층에서도 이낙연 후보 측의 사실상 경선 불복 의사에 이제는 약속한 대로 원팀이 되어야 할 때라며 더이상 추한 꼴은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후보는 또 다수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낙연 후보에게 큰 표차로 지면서 힘겹게 과반 득표를 얻은 것에 대해 “교만하지 말라는 국민의 채찍으로 받아들이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민주당 분열시키면 이낙연의 정치인생은 '이인제 시즌2'뿐"
한겨레 출신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 11일 SNS로 "이낙연의 가슴 아픔은 이해하지만, 개인을 위해 정치하지 말고 민주 정권의 연장을 바라는 국민을 위해 일하라. 그래야 당신에게 다음 기회가 올 것이다. 민주당 분열시키면 이낙연의 정치인생은 '이인제 시즌2'뿐이다"라고 했다.
류근 시인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지난 1977년 파나마에서 열린 '4전5기' 신화의 주인공 홍수환 선수와 카라스키야와의 권투대결을 예로 들며 "룰이라는 것은 잘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지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이낙연 후보 측의 경선 불복 의사를 꼬집었다.
그는 "그때까지 세계 양대 프로 복싱 기구 WBA, WBC는 선수 보호를 위해서 한 라운드에 3번 다운되면 KO로 간주하는 룰을 채택하고 있었다"라며 "그런데 공교롭게도 WBA에서 한 라운드에서 3번 이상 다운되어도 선수가 싸울 의사가 있으면 경기를 계속 진행한다는 이른바 '프리 녹다운제'라는 룰을 채택하게 된다. 홍수환과 카라스키야의 경기는 그 프리 녹다운제가 적용된 최초의 세계 타이틀매치였다"라고 회고했다.
이어 "홍수환 선수는 2회에 4번 다운 당했으나 다시 일어나 3회에 카라스키야를 KO로 때려눕히고 세계 챔피언에 등극함으로써 4전5기의 신화를 이룩하게 된다"라며 "그때 만일 카라스키야 측에서 새로 바뀐 프리 녹다운제가 부당하다며, 인정할 수 없다며 홍수환이 2회에 4번 다운 당했으니 경기는 자기들이 이긴 거라고 주장했으면 어찌 되었을까? 받아들여졌을까?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았을까?"라고 거듭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잘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지는 것도 중요하다"라며 "석패한 후보자와 그 지지자들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으나 잘 지지 못하면 아름다워지지 못하고, 아름다워지지 못하면 미래가 없어진다. 패배한 후보자의 미래뿐 아니라 민주시민의 미래까지 동시에 없어진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때 깨끗이 승복한 카라스키야는 나중에 파나마 국회의원이 되었다. 홍수환도 카라스키야도 모두 승리자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