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한미약품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onAlcoholic SteatoHepatitis, NASH) 혁신신약의 미국 2상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NASH는 치료제 시장이 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아직 뚜렷한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독립적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iDMC)로부터 NASH 치료제 후보물질 '랩스트리플아고니스트'(LAPSTriple Agonist)의 임상 2상을 계획 변경 없이 계속 진행하라는 권고를 받았다고 14일 밝혔다. iDMC는 진행 단계 임상에서 환자의 안전과 약물 효능 등을 독립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전문가 그룹을 뜻한다.
한미약품은 현재 간 생검(liver biopsy)으로 질환이 확인된 NASH 환자들을 대상으로 위약 대비 치료 유효성, 안전성, 내약성 등 확인을 위한 임상 2상을 미국 및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랩스트리플아고니스트는 체내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 인슐린 분비 및 식욕 억제를 돕는 GLP-1(glucagon-like peptide-1,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인슐린 분비 촉진 및 항염증 작용을 하는 GIP(glucose-dependent insulinotropic peptide, 포도당 의존형 인슐린 분비 자극 펩타이드)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FDA는 지난해 7월 이 물질을 NASH 치료를 위한 패스트트랙(Fast Track) 개발 의약품으로 지정했으며, 원발 담즙성 담관염(2020년) 및 원발 경화성 담관염(2020년), 특발성 폐 섬유증(2021년)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으로도 지정한 바 있다.
랩스트리플아고니스트가 성공한다면 무려 30조 원에 달하는 NASH 치료제 시장에서 유일한 약물이 될 수 있다. 현재 NASH 치료제는 당뇨병 치료제를 병용요법으로 사용하는 등의 방법이 주로 추천돼 왔지만, 완벽한 치료제로 인정받는 약물은 없는 것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현재 NASH 치료제를 개발 중인 곳은 이스라엘 갈메드의 '아람콜'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아람콜은 현재 미국, 유럽, 남미, 아시아지역 등 185개 사이트에서 2,000여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3상 임상시험(ARMOR study)이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삼일제약이 아람콜의 국내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또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노보 노디스크가 노보 노디스크의 GLP-1 수용체 작용제 '세마글루타이드'와 길리어드의 연구용 FXR(farnesoid X receptor, 파네소이드 X 수용체) 작용제 '실로펙서', 연구용 ACC(Aceyly-CoA Carboxylase) 억제제 '피소코스타트'의 단독 또는 고정 용량 복합 요법을 연구 중이다. 이 요법은 임상 2상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유한양행이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와 베링거인겔하임(베링거)에 NASH 치료 후보물질을 각각 9000억 원과 1조 원 규모에 기술수출한 바 있으며, 동아ST도 조인트벤처 레드엔비아를 설립하고 당뇨병치료제인 '에보글립틴'(슈가논)을 NASH 치료제로 연구개발 중이다.
이밖에 SK케미칼, LG화학, 종근당, 일동제약, 디앤디파마텍, 엔지켐생명과학, 티움바이오, 퓨쳐메디신, 리스큐어바이오사이언시스, 압타바이오, 올릭스 등의 중소 제약사들이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실제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다. 화이자나 길리어드사이언드 등 글로벌 유수 제약사들도 NASH 치료제 임상 중단 사례가 적지 않다. 때문에 NASH 치료제는 '난공불락'으로 불리운다.
업계 관계자는 "NASH 치료제는 개발만 된다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NAH 환자의 절반이 몰려 있는 미국에서의 성공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특히 한미약품은 미국 얀센에 먼저 수출했다가 반환된 물질인데 1년 만에 재수출 해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NASH치료제는 치료해야할 타깃을 잡기 쉽지 않고, 임상에서 비교할 지표도 부족해 개발하기 어렵지만, 만일 한미약품이 성공한다면 최초의 국산 글로벌 혁신신약이라는 타이틀도 얻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NASH는 술을 전혀 안 마시거나 소량(남성 기준 일주일에 소주 2병 이하)을 마시지만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과 비슷하게 간에 지방이 많이 끼어있는 질환을 말한다. 염증을 동반하지 않는 단순 지방간에서부터 만성 간염, 간경변증에 이르는 다양한 형태의 간질환을 포함한다. 대부분의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가벼운 병이지만 심한 지방간 환자 4명 중 1명은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했을 경우 서서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심각한 간질환인 간경변증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