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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에세이] 경쟁의 진정한 가치..
오피니언

[기업 에세이] 경쟁의 진정한 가치

박종형 칼럼니스트 기자 johnypark@empas.com 입력 2019/07/05 11:16 수정 2019.07.05 12:20

모든 생물은 경쟁한다. 한 뿌리의 나뭇잎들조차도 더 많은 해바라기를 다툰다.
기업도 경쟁하지 않고서 얻는 것이란 없다. 그러나 그런 경쟁 또한 협동을 통해서 하는 것임으로 그 윤리가 중요하다.

포식동물들과 그들의 먹이동물이 이웃해 살아가는 초원에서 매일 시시각각으로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생존경쟁은 신기하게도 공존을 전제로 하고 있다.  거기엔 외견상 지극히 단순해 보이나 그 어떤 패러다임이나 수식으로도 풀 수 없는 신비한 생존질서가 있다.
현대는 바야흐로 무한경쟁시대라고 한다. 경쟁은 생존을 위해서든 발전을 위해서든 필수불가결의 숙명과 같은 생존수단이라는 것이다. 그건 전에 없던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겨났다는 의미로서가 아니고 경쟁양상이 바뀌고 과거보다 훨씬 치열해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상황인식이 바뀌어야 하는 것처럼 경쟁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마땅하다.

기업에 있어 경쟁이란 본시부터 타고나는 속성이다. 기업은 안팎에서 여러 가지 형태와 방법으로 생존과 성장발전을 위한 경쟁을 벌인다. 기업의 생존 자체가 판매시장에 달려 있기 때문에 기업은 부단히 미래의 수요를 창출해야 하는데 그런 창출이란 말할 것도 없이 피나는 창조적 노력의 소산으로 경쟁이라는 수단을 통해 전개되고 달성된다.
제품경쟁의 경우, 제품수명(PLC)에 대한 포트폴리오 매트릭스(PPM)를 보면 제품은 시장에서 치르는 경쟁에 의해 그 수명이 줄어든다. 어느 상품은 참신한 효자 상품(Star)에서 빠르게 늙어 별 볼일 없는 시시한 상품(Dog)으로 전락하는가 하면, 아무리 잘 팔리는 것이라도 시간의 문제일 뿐 경쟁의 세월에 끝까지 온전할 수 있는 것이란 없다. 물론 코카콜라처럼 백 년 이상 장수하는 상품도 없진 않다.

자유경쟁 시장원리에서 공급자가 만나는 것은 수없는 경쟁자요 피나게 치러야 하는 것은 생존을 건 대하드라마 같은 마케팅경쟁이다. 현대의 시장경쟁 양상은 고전적인 원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동인動因들에 의해 과거보다 훨씬 복잡하고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과거처럼 품질 좋고 값싼 제품을 양산해 공급하는 생산자 중심의 마케팅으로는 어림없게 되었다.
서비스가 더 이상 ‘덤’이 아닌 ‘독립된 가치’로 제품가치와 섞여 그 가치영역의 구분이 불분명한 ‘Blur 현상’이 두드러지게 된 것이다. 서비스가 돈(재화)이 되었다는 의미는 예컨대 ‘친절’이라는 질적 요소가 상품가치(돈)가 되었다는 의미다.

이미지 출처: 에듀넷

경쟁의 질은 그것이 단순히 구매자의 관심이나 흥미를 끄는 수준인지, 나아가 마음을 끄는 수준으로 이행되는지, 더 나아가 마음 사기에 성공하는 수준인지 여부로 그 높낮이가 결정된다.
신뢰로든 감동으로든 예비구매자의 마음을 끌고 종내 마음을 산다면 품질의 열세나 가격의 불리함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토록 경쟁의 패러다임은 변했고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의 일차적 승패가 시장경쟁에서 판가름 난다는 원리가 변함없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어느 수준의 경쟁력을 소유하고 그것을 어떤 경쟁수단을 통해 어떤 방법으로 구사해야 냉엄한 경쟁마당에서 살아남고 이길 수 있는가는 기업의 생존이나 발전을 좌우할 새로운 과제가 되었다. 그저 경쟁하는 게 아니라 경쟁하는 방법을 경쟁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를테면 경쟁자 기업과 서비스를 경쟁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 자체를 경쟁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이다.

기업에 있어 경쟁이 가치 있는 것은 그것이 활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가치 있는 경쟁이 계속되지 않으면 기업에서 창조적 활동이 시들해지고 활력이 죽는다. ‘생존하는 힘’이자 ‘발전시키는 원동력’인 활력은 가치 지향적인 경쟁을 통해 생기고 마르지 않게 되므로 경쟁의 수레바퀴는 멈추지 않고 돌아가야 된다. 
기업이 타고 가는 경쟁의 수레가 얼마나 냉혹하게 굴러가는 가는 세계적으로 매년 수많은 기업이 탄생하는 반면에 그보다 더 많은 수의 기업이 망해 사라진다는 사실이 웅변으로 말해 주고 있다.

