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운 상승시킬 ‘현자(賢者) 대통령’
대통령은 어떤 비범한 능력과 심오한 자질을 갖춰야 하는지가 본고의 핵심 테마 가운데 하나다. 다사다난한 국가적 과업을 정말 속 시원하게 뚫어가는 21세기 형 민주주의 대통령을 우리는 기대할 수 있을까?
독립국가를 맞이한 지 고희의 나이가 훌쩍 지난 지금 대한민국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에 이미 진입했으며 무역규모 1조 달러 시대를 맞을 정도로 비약적 발전을 거듭했다. 기적 중에 기적이다. 이렇듯,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은 대국이 되었다. 이제는 단순히 무시할 수 없는 나라가 아니라, 중요한 변수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선도국이 되었다. 이제 대한민국의 지도자는 응당 국제적 감각을 갖추어야 하며, 국내외 정책이 국제적 상식과 기준에 부합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금번 2020년 20대 대선은 세계적 경제난, 과거사와 독도를 둘러싼 한·일간 첨예한 대립, 남북관계 갈등 대치, 국내 정치 혁신, 경제 민주화 등 굵직한 과제가 복병처럼 도사리고 있다. 이런 중차대한 과제들은 일거에 해결되기 어렵고 누가 대통령이 되던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딜레마가 상존한다.
이들 여야 두 명의 후보 중 과연 누가 민족사적 난제들에 해결사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지? 유권자들은 막중한 시대적 책임의식을 절감해야 할 것이다.
● ‘소통’과 ‘시대를 내다보는 비전’
유권자들이 한국의 현실 정치에 열망하는 것은 ‘변화’로 압축된다. 기득권과 패권주의로 오염된 기존 정치권에 대한 염증과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욕구가 크게 분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들이 새 지도자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덕목은 ‘시대를 내다보는 비전’이다. 정치철학과 정책의 초점이 과거에 묶여 있는 사람은 새 시대의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 경제발전과 통일 성취를 위해서 우선적으로는 지역적 세대별로 갈라진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공자는 군주의 3대 요건으로 식량을 풍족하게 하여야 하며, 치안과 병비(兵備)를 튼튼히 하여야 하며, 백성으로부터는 신뢰를 받아야 한다. 이 세 가지 요건 중에서 어쩔 수 없이 하나를 버린다면, 치안과 병비를, 또다시 하나를 버린다면 식량을, 결코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은 신뢰라 하였다.
과연 우리 사회는 신뢰의 관건인 소통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망적이다. 우리 국민이 바라는 차기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소통’으로 조사됐다. ‘국정운영 능력이 뛰어난 대통령’, ‘사리사욕 없는 도덕적 대통령’, ‘갈등·이해관계 조정’도 균형 잡아야 한다.
한마디로 “현대 세계사의 흐름에 대한 문명사적 공감, 그 맥락 속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좌표에 대한 통찰력, 이를 바탕으로 한 ‘코리아호’의 항해에 대한 통찰력”이 필히 선결되어야 한다.
칭기즈칸이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은 요나라 왕족의 자손으로 칭기즈 칸에게 중용된 참모 ‘야율초재(耶律楚材)’가 있었기 때문이고, 링컨이 위대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비난하고 다니던 ‘스탠턴(Edwin M. Stanton)’을 측근으로 삼은 덕분이었다.
전문가들은 현재 세계가 직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할 리더십의 전형으로 미국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재임 1933~1945년)을 손꼽는데 주저하지를 않는다.
39세에 소아마비에 걸렸으나 굴하지 않고 뉴욕주지사를 거쳐 대권까지 거머쥔 남자 루스벨트. 1929년 불어 닥친 대공황으로 1,600만 명의 실업자가 쏟아지던 전대미문의 위기를 ‘뉴딜(New Deal)’ 정책으로 정면 돌파한 승부사 루스벨트 리더십 핵심은 ‘소통’과 ‘도전’이다. 대공황을 맞아 공포에 빠진 국민을 향해 그는 절망과 패배감 대신에 희망과 낙관주의를 설파했다.
이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 증진 능력이다. 이제 차기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에 매몰돼 일방적으로 지시만 하는 후진적 사회를 벗어나 사회 각 분야의 우수한 인재가 핵심 포스트에서 리더로서 구실을 제대로 하도록 해야 한다.
단순한 상명하복 지시를 위한 톱다운(Top-down)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리더와 하부 조직 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의 능동적 커뮤니케이션이 절실하다.
소통이 척박한 한국의 정치토양대에서 이만 해소되면 만사형통일까? 통치자는 ‘남이 어떻게 되건 나만 잘 살면 된다.’는 극도의 이기주의가 팽배한 현 상황에서 지금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도덕성 회복이다.”라고 거듭 설파해야 한다.
● 경제에 솔로몬 해법 ‘1인 권력 배분’
차기 정권 승계자들은 재계와 적극 소통해야 한다. 제도적 개혁을 추진한다 한들 유형무형으로 이들이 저항할 것이 기정사실화 된다. 경제민주화 정책, 성장과 복지의 자전거 양 바퀴론,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현안, 각종 산재문제 등에 있어 접점을 찾으면서 이견을 좁혀 나가야 한다.
