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정병기 기자] 경남 고성에서 고려 전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마애약사불이 발견됐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4일 경남 고성 거류산 정상부 인근에서 그동안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2.54m 높이 마애약사불좌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이 약사불은 질병을 치료하고 수명을 늘려주며 재난을 없애주는 부처인데, 고성 불상은 경상도 마애약사불 중 가장 남쪽에서 확인됐고 유례가 드문 단독 마애약사불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발견 지점은 해발 571m인 거류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약 580m 떨어진 곳에 있는 봉우리 주변 암석 측면입니다. 높이가 약 5m인 암석 위에는 지름 1.2m인 또 다른 바위가 놓였다.
머리는 돋을새김으로 조각하고, 몸은 얇은 선으로 표현한 마애약사불은 개성을 중심으로 하는 고려 중앙 양식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독특한 지역 특색을 보여준다고 평가된다.
특히 얼굴은 둥글고 넓적한 데다 이목구비를 과장되게 깎아 투박한 느낌을 줍니다. 짧고 선명한 목에는 세 줄을 긋고, 몸에는 가사 두 장을 걸쳤다. 이러한 점은 고려 전기 불상 특징이라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왼손에는 장식구슬인 보주(寶珠)를 들었고, 오른손은 어깨높이로 올리고 손바닥을 밖으로 향한 시무외인(施無畏印)을 했습니다. 시무외인은 부처가 중생의 두려움을 없애고 위안을 주는 손짓이다.
하반신은 커다란 연꽃을 엎어 놓은 듯한 대좌 위에서 양쪽 발을 다른 쪽 허벅지에 올리는 결가부좌를 한 모습이다.
이처럼 귀중한 고성 마애약사불은 야생화를 좋아하는 박종익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장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박 소장은 지난달 14일 개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블로그에서 거류산 마애약사불 상반신 사진을 우연히 본 뒤 탐색 작업에 나섰고, 여드레 만인 22일 불상과 조우하는 성과를 거뒀다. 박 소장은 연구원들과 무작정 거류산으로 향했다. 단서는 사진 속 불상 주위의 대나무 잎뿐. 보통 계곡 주위에 절을 지었던 것을 감안해 계곡과 대밭 있는 곳을 샅샅이 뒤졌다. 두 번째 조사에서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오던 길, 우연히 찾은 대밭에서 마침내 둥글넓적한 얼굴의 마애약사불좌상을 발견했다. 그간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1000년 전 불상이 드러난 순간이다.
그는 "제가 산성을 전공했는데, 거류산에는 통일신라시대에 돌로 쌓은 석축산성이 있다"며 "불상이 통상 계곡부 폐사지에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두 차례 산에 올라 여기저기를 다녔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마을 사람들이 나무를 하러 다니다 마애약사불을 봤을 테지만, 학계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불상에 대한 정보를 고성군에 알릴 계획"이라며 "고성군이 문화재적 가치를 판단한 뒤 지정 여부를 검토하고 보존대책을 수립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