약육강식이니 적자생존이니 하는 시장원리란 만고불변의 계명을 명령한다.
“앞으로 나아가라. 멈추지 말라. 최대 속도로 가능한 한 빨리 달려 앞서라.
반드시 우월하고 이겨야 한다. 
사정없이 경쟁자를 넘어뜨리지 않으면 네가 밟혀 죽는다.
패자의 몫은 동정으로 싼 조롱 뿐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한다.
경쟁자에게 후회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독백일 뿐이다.”

경쟁 마당인 시장에는 그런 계명을 쫓아 경쟁을 우상으로 섬기는 맹신자들이 우글거린다. 저들은 경쟁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기업가정신이나 기업이 지켜야 할 품격이나 윤리나 도의를 헌신짝처럼 버리거나 생존을 구실 삼아 짓밟고 외면하기를 예사로 한다. 어떡하든 이기는 게 장땡이라는 의식의 만연과 원칙과 규칙을 무시하는 저질 경쟁 때문에 경쟁 마당은 갈수록 혼탁과 무질서가 깊어지고 있다.

기업에 지킬 윤리가 있다면 경쟁에도 그것이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다.
그 윤리의 기조란 분명하다. 기업이 아무리 이윤의 추구가 지상목표고 그것을 위해 피나는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지만 오로지 이기기 위해 맹목적으로 경쟁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경쟁은 가치 지향적이어야 하고 그 가치는 정당해야 된다. 경쟁이 승부만을 중요시해서 가치를 상실할 때 무리와 비리, 공익파괴라는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다. 기업이 가치 있는 경쟁을 지향하는 것은 이를테면 <포드이즘 Fordism> 같은 것으로 ‘소비자에게는 가장 값싸고도 양질의 상품을 팔고 노동자에게는 높은 수준의 임금을 준다.’는 이상 같은 것이다.

경쟁의 가치는 자연의 철리를 거역치 않는 생물계의 외경한 먹이사슬처럼 공존공영의 이치와 질서가 존중되며 추구돼야 한다. 그러한 것을 도외시한 경쟁은 개들이 진창에서 이빨을 드러내 으르렁대며 쇠뼈다귀를 차지하고자 벌이는 싸움이나 다를 게 없다. 또한 시장에서의 경쟁은 전쟁이라 표현할 만큼 치열한 승부 싸움이되 정정당당한 실력의 겨룸이어야 하고, 승리가 아니면 죽음이라는 경쟁방식이 아니라 나도 이기고 경쟁자도 이기며 함께 발전하는 경쟁이어야 한다.

경쟁방법의 선택은 자유이되 경쟁의 정당한 규범은 경쟁자 서로가 스스로 지켜야 하며 경쟁 질서를 함부로 깨트려서는 안 된다.  ‘꿩 잡는 게 매’라는 식으로 불법적이고 부정한 수단방법을 써서라도 이기고 보자는 경쟁은 기실 기업을 병들게 만들 뿐이다. 기업에 애써 오래 동안에 걸쳐 시장에 심어 가꾸는 기업 지명도나 상품 브랜드 이미지 같은 영업력이란 정직과 신뢰와 신용 같은 가치 있는 바탕에서 만이 성장하여 결실되기 때문이다.

경쟁 마당인 시장에 영원한 승자란 없는 법, 오늘의 승자는 내일의 패자일 수 있으며 승자의 곁에는 수많은 새로운 도전자가 경쟁을 기다리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항상 겸허하게 유념해야 한다. 그들 중 누구인가는 바로 내일 승자로 나타날지도 모른다. 끊임없는 도전으로 승자가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이 도전에 창조적 가치를 부여한다. 그러므로 패자를 너무 오래 비웃어서는 안 되며, 승리의 기쁨에 마냥 도취해 있어서도 안 된다. 그러는 게 경쟁의 진정한 미덕이고 지혜이기 때문이고  그것들을 함부로 버리면 언젠가 재앙의 부메랑으로 돌아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혜로운 경쟁자는 결코 승리를 자만하지 않고 앞으로 치를 경쟁에 대비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며 창조적이고 정당한 방법과 노력으로 부단히 경쟁력을 기른다. 또한, 경쟁에 이겼다 해도 그게 가치 있는 승리 이었나 겸허하게 성찰하고 패자의 패인에서도 교훈을 얻어야 하며 서둘러 새로운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 경쟁은 결코 중단될 수 없기 때문이고 아무리 가치 있는 경쟁이라도 이겨야 하지 지고서는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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