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공황 버금가는 ‘최악의 경기 침체’
2020년 코로나19의 전 지구적 확산으로 세계경제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와 마이너스 성장에 직면했다. 마찬가지로 한국도 2020년 1월 20일 첫 환자 발생 이후, 수출 급감과 제조업·서비스업 위기 그리고 소비위축에 따른 중소상공인 자영업 위기와 고용충격 등 경제의 전분야가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이런 미증유 대위기에 직면해 세계 각국은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앞 다투어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2020년 2월 29일, 이재웅 쏘카 대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재난 기본소득 50만원 지급을 제안하는 국민청원을 올린바 있다. 재난기본소득은 소득 감소로 생계 자체가 어려워진 국민을 위해 정부가 직접 돈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집권당 더불어민주당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6차 재난지원금을 내년도 예산안에 담아 내년 1월쯤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021년 11월 9일,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국민의 일상 회복과 개인 방역 지원을 위해 전 국민 위드코로나 방역 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최대한 빨리 국민들에게 지급해 개인 방역에 힘쓰는 국민들의 방역 물품 구입과 일상 회복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한 특정 정당의 추진못지 않게 여야 모두 공히 정파적 논쟁을 탈피하여 ‘정부가 재난지원금’에 추진과 지원에 많은 부담을 갖지 않도록 적극적인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사변적 논쟁이나 분석적 평가는 일단 미루고 우선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시급히 조기에 진화하는 것은, 즉각적 심폐소생으로 응급환자를 신속히 구조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 연거푸 5차례 지원금 ‘그 실상’
우리 정부가 다섯 차례에 걸쳐 지급된 재난지원금 중 대부분의 국민을 대상으로 현금이 지급된 것은 제1차 재난지원금과 제5차 재난지원금 등 두 차례로 모두 25조6천억 원의 재원이 사용되었다. 제2차·제3차·제4차의 경우에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피해가 집중된 계층에 대한 맞춤형 재난지원금이 지급되었고 그 규모는 24.2조원이었다.
제1차와 제5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보편지급과 선별지급에 관한 논쟁이 있었으며, 제1차는 보편지급, 제5차는 선별지급으로 결정되어 지급이 이루어졌다.
2020년 5월 13일부터 정부가 총 14조 2,448억 원 규모로 지급하기 시작한 제1차 긴급재난지원금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득과 재산에 상관없이 실시한 전 국민 대상의 현금성 수당이었다. 1인 가구는 40만원, 2인 가구는 60만원, 3인 가구는 80만원, 4인 이상 가구는 100만원을 지원했다.
5차는 2021년 7월 23일 여야가 재난지원금 대상을 ‘소득 하위 80%’에서 고소득자를 제외한 약 88% 수준으로 확대,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여야는 최대 쟁점이었던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확대 여부와 관련, 1인 가구 기준으로 연소득 5천만 원 이상인 고소득자를 제외하고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기로 확정했다.
2∼4차 재난지원금은 1차 때와 성격이 달랐다. 피해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선별지원’ 방식이었다.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활성화 목적보다 정부의 방역 조처로 피해를 본 계층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췄는데, 2차 지원금은 7조8천억원, 3차는 9조3천억원 규모였다.
2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소상공인・자영업자, 고용 취약계층, 생계위기가구 및 육아부담가구 등을 대상으로 하며, 피해 계층을 위한 맞춤형으로 2016년 10월 16일부터 제공되었다. 2021년 1월 11일부터는 정부가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시작했다. 소상공인 250만 명에게 우선 지급되었으며,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 70만 명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2021년 3월 29일부터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의 피해계층에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그동안 지급 대상에서 빠졌던 농어민에게도 재난지원금의 수혜자가 되었다. 경작면적 0.5㏊(1500평) 이하인 소농 약 43만 가구는 30만원씩을, 코로나19 피해가 특히 컸던 화훼·친환경 등 5개 분야 2만여 가구는 100만원씩을 지급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재난지원금 못지않게 이들의 영업 차질에 따른 손실보상은 얼마 전에서야 이루어지게 되었다. 정부는 지난 7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일명 ‘손실보상법’을 통과시켰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경영상 손실을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독일이다. 독일의 코로나19 지원정책은 막대한 재정투입을 통한 신속성에 있다. 독일은 지난해 12월 16일부터 올해 2월 14일까지 병원, 약국과 일부 생필품 판매장을 제외하곤 모든 음식점, 가게 등이 문을 닫는 이른바 ‘하드 록다운’(Hard Lockdown), 즉 전국적 전면 봉쇄조치를 취한 바 있다. 독일 재무부는 록다운 이후 영업정지 등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기업 등에 코로나 극복지원금을 지급하였다. 지원금의 한도는 자영업자 및 프리랜서의 경우 최대 5000유로(약 668만 원), 기업은 규모에 따라 최대 5만 유로(약 6683만 원)까지 지원받았다.
