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끝났어도 갈등은 봉합되지 않고 있다. 이낙연 후보의 캠프와 지지자들은 3차 슈퍼위크의 ‘반’전에 고무됐는지 결선투표를 요구했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당무위원회까지 열어 수습했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의 우려에 이낙연 후보는 3차경선 이후 칩거 3일만에 흔쾌한 경선 ‘승복’ 대신 ‘수용’이라는 완곡한 표현으로 한발 물러섰다. 곧바로 이재명 후보측과 손을 잡는 모양새는 연출되지 않았고, 이 후보는 강원도 모처에서 감정을 추스린다고 했다.
이 후보로서는 회한과 아쉬움이 큰 경선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까지 ‘어대낙(어차피 대선은 이낙연)’이라 할 정도로 대세론을 형성했다. 다선 국회의원으로, 전남 도지사, 문재인 정부 최장 총리로 그 누구보다 관록과 풍부한 행정경험으로 가장 안정적인 후보였다. 2020년 4월 총선 압승은 이낙연 대세론을 보증한거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2020년부터 시작된 사상 초유의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전세계적인 전염병 확산) 현상, 2021년 3월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퇴와 대선후보 등장은 대선판을 뒤흔들었다. 이 와중에 이 후보는 2021년 연초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을 제기했다가 역풍을 맞게 됐다.
대통령 선거는 한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것이지만, 결국 정당간 진영 대결로 전면전이자 외나무다리 결투에 다름없다. 이런 대선도 후보마다 상성이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팬데믹과 윤석열 후보의 등장은 민주당 대선후보로 더 강하고 결단력 있는 후보를 찾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에서 보여준 이재명 식 과감한 행정조치와 사이다 발언, 철저한 개혁성은 여권 지지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평가 보다는 이른바 ‘조국대전’ 이후 급부상한 윤석열 후보에게 대적할 인물로 이재명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이 후보를 제치고 범여권 지지율 1위로 떠오른다. 순식간의 일, 이낙연 후보측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기도 하다.
민주당 경선이 시작하자 이같은 변화는 이재명 대세론으로 나타났다. 이낙연 후보의 정치적 고향인 광주전남만 빼고 나머지 지역에서 50% 이상 득표, 마지막인 3차경선도 서울지역은 이기고 국민여론에서 62:28로 이낙현 후보가 압승을 거둔 뜻밖의 결과가 나와 경선판을 혼돈에 빠뜨렸다.
이 모든 혼란의 원인은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리스크’였다.
이재명 지사의 성남시장 재직시 진행된 대장동 개발로 인해 엄청난 이득을 챙긴 ‘화천대유’가 나타나자 야권과 보수언론은 검증도 없이 “화천대유는 누구겁니까?”라는 ‘의혹 키우기’로 총공세에 나섰다. 난데없는 호재에 범야권과 보수언론은 연일 ‘대장동 의혹’을 집중 부각했다.
문제는 당내 경쟁관계인 이낙연 후보측의 문제제기다. 당연히 이재명 후보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검증 이전에 이재명 후보와 당내 검증을 믿어야 했는데, 범야권과 보수언론과 궤를 같이 하면서 ‘의혹 키우기’에 동참한다. 일부인사는 “감옥에 갈 수 있다”라는 야권 인사보다 더 강한 발언을 쏟아내며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물론 본선에 오르기 전 도덕성과 의혹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했지만, 야당 인사들보다 더 강한 발언으로 내부에서 총질은 야당과 보수언론에 더 좋은 먹잇감만 줄 뿐이었다.
민주당 내 뿐 아니라 지지층에서도 논란이 크자 이낙연 후보는 ‘불안한 후보’로는 본선 경쟁력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후보와 캠프가 야당이나 보수언론 보다 내부에서 불안을 더 조성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경선이 끝나고 이낙연 후보의 ‘수용’ 발언으로 일단락 되는 듯 했지만 앙금은 계속 남아있다.
14일 캠프 해단식에서 이낙연 후보는 “동지들에게 상처주지 마셔야 한다”며 “다시 안 볼 사람들처럼 모멸하고 인격을 짓밟고 없는 사실까지 끄집어 내서 유린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잔인한 일일 뿐 아니라 정치할 자격이 없는 짓이다”고 했다. 자신의 지지자들을 ‘일베’ 수준으로 공격한 송영길 대표를 비판한 것이지만, 이낙연 캠프에서 먼저 이재명 지사를 공격한 것에 대해서는 유감 표명도, 힘을 합쳐 ‘원팀’이 돼야 한다는 언급은 없었다.