현재 우리니라 산업구조의 변화, 재정·금융시스템, 대외무역 환경의 변화를 다 포괄해 국민의 삶에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솔직히 설명하고 어떤 인내심을 요구하는지를 알려줘야 한다. 진실에 의거해서 정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이들을 순응의 대상이 아닌 공생의 파트너로 대우해야 한다. 그래야만 경제개혁이 순풍은 아닐지언정 역풍을 피해갈 수 있다.
한국 사회의 양대 세력은 ‘보수’와 ‘진보’가 아닌 기득권 세력의 ‘주류’와 ‘비주류’이다. 따라서 차기 대통령 선택에서 최우선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은 지난 정부들의 실정 타파 못지않게 ‘기득권 개혁’이라는 근본적 문제의 해결에 심사숙고해야 한다.
‘기득권 해체가 아닌 ‘기득권 개혁’은 기득권을 가진 사람을 설득하여 기득권을 가진 세력과 안 가진 세력의 투쟁이 아니라 그들이 화합을 통한 공존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제 사회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불가불 전문 영역이 확대되면서 한 사람이 모든 영역을 이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현재 대통령에게 너무 집중된 권력을 나눠 줘야 한다. 이에 청와대 권력을 줄여야 한다. 장관들과 지방자치단체에 더 많은 권한을 주고, 잘못했을 땐 엄격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경청해야 한다.
아울러 이런 시대에는 영웅적이며 카리스마적인 인물 한 명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바야흐로 전문가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미 한국 사회는 ‘경제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과학, 의학, 생명공학, 첨단 우주과학 등 전문적 과학성이 사회구조를 뒤흔들 것이다. 그래서 국가도 전문화된 각료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국정 운영 상당부분을 전문성에 의존하게 되고, 한국 대통령의 고유 권한처럼 여겨졌던 정책 결정이 각료와 전문가들에게 상당수 이양돼야 할 것이다.
또한 차기 대통령은 정부조직의 혁신에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래에 대응할 수 있는 부처를 신설해야 한다. 새로 만들어도 되고, 기존 조직을 끌어 모아 하나로 만들어도 좋다. 미래의 먹거리를 담보하기 위한 질적인 성장을 위해선 기술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 대통령!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비견
리더는 조직에 명확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어제보다 나은 내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 이에 차기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국민들의 복잡하고 다양한 요구에 대해서 물꼬는 트는 통합‧조정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대통령을 악기를 다루는 사람에 비유하자면 각 악기의 특성에 정통하고 선곡하고 조합해서 음악에 생동감과 숨결을 불어넣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비견된다. 대통령은 직‧간접적인 다양한 경험과 경륜을 갖춘 식견을 필요로 하게 되고 잘 훈련되고 정치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적임자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나라를 이끌어가겠다고 나선 정치지도자는 대한민국의 정체성(正體性)을 지키면서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은 미래 지향적 철학과 원칙이 뚜렷한 사람이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헌법적 가치는 말할 것도 없고 시대에 특유한 지적·사회적 상식에도 투철해 평균적 국민과 정신적 이격(離隔)이 크지 않는 가운데, 국민을 조화롭게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구약시대 모세, 여호수아, 다윗 등 위대한 이스라엘 민족의 지도자들은 공통적으로 자기희생의 정신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우리 현대사에도 김구, 안창호, 조만식 선생 등의 리더십의 특성은 희생정신이었다. 차기 대통령은 사리탐욕이 아닌 자기희생의 결연함이 묻어나야 한다.
한국처럼 변화가 빠른 사회는 언제든지 돌발사태가 촉발될 수 있기에 신속한 결단력이 한국 지도자의 제일 덕목이라고 주장한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서 어떤 대선 후보가 자신의 이념과 정책에 대해 얘기해도 그대로 이행하는 것조차 어렵다. 그래서 한국 지도자는 예측할 수 없는 돌발 사태가 생겼을 때 신속하고도 철학이 담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바로 이것이 리더의 비범한 능력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재정 건전성 확보는 누가 대권을 잡더라도 발등의 불이다. 대외 변수에 기민하며 유연하게 대응하는 역량이야말로 차기 지도자에게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국가재정 안전성, 공기업 문제, 양극화 문제, 편향적 공직자 인사 등에 대대적 메스를 가해야 한다. 남북관계 복원을 통한 남북경제공동체의 추진, 한미 관계 등 대외 관계의 재정립도 중차대하다.
여기에서 “대통령은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해야 한다. 상황이 나쁘면 최악을 피하고 차악을 택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정곡을 찌르는 촌철살인 화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혹자는 대선주자라면 으레 혹독한 비판과 검증의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엄중한 비판과 객관적 검증의 수사법은 허언일 뿐이다. 흑색선전과 중상모략의 험담은 정치에 대한 환멸과 허무의 나락에 떨어뜨리고 만다. 여야 대선후보에 쏟아지는 이런 비평들을 적극 염두에 두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은 근대화 산업화를 이룩한 박정희 대통령의 공과를 계승하고, 지역 갈등을 소멸시켜 달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고, 노무현 대통령이 소망했던 ‘보통사람이 사는 사회’를 구현해야 한다. ‘상식과 원칙의 대통령’이 공감을 이끌어내고, 화합을 이끌어내고, 희망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차기 대통령은 ▽ 공직자로서의 대통령직에 대한 투철한 인식 ▽ 민주주의에 대한 폭넓은 이해 ▽ 균형 잡힌 국가관 ▽ 전문적인 정책 능력과 도덕성 ▽ 기품 있고 절제된 언행 ▽ 대북한 관리 능력 등을 시대정신으로 두루 중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