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브랜드 '푸르지오' 가치 하락에 대우건설 영업이익 반토막
- 재개발·재건축 수주 실적 우려…대우건설 매각 작업 지지부진
[뉴스프리존=임새벽 기자] 주인 없는 회사, 대우건설의 주택브랜드 '푸르지오'가 미운 오리 신세로 전락했다.
푸르지오 브랜드 신뢰도가 하락하며 주택사업 실적은 반토막이 나고, 재개발·재건축 수주전에서는 조합원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아울러 일반분양에 나선 푸르지오 아파트는 '미달 사태'를 빚고 있다.
대우건설은 분위기 전환을 위한 푸르지오 브랜드 리뉴얼에 나섰지만, '알맹이 없는 빈껍데기 리뉴얼'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올해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 98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보다 45.9% 급감한 것으로, 전 분기(935억원)에 이어 2분기 연속 1000억원 달성에 실패했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삼성물산(1040억원), 현대건설(2052억원), 대림산업(2129억원), 대우건설(985억원), GS건설(1911억원), HDC현대산업개발(1015억원) 등 2018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 상장 건설사 중 대우건설이 '꼴찌'이다.
대우건설은 1분기 매출액도 2조3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4% 감소했다. 주택사업 매출액(1조2633억원)이 17.2% 감소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의 반토막난 영업이익과 주력인 주택사업의 부진에 대해 주택브랜드 '푸르지오'의 몰락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침체일로를 걸으며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매각 작업이 순조롭지 못한 가운데 주택브랜드 신뢰도마저 하락하며 실적악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신뢰 잃은 '푸르지오'…성남 은행주공 수주 실패
'푸르지오' 브랜드 신뢰도 하락은 재개발 재건축 시장에서 확인 가능하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사업주체인 조합원들이 직접 총회를 통해 시공사를 선정하다 보니 브랜드 신뢰도는 수주 경쟁력과 직결된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11월 경기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서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에 고배를 마셨다. 김형 대우건설 사장이 직접 사업설명회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실패해 더욱 뼈아픈 패배였다.
지난달에는 서울 성북구 장위6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됐지만 뒤늦게 수주전에 합류한 롯데건설에 막판까지 몰리며 체면을 구겼다. 대우건설은 2018년 8월 조합이 기존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자격을 박탈한 이후부터 오랜 시간 수주에 공을 들였지만, 탄탄한 재무구조와 신용등급 등을 앞세운 롯데건설에 턱밑까지 추격 당했다.
이와 관련해 강남의 한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은 "대우건설이 경영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새 주인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조합원들도 알고 있다"며 "이제 '푸르지오'라고 하면 고개를 젓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향후 대우건설의 강남 재건축 수주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 대우건설은 지난 2017년 9월 서울 서초구 신반포 15차 재건축 사업을 수주한 이후 현재까지 강남3구 재건축 수주 실적이 전무한 상황이다.
▶ 검단 센트럴 푸르지오 '미달사태'…검단신도시 미분양 늪 빠트린 주범으로 몰려
'푸르지오'는 최근 분양시장에서도 저조한 청약성적을 기록하며 고전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지난 2월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선보인 '검단 센트럴 푸르지오'는 1순위 청약결과 전체 1439가구 모집에 1154명이 접수하는데 그치며 미달됐다.
선호도 높은 전용면적 84㎡ 일부 타입과 105㎡ 타입의 경우 2순위까지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검단신도시의 첫 번째 대형 건설사 신규 분양단지로 화제를 모았던 푸르지오(검단 센트럴 푸르지오)가 검단신도시 1호 대형 건설사 미분양 아파트로 탈바꿈했다"면서 "검단 센트럴 푸르지오의 미달 사태 이후 3기 신도시 발표까지 이어지며 검단신도시는 미분양의 늪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이 꺼낸 카드는 '브랜드 리뉴얼'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3월 새로운 푸르지오 브랜드를 발표했다. 'P트리(P Tree)'라 불리며 갈대를 연상하게 한 기존 브랜드 아이덴티티(BI)가 원형의 텍스트 형태로 바뀌었다. 이미지보다 텍스트에 가까운 형태로 변형했다
대우건설은 6년만에 야심차게 진행한 대대적인 브랜드 리뉴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BI를 살짝 변경한 것을 제외하면 크게 달라진 점을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급하게 꺼낸 궁여지책으로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푸르지오 브랜드 가치가 눈에 띄게 하락한 만큼 (대우건설이) 새로운 주인을 찾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의 매각 일정을 오는 2020년 상반기로 미룬 상태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했지만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의 우발채무 3000억원이 뒤늦게 발견되며 매각이 불발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