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 씨가 2007년 수원여대에 제출한 교수 초빙 지원서에 ‘허위 경력’을 제출했다는 YTN의 단독보도 이후 대선 국면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14일 YTN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해당 지원서 수상 경력에 2004년 8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대상을 받았다고 기재했다” 하지만 “주최 측에 확인한 결과 김 씨의 개명 전 이름인 '김명신' 이름으로 응모된 출품작 자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김씨는 YTN과 인터뷰에서 "돋보이려고 한 욕심이었고, 그것도 죄라면 죄"라고 가짜 수상 경력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자신은 공무원이나 공인도 아니고, 당시엔 윤 후보와 결혼한 상태도 아니었는데 이렇게까지 검증을 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YTN 보도 이후 김씨에 관한 ‘허위 이력’이나 ‘허위 경력’이 줄줄이 터져 나왔다. 16일 한겨레에 따르면 지난 2001년 김건희씨가 한림성심대학교 강사 임용을 위해 제출한 이력서에 미술 공모전 수상 이력을 허위로 작성한 정황이 드러났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근무 이력 허위 기재에 이어 미술 공모전 수상 경력까지 허위로 이력서에 적은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한겨레는 김씨가 수상 이력을 적은 전후인 1994년, 1996년 미술세계대상전 입상자 명단도 확인했지만, 김씨의 이름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김씨는 이같은 이력서를 제출한 뒤 한림성심대에 임용되어 2001년 2월부터 2004년 2월까지 컴퓨터응용과 시간강사로 근무했다.
뿐만 아니라 김씨가 지난 2003년 작가로 출품했던 전시회 도록에 자신의 전시 경력을 실으면서 ‘삼성미술관 기획전시’에 참여했다는 '허위 내용'을 기재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겨레 단독으로 김씨의 허위 수상 이력과 허위 경력 이력 2건이 연달아 터진 것이다.
YTN 보도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경향신문이나 오마이뉴스, 유튜브 기반 열린공감TV 등 일부 언론에서만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매체들은 김씨의 논문표절부터 교수 임용 신청서 등에 ‘허위 이력’이나 ‘허위 경력’ 등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단지 다른 점은 김씨가 YTN 인터뷰에서 "돋보이려고 한 욕심이었고, 그것도 죄라면 죄"라고 가짜 수상 경력을 인정했다는 것 뿐이다.
YTN 보도 이후 전 언론이 이를 받아 쓰다시피 하고 다른 의혹까지 줄줄이 터져 나오자 14일 윤석열 후보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학시간강사를 자료 보고 뽑느냐. 다 알지 않느냐. 왜 민주당의 기획공세에 이렇게 하느냐. 받아쓰지 말고 똑바로 취재하라"며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오후들어 김씨가 언론에 ‘사과할 의향’을 보이자 윤 후보 역시 고개를 숙였지만 사과는 하지 않았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윤 후보가 격앙된 것은 일련의 언론보도를 ‘민주당의 기획공세’로 간주한 것이다.
윤 후보로서는 격앙될 수 밖에 없는 것이 그동안 윤 후보가 신뢰하는 이른바 ‘메이저’ 언론은 김씨에 대한 학위나 경력에 대한 보도가 적었고, 무엇보다 조중동을 위시한 보수언론에서는 이마저도 철저 무시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윤 후보가 언급한 “김어준의 뉴스공장부터 줄줄이 보도 된 것은 민주당 기획공세”라는 것으로 판단, 내용에 대한 검증 아닌 정치적 대립각을 먼저 세운 측면이 강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씨가 '사과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진정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김씨의 의혹에 총공세에 나섰다.
