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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쪼그라든 살림에 특화설계도 재활용!..
경제

대우건설, 쪼그라든 살림에 특화설계도 재활용!

임새벽 기자 lsbwriter3@gmail.com 입력 2019/06/10 16:44 수정 2019.06.10 17:46

- "어디서 본 듯 했는데…" 대우건설 고척4구역 특화안, 장위6구역과 동일

- "어려운 회사 상황, 소심한(?) 자구책" vs "조합원 무시, 진정성 못 느껴"

[뉴스프리존=임새벽 기자] "버려진 물건을 본래 모습 그대로 혹은 약간 변형하여 사용 가능하게끔 처리하는 것"

학자 '코랄 베르두고'(V. Coral Verdugo)는 '재활용'을 이와 같이 정의했다. 쓰레기를 줄여 환경오염을 예방하고, 자원의 낭비도 막을 수 있는 재활용이 재개발 조합원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수주전이 한창인 서울 구로구 고척4구역에서 때 아닌 '특화설계 재활용' 논란이 불거졌다.

대우건설이 조합에 제안한 특화설계안 일부가 지난 4월 수주전을 진행한 서울 성북구 장위6구역에서 제안했던 내용을 그대로 재활용한 것으로 확인되며 조합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대우건설의 고척4구역 주동출입구(위)와 장위6구역 주동출입구(아래)]

 

▶ 대우건설 고척4구역 특화설계안, 장위6구역 CG까지 그대로 '재탕'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우건설은 고척4구역 조합에 특화설계안을 제시하고, 단지명을 '푸르지오 더 골드(가칭)'로 제안했다. 황금과 같이 빛나는 차별화된 아파트를 지어 조합원들의 자부심을 높이겠다는 야무진 포부가 담겼다.

하지만 대우건설이 고척4구역에 제안한 특화설계안 일부는 앞서 대우건설이 장위6구역에 제안했던 특화안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대우건설이 고척4구역에 전달한 제안서 81 페이지에 서 확인할 수 있는 '호텔식 주동출입구'의 경우 장위6구역 제안서 126~127 페이지에 등장한 '호텔식 주동출입구'와 차이점을 찾을 수 없었다. 두 제안서에 제시된 로비 부분의 CG 이미지는 등장 인물 마저도 똑같았다.

[대우건설의 고척4구역 문주(위)와 장위6구역 문주(아래)]

또 고척4구역 제안서 95페이지에 제시된 문주(문짝을 끼우려고 문 양쪽에 세운 기둥)의 경우 장위6구역 제안서 84페이지에서 확인된 문주와 매우 유사했다. 오른쪽 기둥의 BI (Brand Image)가 최신 버전으로 변경되고, 경비실 좌우 위치만 바뀌었을 뿐이었다.

아울러 고척4구역과 장위6구역의 스카이 커뮤니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척4구역의 스카이 커뮤니티는 상부가 곡선(제안서 88~89p)이었고, 장위6구역의 스카이 커뮤니티 상부는 직선(제안서 60p)이라는 점만 차이를 보였다.

[대우건설의 고척4구역 스카이 커뮤니티(위)와 장위6구역 스카이 커뮤니티(아래)]

고척4구역과 장위6구역의 유사한 특화설계안에 대해 조합원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조합원들에게 차별화된 특화단지를 강조했던 만큼 특화설계 재활용을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이다.

고척4구역 조합원은 "동일한 회사의 설계안인 만큼 비슷할 수도 있지만 호텔실 주동출입구처럼 CG까지 그대로 가져온 것은 고척4구역과 조합원들을 무시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면서 "주동출입구와 문주, 스카이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메탈릭 아트월 파사드'도 다른 단지에 제안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우건설이 고척4구역 외관 디자인 특화에 적용하겠다는 '메탈릭 아트월 파사드'의 경우 지난해 말 대우건설이 성남 은행주공 재건축 수주전에서 외관 차별화 특장점으로 내놨지만 조합원들의 선택 받지 못한 설계안이었다.

▶ 경영난 때문에 설계 재활용?...조합원 "이해해줄 이유 없다"

특화설계 재활용 논란은 대우건설의 경영악화에서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실한 실적으로 좀처럼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지 못하며 매각 작업까지 순조롭지 못한 어려운 상황이 눈속임 대안을 내놓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매출액 2조30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3.4% 감소한 것으로, 주택사업 매출액(1조2633억원)이 17.2% 감소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분기 영업이익도 지난해 1분기보다 45.9% 급감한 98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삼성물산(1040억원), 현대건설(2052억원), 대림산업(2129억원), GS건설(1911억원), HDC현대산업개발(1015억원) 등 2018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 상장 건설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CG 비용 등 설계비용이라도 최소화시키기 위한 자구책으로 '재활용 카드'를 꺼낸 것 같다"며 "오죽 어려웠으면 그렇게까지 했을까 싶지만 조합원들이 이해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척4구역 대다수 조합원들은 대우건설의 경영상황이 어렵다는 이유로 특화설계 재활용을 눈감아 줄 수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고척4구역 한 조합원은 "대우건설 속사정(?)을 이해해야할 이유가 없다"며 "단순히 다른 구역에서 사용한 설계안을 다시 써먹었다는 것보다 차별화된 설계안이라고 강조하며 조합원들을 현혹시켰다는 것이 더욱 괘씸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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