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집권 초기 80%대 이상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집권 막판 반토막나고 '정권교체' 여론이 크게 높아진 원인에는 끊임없는 '인사 실패'를 꼽을 수밖에 없다. 결국 정책의 실패도 결국 인사 실패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이는 인사권자인 대통령 책임으로 돌아간다.
문재인 정부는 'K방역'으로 국가경제 피해를 최소화했고, 이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방역 모범국'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일본과의 무역 전쟁에서도 승리하며 국격은 '이명박근혜' 정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갔다. 그러나 정작 많은 시민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는데, 그 대표적 원인 중 하나가 '방역'을 위해 희생한 시민들을 돌보는 데는 무관심하다시피 하다는 점이다.
'K방역'의 성공에는 방역지침을 충실히 따르며 희생한 자영업자들이 분명 있다. 여기에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생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직종의 노동자 수도 상당히 많다. 그러면 국가는 이들을 집중적으로 돌볼 의무가 있음에도, 정작 이들에 대한 보상은 매우 미미하기 짝이 없다. 이 중심에는 기획재정부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와중에 기획재정부가 기초 업무인 세수·세입 계산을 무려 19조원이나 착오를 냈다. 예상보다 무려 19조원의 세금이 더 걷힌 것으로 이 정도면 고의로 낸 것이 아니냐는 뒷말까지 쏟아지며, 정상적이었으면 당연히 경질감이다. 물론 19조원은 방역을 위해 희생한 시민들에게 즉각 돌려줘야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23일 공개한 세수초과액 19조원 활용방안에 따르면, 방역을 위해 희생한 소상공인 지원은 뒷전으로 미루고 굳이 지금 갚을 이유가 없는 나라빚부터 갚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가뜩이나 더 커진 가계채무를 더 늘리도록 유도하는 방안까지 세운 것으로 알려지며 더 큰 분노를 사고 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17일 “세수초과액의 상당 부분을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손실보상 대상 제외 업종에 대한 추가지원에 쓰겠다”고 약속했으나, 이같은 공언과는 정반대다. 우선 19조원 중 40%는 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하고, 남은 돈은 11조4천억원이다.
11조4천억원 중 2조5천억원은 나라빚을 갚는데 쓰고, 3조6천억원은 내년으로 넘기기로 했다. 그리고 나머지 5조3천억원 가운데 이미 소상공인 손실보상에 쓰기로 결정한 1조4천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2조1천억원은 직접 지원도 아닌 낮은 이자로 대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즉 국가가 가계채무를 대신 지는 것이 아닌, 대출로 연명이나 하라고 등떠미는 격이다. 가뜩이나 많은 빚을 지면서 힘든 상황에 놓인 이들을 골탕먹이는 거나 다름없다.
다른 선진국들 대부분은 코로나 이후 가계에 상당한 지원을 했다. 즉 어려운 시기에 국가가 시민들이 빚을 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선 '곳간지기'를 자처하는 기재부 관료들이 정반대로 행동하며, 방역을 위해 희생한 시민들을 우롱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한국의 가계채무 증가 속도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더욱 가파른 상황이다. 실제 올해 11월 기준으로 한국의 가계대출 규모는 1744조원이고, 국가채무는 965조원으로 국민이 진 빚이 나라빚의 거의 두 배에 이르는 상황이다.
국가채무(나라빚)은 국가신용등급과는 무관함에도, 기재부 관료들이나 수구언론 등은 마치 국가채무가 조금이라도 증가하면 IMF 사태라도 다시 터질 것처럼 연일 공갈을 치며 가계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즉 '모피아(자본시장을 좌지우지하려는 기재부 관료조직)'라고 질타 받는 기재부 관료들과 수구언론들이 시중은행만 실컷 배불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듯, 홍남기 부총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기본적 업무조차 못해 19조원이나 세수를 오차낸 장본인을 꾸짖기는커녕 오히려 두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건지, 지급할 경우 어떤 분들에게 할건지, 전국민에게 할지 또는 더 어려운 분들이나 피해 입은 분들에게 우선 지원할지라는 판단에 대해선 내각의 판단을 신뢰한다"며 홍남기 부총리와 기재부 관료들의 손을 들어줬다.
문재인 대통령의 판단이 얼마나 안이한지 또 드러낸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실제 홍남기 부총리와 기재부가 주도한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돈을 쓰고도, 효과를 보지 못한 건 물론 '선별' 과정에서 불필요한 행정력을 낭비한 것은 물론 시민들의 수많은 원성과 항의를 샀다.
즉 '선별' 기준이 모호할 수밖에 없다 보니 똑같이 피해를 입었음에도 '저 사람은 지원금을 받고, 왜 나는 못 받느냐'는 불만이 속출했던 것이다. 굳이 '선별'하겠다면 우선 전국민 지급했다가 연말정산에서 고소득자 혹은 고자산가로부터 다시 환수하면 아주 간단한 일인데도, 이런 어리석기 짝이 없는 행위로 사회적 갈등만 일으킨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결국 이들 '모피아' 집단에게 '포획'된 채 임기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장의 목소리가 아닌 '탁상행정'을 고집하는 홍남기 부총리에 대한 전폭적 신뢰가 얼마나 시민들의 원성을 사는지, 특히 윤석열 후보로의 정권교체는 절대 안 된다고 외치는 지지층마저 얼마나 지치게 만드는지조차 모르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