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뉴스프리존] 강승호 기자 = 지난 6일, 해상실습에 참여한 여수지역 모 특성화고 3학년 홍정운 학생(17세)이 바다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다.

이 학생은 당시 여수시에 소재한 웅천 마리나에 계류 중인 바이킹호 선체 외부 바닥면에 달라붙은 따개비 등 이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던 중이었으며 헐거워진 잠수장비를 정비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사고현장에서는 사망학생 혼자서 작업을 수행 중이었고 현장 지도교사나 안전요원 등 추가 인원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잠수작업은 18세 미만인 자가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용금지 직종’으로 분리돼 있다. 희생된 학생의 연령이 이에 해당해 위법에 해당한다. 설령 18세 미만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위험한 작업에서 당연히 갖춰야 할 안전대책이 전무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 사건은 분명 인재라는 점에서 관련자들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여수해경은 12일, 업체대표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여수해경은 A학생이 지난 6일 10시 39분께 여수시 이순신 마리나선착장에 계류 중인 B호 선저 이물질(따개비) 제거작업 중 잠수장비가 헐거워 재결착을 위해 공기통과 오리발을 풀었으나 허리에 찬 납벨트 무게를 이기지 못해 수중으로 가라앉아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에 있다.

여수해경은 현장 CCTV 영상 분석과 구조에 참여한 요트 관계자 B씨 등 3명의 진술, 현장 실황조사, 관련 자료 등을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잠수작업시 2인 1조로 작업을 해야 함에도 수중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고, 잠수자격증이 없는 실습생에게 위험직무인 잠수작업을 시키면서 안전관리자를 배치하지 않는 등 사고예방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잠정 조사했다.

해경 관계자는 업체대표에 대한 추가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특성화고 현장실습 관계자 등을 상대로 실습 경위 등 모든 수사 가능성을 열어두고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수해경은 이 학생의 현장실습계획서 상에는 요트 탑승객을 상대로 식사 보조 등의 업무를 맡게 돼 있었지만, 계획에 없는 잠수작업을 하게 된 경위도 살펴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교조 등 20여개 단체로 구성된 '여수 현장실습생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지난 8일 여수 웅천요트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잠수작업은 만 18세 미만 청소년을 고용해서는 안되며 수중작업 시 필수조건인 2인1조 작업수칙 위반, 수면 안전관리관 미 배치 등의 허점이 노출됐다”며 “해당 업체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사고 경위와 원인을 제대로 밝히고 영세업체 근로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와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도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기준법상 만 18세 미만이 일할 수 없는 금지 직종에 고압작업 및 잠수작업이 있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에 진보당 전남도당은 논평을 통해 “제주의 생수업체에서 일하던 실습생 사망사고가 4년 전 발생하면서 그동안 정부가 몇 차례의 대책안을 내놓았지만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장실습장은 여전히 위험천만하고 ‘노동착취 실습’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재발방지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고 성토했다.

더불어 “재발방지는 빠른 진상규명과 제대로 된 처벌이 첫 번째다. 김용균의 죽음 이후에도, 이선호의 죽음 이후에도, 매일 하루 한 명 이상 노동자가 죽어가고 있음에도, 그동안 제대로 처벌받고 책임지는 이는 없었다. 내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고는 하나 이번 사고의 원인이기도 했던 2인1조 작업 등 재해 예방에 필요한 적정 인력에 대한 규정은 포함되지도 못했다. 심지어 이런 누더기법 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훨씬 더많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번 사고는 예견된 사고였고, 이러한 경고를 무시한 정부 역시 오늘의 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며 “여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안타까운 사망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고,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정부에 책임을 촉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