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당뇨병 치료제 '가브스'(빌다글립틴)를 둘러싼 특허분쟁에서 안국약품과 한미약품이 승소했다. 이에 따라 빌다글립틴 제네릭(복제약)이 시장에 좀 더 빠르게 출시될 수 있게 됐다.
이번 판결은 전례가 없던 오리지널 의약품(특정 성분을 이용해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의약품)의 물질특허에 대한 국내 제약사의 도전이 성공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법원은 28일 오전 노바티스가 안국약품과 한미약품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존속기간 연장무효 상고심에서 각하 판결을 내렸다. 노바티스가 주장한 상고 사유에 문제가 있다는 판결이다. 이에 따라 양사는 물질특허 존속기간 중 55일을 무효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소송은 안국약품이 가브스의 연장된 물질특허 존속기간 1068일 중 187일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한미약품이 연장무효 심판을 후발로 청구하며 분쟁에 참전했다. 1심에서는 특허심판원이 안국약품의 손을 들어주었고, 노바티스가 "단 하루도 무효로 볼 수 없다"며 제기한 2심에서는 특허법원이 187일 가운데 '55일'만 무효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에서는 2심을 확정지었다.
보통 특허권은 출원일로부터 20년간 보호받는데, 의약품은 임상시험, 규제기관 허가 등에 걸린 시간만큼 특허 기간을 연장해준다. 노바티스가 가브스 특허를 국내 출원할 때도 임상시험 기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기간을 존속기간으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해 특허가 2년 2개월 23일(1068일) 연장됐다. 하지만 이 중 187일이 무효라고 안국약품이 소송을 시작한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기반으로 물질 특허와 관련된 유사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가브스는 GLP-1을 분해하는 효소 DPP-4(dipeptidyl peptidase-4)를 저해하는 기전을 가진 당뇨병 치료제다. GLP-1은 혈당이 상승하면 소장에서 분비돼 인슐린분비 촉진과 글루카곤 분비 억제를 통해 혈당을 내려주는 역할을 한다.
DPP-4 저해제는 식사와 상관 없이 복용이 가능하고, 혈당이 높을 때만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서 저혈당의 위험이 현저히 줄어들고 체중이 줄어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메트폴민' 제제로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2차로 처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