2021년 1월 6일, 일본 전 스가 총리는 일본 수도권에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1월 8일부터 2월 7일까지 음식점, 술집 등에 단축운영을 요청했다. 스가 총리는 비상사태가 선언된 수도권 지역에서 오전 11시~오후 8시(주류는 오후 7시까지 판매)까지 단축영업을 권고하며 하루 6만 엔(약 63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하였다.
● ‘아시아 북미 유럽’ 사례들
먼저 아시아권의 선진국 싱가포르와 홍콩의 실례를 알아본다. 싱가포르는 만 21세 이상 국민에게 소득별로 600∼1천200 싱가포르 달러(약 52만∼104만원)를 지급하고, 홍콩은 만 18세 이상 전체 시민권자 및 영주권자에게 1인당 1만 홍콩달러(약 155만원)를 지급했다.
다음은 북미 지역이다. 미국은 연소득 7만5천달러 이하 개인에게 1인당 1천200달러(약 146만원)를 지급하고, 소득기준 초과 시 초과소득 100달러당 지급액을 5달러씩 차감하되 연소득 9만9천달러 이상부터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특히 연방정부는 주 정부가 주는 실업 수당에 일률적으로 주당 600달러(나중에 300 달러로 감액)씩 더 얹어줬다. 실업수당을 받는 기간(6개월)도 계속 늘려줬다. 주당 받는 실업수당이 1,000달러가 넘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은 납세자의 93.6%가 현금을 지원받기 때문에 전 국민 3억2천만명 중 대다수가 수급 받는 것으로 추정되므로 초고소득자를 제외한 보편 지원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캐나다는 전년도에 연소득이 5천 캐나다달러 이상인 근로자·자영업자 중 코로나19로 근로를 중단·축소해 4주간 소득이 1천 캐나다달러 이하가 되는 15세 이상 캐나다 거주자에게 매주 500캐나다달러(약 44만원)를 지급했다.
서유럽의 독일과 프랑스 사례는 다음과 같다. 독일정부는 코로나 극복을 위해 2021년 9월 기준 총 1206억 유로(한화167조5000억원)를 풀었다. 독일은 프리랜서·자영업자 및 10인 이하 사업자에게 3개월 운영비를 지급하는 등 중소기업 대상 특별대출, 보증, 경영안정자금지원 등이 포함돼있다.
프랑스는 전년도 매출 100만유로 이하인 프리랜서·자영업자 및 10인 이하 사업자 중 코로나19로 영업을 중지하거나 매출액이 전년 대비 50% 이상 감소한 경우 1천500유로(약 198만원)를 지급했다.
● ‘미국 한국’ 재난지원금 ‘실증 연구’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가정의 경제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이 특히 빈곤층의 어려움을 크게 감소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시간대의 빈곤 해결을 위한 학문간 연구팀이 미국 인구조사국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작성해 2021년 6월 2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빈곤 가계의 경제적 불안이 크게 해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2020년 12월에서 2021년 4월 말 사이에,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식품 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는 42%가, 광범위한 재정 불안은 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가계에서 잦은 불안과 우울감이 20% 이상 감소했다.
한국에서의 실증 연구는 재난지원금의 대부분은 곧바로 소비지출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5월 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노동경제학회에 실은 ‘긴급재난지원금 현금수급가구의 소비 효과’ 논문에 따르면 현금수급가구의 93.7%가 주로 소비지출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저축은 3.8%, 빚 상환은 1.8%로 매우 미미한 실정으로 파악되었다. 일본이 재난지원금을 상당부분 저축한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 보편지원과 선별지원 ‘장단점 뚜렷’
현실에선 왜 지급방법이 계속 논란이 될까? 우선 선별지급하기 위한 대상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원 대상을 잘 선정하려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다보니 안 받아도 될 사람들이 받고, 정작 받아야 할 사람들이 못 받는 경우도 생긴다.
한정된 예산을 전제하면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선별지원은 선별에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반해 보다 어려운 이들에게 자원을 몰아줄 수 있고, 보편지원은 선별할 필요가 없는 대신에 도움이 불필요한 이들마저 지원하느라 정작 어려운 이들에게 충분한 지원을 할 수 없다.
어느 수준으로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것인지, 위기 시에 가용 가능한 재정이 어느 수준인지를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정해야 유연한 위기 대응이 가능하다. 국제 비교와 경제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를 통해 상황에 맞는 정부지출과 부채, 현금성 복지의 규모 등을 정할 필요가 있다.
저성장이 지속되고 격차가 커지는 시대에 진입한 상황에선 어떻게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어떻게 적절한 세금과 부채로 단단한 안전망을 만들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정부 부채비율 40% 마지노선 등 단일하고 경직적인 잣대를 가질수록 합리적인 의견을 내기 어렵다.
의회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에서는 정치권에서 정책을 결정하면 행정부는 이를 충실히 집행하는 구실을 수행한다. 대의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해서는 정책 결정을 하는 정치권과 이를 집행하는 행정부처 사이에 명확한 역할 분담이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