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은행, 구조조정 자회사에 대우건설 지분 넘겨
- 대우건설 인수 후 수주 사업장 선별 작업 불가피
[뉴스프리존=임새벽 기자] 브랜드 가치는 곧 '재산'이다. 동일한 스타일의 가방이라도 명품 브랜드냐, 저가 브랜드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의 차이는 커진다.
아파트 브랜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동일 지역에서 같은 시기 입주한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대형건설사 브랜드와 중견건설사 브랜드 아파트간 시세 차이가 크다.
아파트 브랜드에 따른 시세 차이는 지난 2015년 본격적으로 입주를 시작한 위례신도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KB부동산시세에 따르면 6월 21일 기준 ‘위례자이'(2016년 10월입 주)는 3.3㎡당 3250만원, '보미리즌빌'(2017년 6월 입주)은 3.3㎡당 2920만원 수준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두 단지의 시세 차이는 3.3㎡당 330만원. 최초 분양 당시 이들 단지의 분양가 차이가 3.3㎡당 140만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2014년 9월 공급된 ‘위례자이’의 분양가는 3.3㎡당 1779만원, 2015년 10월 공급된 ‘보미리즌빌’의 분양가는 3.3㎡당 1639만원 수준이었다.
이처럼 아파트 브랜드 가치가 시세와 연결되다 보니 입주민이나 재개발·재건축 조합원들은 시공사의 파산이나 매각 소식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매각작업에 한창인 대우건설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인 이유이다. 특히 대우건설은 매각에 성공하더라도 우량기업을 새 주인으로 맞을 가능성이 낮아 브랜드 가치 하락도 예상된다.
▶ 대우건설 매각작업 1년 4개월여 만에 재개
20일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지분 50.75%를 KDB인베스트먼트에 모두 이전한다는 내용의 주식매매 계약 체결 내용을 공시했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로 변경됐다.
최대주주가 구조조정 전문회사로 바뀐 만큼 매각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지만, 우량기업의 인수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대우건설의 주가 하락이 인수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며 진입장벽이 낮아진 반면, 재무건전성은 악화돼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25일 오전 11시 현재 대우건설의 주가는 5050원으로, 지난해 1월 매각 작업 시 적용된 주가(6000원)보다 15% 이상 낮아졌다. 경영권 프리미엄(30%)을 적용한 현재 대우건설 예상 매각가격은 약 1조3700억원으로 작년보다 3000억원 가량 낮아졌다.
지난해 1월 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의 인수가격으로 경영권프리미엄 30%를 반영한 1조6242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당시 호반건설은 해외사업 부실이 발견됐다며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대우건설의 재무건전성 악화도 우량기업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 대우건설의 지난 1분기 부채비율은 311.7%로 지난해 말 대비 34.9%포인트 높아졌다. 금융리스 부채가 1812억원 증가했고, 운전자본 부담 확대(약 1400억원 증가)로 순차입금도 지난해 말 대비 3217억원 늘었다.
실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우건설의 올해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985억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45.9% 급감했다. 또 1분기 매출액은 2조309억원으로 23.4% 줄었고, 당기순이익도 494억원으로 55.7% 감소했다.
시공사 선정을 앞둔 서울시 구로구 한 재개발구역 조합원은 "대우건설이 입찰에 참여해 수주전을 펼치고 있는데 매각문제에 조합원들도 주목하고 있다"면서 "지난해에는 호반건설에 넘어갈 뻔하기도 했고, 결국 호반건설보다 못한 2군 건설사에 매각되는 게 아닐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2군 건설사 등 규모가 작은 회사에 매각될 경우 주택브랜드 푸르지오의 가치 하락을 피할 수 없고, 조합원들의 재산 가치도 하락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1군 건설사들이 대우건설 인수에 뜻이 없는 가운데 투기 자본과 결탁된 중견 건설사가 대우건설을 인수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면서 "대우건설 인수 후 기존 수주했던 재개발∙재건축 물량 중에서 사업지연 또는 사업포기하는 사업장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