안민석·도종환·권인숙·서동용 의원은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김씨가 경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안양대 등에 제출한 서류들을 하나씩 검증해 나가겠다”면서 김씨가 시간 강사나 겸임 교원으로 일한 한림성심대, 서일대, 수원여대, 안양대, 국민대에 총 18번 허위 경력을 내세웠다며, 이 경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김씨가 각 대학에 제출한 서류들을 하나씩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예를 들어 김씨가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2005년까지 일했다면서 2006년에 제출한 서류는 경력증명서가 아닌 재직증명서라 수상하다”며 “다른 허위 경력들과 관련해서도 수상한 증명서를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김씨가 수원여대에 제출한 한국게임산업협회의 재직증명서에 찍힌 회장 직인과 한국게임산업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정식으로 제출한 문서의 회장 직인이 확연히 달라 위조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16일 김의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한국게임산업협회의 공식 문건에 따르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하위법령 입법예고(안)에 관한 의견 제출”을 확인한 결과 이 문건의 직인은 정사각형으로, 김건희 씨가 수원여대에 제출한 직인의 원형과는 모양 자체가 달랐다“면서, “직인만 다른 것이 아니라 문서번호 양식 자체도 확연하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며 위조가능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과 ‘허위 경력’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자 16일 각 언론들은 사설이나 기사를 통해 김씨에 대한 검증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일보는 사설 “김건희씨 의혹, 해명도 사과도 국민 눈높이 안맞아”에서 “윤 후보는 김씨의 사과 발언 직전에는 '(당시) 관행이나 현실을 보라'고 반박했다”며 “겸임교수 선발은 정규직을 뽑는 것처럼 엄격한 절차가 없고, 사단법인 이사도 느슨한 자리이니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취지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일보는 “윤 후보와 김씨는 국민과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들에게 요구했던 엄격함을 생각해야 한다”며 “잘못한 일이 있다면 사과하고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는 게 순리”라고 주장했다. 김씨의 허위이력은 조 전 장관 가족의 허위표창장과 비교하면서 잣대가 다른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어물쩍 넘겨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김씨는 자신이 경력을 부풀린 정황을 스스로 인정했다”며 “'우리가 대통령을 뽑는거지 대통령 부인을 뽑는 게 아니지 않나'(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라는 식으로 덮으려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윤 후보 부부의 사과가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김씨는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해 국민 앞에 성실히 소명하고 윤 후보도 진실 규명에 협조해야 한다”며 “그게 윤 후보가 그토록 강조하는 '공정'과 '정의'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기획공세지만 송구하다'는 윤석열의 '배우자 의혹' 사과”에서 “윤 후보는 '공정'을 내걸고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는가”라며 “허위 경력 의혹 관련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히고 진솔하게 사과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김건희, 허위 경력인지 아닌지 분명히 밝혀야”라는 사설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이런 모호한 사과가 아니라 허위 경력인지, 아닌지 분명한 팩트를 밝힌 뒤 사과할 게 있으면 진정성 있게 사과하는 자세”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윤 후보와 국민의힘의 대응도 잘못됐다”며 “(윤 후보 해명에 대해) 잘못한 게 없다는 건가, 아니면 관행이니 묵인해 달라는 건가. 현 정권의 내로남불을 질타하며 집권하겠다는 사람이 '내로남불'을 하겠다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반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김씨의 ‘허위 경력’ 논란에 대해 침묵했다.
여론이 급격하게 돌아서고 선대위에서도 우려를 표하자 윤 후보는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화상 간담회에 참석한 후 취재진에게 "어떤 결론이 나든 국민이 기대하는 그런 눈높이와 수준에 미흡한 점에 대해서는 저나 제 처나 국민께 늘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라면서도 "(민주당) 공세에 빌미라도 준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제 내용에 대해선 저희들이 조금 더 확인해보고 나중에 사과를 드리겠다"라며 끝까지 사죄에 대해 미루는 모습을 보였다.
윤 후보는 14일 YTN보도 직전 ‘격앙’된 모습에서 오후에는 ‘송구’, 16일에는 ‘죄송’이란 표현을 썼지만 끝내 ‘사과’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김씨에 대한 의혹제기는 ‘민주당의 기획공세’이며, ‘민주당 공세에 빌미를 준 것’에 사과할 용의가 있다는 태도다.
윤 후보는 부인의 ‘허위 이력과 경력’에 왜 이리 둔감했나? 이유는 간단했다. 그동안 윤 후보식 분류에 의하면 유력 메이저 언론, 조중동 같은 보수언론에서 집중적으로 파고들지 않았고 철저히 외면했기 때문이다. 또다른 결정적 이유는 윤 후보 자신이 대선 출마에 나선 이유라 할 ‘공정과 정의’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YTN 보도 이전 일부 언론에서 김씨의 ‘허위 이력, 경력’이 드러날 때 마다 인터넷 댓글에서 가장 많이 나온 표현은 단 한마디였다. “조국 일가처럼, 표창장처럼 수사하라”는 것이었다.
여권의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CBS 라디오에서 김씨의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해 "업보라고 본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은 표창장 위조라고 해서 탈탈 털어놨는데 자기 문제에 관해서는 그야말로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김의겸 의원은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씨는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가 적용돼 징역 4년형을 받고 복역 중으로 주요한 혐의가 사문서 위조였다"며 "윤석열 후보가 당시 검찰총장으로 엄격한 검증 잣대를 들이대 고강도 수사를 벌였던 만큼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문제는 김건희씨 ‘허위 이력, 경력’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이다. 이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되어 있고, 자신의 회사인 코바나콘텐츠 불법 협찬, 어머니인 최씨와 양평 부정 택지개발 등 각종 의혹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윤석열식 ‘공정’ 아닌 ‘내로남불’이 시험대에 올라있다. 김건희씨 ‘허위 이력과 경력’에 애써 외면한 보수언론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씨의 주가 조작, 불법 협찬, 부정 택지개발 등 어느 하나라도 터지면 보수언론은 무슨 변명을 할 것인지 궁금하다.
이제부터는 ‘윤석열 부부’의 시간이다. 조금 더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