이낙연 후보의 ‘승복’이 없어서인지 캠프 출신 인사들이 “나라도 팔아먹을 사람”, “거짓말은 기본” 등 이재명 후보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야당 인사보다 더 격한 반응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이낙연 후보 캠프에서 복지공약 설계에 참여한 이상이 제주대 교수는 18일 페이스북에 이 후보를 겨냥해 “기본소득은 민주당의 강령과 당헌에 규정된 보편적 복지국가의 길을 가로막는다”며 “기본소득은 민주당의 대선 공약이 될 수 없다”고 적었다. 이어 “‘대장동 게이트’ 관련 국민은 진정으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름과 직책을 빼고 보면 야권 인사 캠프에서 나온 논평보다 더 강하다.
이낙연 후보측이 경선 승복을 안하고 비판적인 날을 세우는 것은 혹시 모를 이재명 후보의 막마에 대비한 측면이 있다. 이른바 ‘대장동 의혹’이 아닌 이재명 후보가 직접적인 연루가 나온다면 치명상이기에 대선후보가 교체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그러나 ‘대장동 의혹’은 점점 ‘화천대유 게이트’로, 이른바 ‘50억 클럽’ 명단에 나온 것처럼 곽상도 전 의원 아들부터 시작, 박영수 특검, 원유철 전 의원 등 국민의힘 인사들과 그쪽에 가까운 법조인맥들이 중심으로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화천대유 실소유주인 김만배의 누나가 윤석열 부친의 연희동집을 구입한 사실까지 드러나 파문은 확산되고 있다. 화천대유 실체를 밝힐 유력한 인사인 남욱 변호사는 18일 귀국 일성으로 “화천대유의 ‘그 분’은 이재명 지사가 아니고, 사업을 방해했다”라고 밝혀 이 지사와의 연관성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인지 이재명 지사는 18일 국정감사장에 나와 국민의힘 ‘대장동 의혹’ 공세를 잘 막았을 뿐 아니라 불안감을 해소하며 역공을 취하기까지 했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은 이재명 지사가 성남 일대 조폭연관설을 내세우며 조폭의 ‘돈’을 받았다는 사진까지 제시했으나, 이는 뇌물제공했다는 조폭이 ‘돈자랑’을 위해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으로 드러나 결과적으로 김용판 의원은 망신을, 이재명 지사의 정당성만 강화시켰다.
뒤늦은 이야기이지만, 선거전문가들은 이낙연 후보가 경선을 시작하면서 이재명 지사에 대한 지나친 네거티브 공세로 자신의 장점인 ‘안정감’을 부각시키는데 실패했고, 이로인해 경선 내내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경선 막판이나 경선 이후에도 ‘원팀’을 선언하지 않는 이유는 혹시 모를 후보교체를 생각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야권 후보나 보수언론 보다 같은 당 후보를 비난하고 상처 준 이들이, 거꾸로 이재명 지사가 낙마하고 이낙연 후보가 본선에 올라간들 이 지사 지지자들이 흔쾌히 지지할 수 있을까?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낙연 인사들은 무엇으로 이 지사 지지자들을 설득할 것인가?
이낙연 후보가 ‘어대낙’이었지만 바뀐 현실을 수긍하고 경선을 완주하면서 이재명 지사를 안고 ‘원팀’ 정신으로 일관했으면,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원팀’으로 정권유지에 일조한다고 했으면, 만에 하나 후보 교체라는 최악의 경우에도 민주당은 온전한 ‘원팀’ 후보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낙연 지지자들은 그럴 기회조차 놓친 것 같다.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는 말이 있다. 물을 마실 때는 물이 어디서 흘러왔는지를 생각하라는 뜻이다. 물의 근원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같이 마시던 우물에 침은 뱉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지금 이낙연 일부 인사들의 행태는 민주당의 정체성도 없어 보인다. 정치든 사람이든 개인에 함몰되면 안된다. 그 근본을 생각해야 하는데 이낙연 후보도, 지지 인사들의 행태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얼굴이 아니다.
이낙연 후보와 지지 인사들의 행로를 더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